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훈. 스포츠동아DB
야구단에서 쫓겨났습니다. 제 나이 스무 살 때 일입니다. 당시 현대에는 (강)정호(넥센), (황)재균(롯데)이 등 대형 내야수들이 즐비했습니다. 1군은 고사하고 2군 경기에도 나설 수 없었습니다. 결국 2006년 유니폼을 입자마자 그해 다시 벗었습니다.
할 일이 없었습니다. 야구만 알고 살아왔는데, 막상 야구를 놓으니 뭘 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사람들을 만나기도 힘들어졌습니다. 은사님이 군 입대를 권했습니다. ‘그래, 군 문제나 해결하자.’ 하루라도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현역병으로 자원입대했습니다. 전 그렇게 현실에서 도망쳤습니다.
군대에 갈 때만 해도 야구를 다시 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저와 야구의 인연은 질겼습니다. 제대 후 제 고등학교 코치님이셨던 창원 양덕초등학교 야구부 감독님이 제게 아이들을 한번 가르쳐보라고 하셨습니다. 처음엔 ‘용돈벌이’,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야구공과 방망이를 다시 잡았고, 야구를 재미있어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기회도 찾아왔습니다. 용마고 박동수 감독님이 롯데 입단 테스트를 제안하셨습니다. 야구를 포기했다고 믿었는데, 맘속에서 완전히 밀어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마구 뛰었습니다. 야구를 포기하기까지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다시 야구를 선택하기까지 필요한 시간은 단 ‘하루’였습니다.
2010년 롯데 신고선수로 야구인생을 이어가게 됐습니다. 올해 1군에서 기회를 많이 얻었고, 가을잔치에도 초대됐습니다. 야구를 다시 하게 된 순간부터 제게는 매일이 꿈만 같았는데, 포스트시즌 무대를 직접 밟는 영광까지 누렸습니다.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뒤, 어느새 6학년이 된 제자의 축하문자가 도착했습니다. 성적이 좋지 않아 고민하고 있으면 ‘네가 언제부터 1군 선수였냐’며 혼내시는 아버지도 ‘초심’ 두 글자를 적어 보내셨습니다. 문자를 보며 저를 다잡았습니다.
물론 전 백업선수지만, 꿈만 같은 현실이 제 눈앞에 펼쳐져있습니다. 이제 남은 것은 제게 주어진 이 기적을 얼마나 즐기느냐 하나뿐입니다.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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