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환. 스포츠동아DB
준플레이오프가 시작된 10월 8일부터 한국시리즈가 끝난 11월 1일까지, 스물두 명의 일기를 들춰봤습니다.
1군과 2군을 오가는 불안정한 생활로 야구를 포기하려 했던 롯데 박준서와 2006년 현대에서 방출된 뒤 초등학교 코치를 하다 힘겹게 1군에 오른 롯데 정훈이 준플레이오프 영웅으로 떠오른 이야기가 한 페이지를 장식했습니다.
12년 전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두 아들을 키우느라 고생하신 어머니를 위해 악바리로 뛰는 두산 민병헌, 사위(롯데 전준우)를 전력분석하면서도 마음으로 응원하는 장인 SK 김바위 전력분석원, 늘 자신을 낮추고 팀을 위해 묵묵히 안방을 지키는 남편 진갑용(삼성)을 응원하는 부인 손미영 씨 모두 ‘가족’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줬습니다. SK에서 새 기회를 얻은 박정배가 ‘피콜로’로 완벽 부활한 사연, 큰 무대에서 존재감을 톡톡히 드러낸 두산 루키 변진수의 이야기에서 퍽퍽한 삶 속에 잊어버리고 살았던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못다 펼쳐 보인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롯데 조성환은 ‘야구를 할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두려움 때문에 힘겨운 1년을 보낸 속내를 털어놨지만, 팀의 한국시리즈 진출 무산으로 일기장을 덮었습니다.
‘딸딸이 아빠’로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SK 모창민의 꿈도, “꼭 좋은 성적을 내서 당당하게 인터뷰를 하겠다”던 삼성 심창민의 다부진 각오도 내년 가을잔치 페이지로 넘겨야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믿습니다. 내일의 일기장에는 오늘보다 더 나은 이야기로 넘쳐날 것을…. 우리를 울고 웃기는 야구를 위해, 야구에 의해 쉼 없이 뛰는 그들의 심장박동소리가 분명히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