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2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1차전 두산베어스 대 롯데자이언츠 경기 8회초 1사 1루 롯데 박준서가 동점 우월 투런 홈런을 날린 후 그라운드를 돌며 환호하고 있다. 잠실|김종원기자 won@donga.com 트위터 @beanjjun
“장인어른! 사위의 멋진 모습 기대하세요”
“나 야구 그만둘래.” 지난해 결혼기념일, 아내에게 속마음을 털어놨습니다. 4년째 1군과 2군을 오가는 생활에 심신이 지칠 대로 지쳐있었습니다. 그간 힘든 내색 한번 없이 옆을 묵묵히 지켜주던 아내의 눈동자가 커집니다. 2007년 이후 매년 깎이기만 하는 연봉협상 뒤에도, 더 속상해할 저를 위해 “수고했어” 한마디만 건네던 아내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습니다. “당신, 아마추어 때 무슨 생각으로 야구했어?”(아내) “프로 입단이지.”(박준서) “그럼 입단 후에는 어떤 생각으로 야구했어?”(아내)
순간 말문이 턱 막혔습니다. 평생 야구만 했는데 지난 12년간 왜 야구를 했는지, 그 간단한 물음에 답이 나오질 않았습니다. 솔직히 이전까지 ‘야구’를 떠올리면 억울하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재능을 알아봐주지 않는 코칭스태프가 야속하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알고 있습니다. 문제는 저에게 있었다는 것을…. 아내가 말했습니다. “1군이든 2군이든 상관 말고 즐겁게 야구해봐. 그때도 같은 생각이면 안 말릴게.”
현실은 똑같았습니다. 여전히 전 2군 선수였고, 미래는 희뿌연 안개가 드리워져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생각 하나 바뀌었는데, 야구장에 있는 게 즐거워졌습니다. 건방진 생각이지만, 경기 중에 주자가 없으면 타석에 서는 재미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1군에 올라왔을 때도, 준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지금 이 순간까지도 같은 마음입니다. 흔히 말하는 ‘절실함’이 아닙니다. 유니폼을 벗는 마지막 순간까지 재미있게 야구를 해보자는 생각 하나입니다.
물론 전 주전이 아닙니다. 주자가 있을 때 대타나 대수비로 투입되는 백업선수입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2009년 포스트시즌 때 엔트리에 이름을 올려놓고도 그라운드 한번 밟지 못했던 과거를 잊고, 주어진 한 타석에 최선을 다할 거니까요. 아버님(장인어른), 사위가 생애 첫 가을무대에 섰습니다. 그리고 3-5로 끌려가던 8회 대타로 나서 감격적 동점홈런을 쳤습니다. 이제 더 이상 결혼 후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미안해하지 마세요. 당당한 사위의 모습을 지켜봐주세요!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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