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의 1군 진입을 앞둔 이번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선 치열한 머니게임이 펼쳐졌다. 통산 타율 0.279, 54홈런, 348타점, 306도루를 기록한 김주찬은 KIA와 4년간 총액 50억원의 대형 계약으로 화제에 올랐다. 스포츠동아DB
프로구단들 그동안 적자 내세워 세금 피해가
다저스서 280억 유입땐 세금문제 불거질 듯
선수는 개인사업자…대박FA 고액납세 불가피
NC출범 여파 몸값 천정부지…공정가는 없다?
최근 마감된 2013년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의 최대 화제는 김주찬이다. 롯데에서 KIA로 옮기면서 총액 50억원에 계약했다. 4년간 계약금 26억원, 연봉 5억원, 옵션 4억원으로 보장금액만 46억원이다. 김주찬은 통산 타율 0.279, 54홈런, 348타점, 306도루를 했다. 프로 11시즌 동안 개인타이틀을 하나도 획득하지 못했다. 야수의 자존심이라는 골든글러브도 한번 받지 못했다. 7년 전이다. 2005년 심정수가 현대에서 삼성으로 FA 이적을 하면서 최대60억원의 대형계약을 맺었다. 계약금 20억원, 연봉 7억5000만원, 플러스마이너스 옵션 10억원의 조건이었다. OB(두산)∼현대를 거치면서 11시즌 동안 타율 0.296, 265홈런, 827타점, 34도루를 기록했다. 개인타이틀도 2개 땄고, 골든글러브도 2차례 수상했다. 당시에도 심정수의 FA 계약조건은 충격이었다. 한국프로야구의 시장규모를 고려했을 때, 과연 감당할 수 있는 액수인가를 놓고 여러 얘기가 오갔다.
○FA 시장의 경제학
FA는 그 해의 시장상황과 관련이 크다. 제 아무리 뛰어난 성적을 올린 선수라도 타 구단이 외면하면 몸값은 떨어진다. 제9단 NC의 출범과 함께 내년 성적에 각 구단이 목을 매고 있어 이번 FA 시장은 과열됐다. 그래서 상상 못할 돈이 오갔다. 내년에는 그 액수가 더욱 커질 것 같다. 게다가 제10구단이 생기면 선수는 더욱 부족해진다. 예전 같으면 정리했을 선수도 울며 겨자 먹기로 보유하게 된다. 행여 타 구단에 가서 손해 보는 일을 막기 위한 방편이지만, 선수 관련 비용이 감당 못할 수준까지 오를 수도 있어 걱정이 많다. 20명 엔트리에 들지 못한 선수에게 10억원이라는 만만치 않은 몸값을 책정해 신생구단에 바가지를 씌운 기존 구단들에게는 자업자득인지도 모른다.
○프로야구 선수시장의 공정가는 있다? 없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올라가면서 시장규모는 커졌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입장수입, 중계료, 스폰서 수입이 구단의 호주머니를 두둑하게 해줬다. 그러나 넥센을 제외한 모든 구단이 모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는다. 그러다보니 우리 프로야구 시장에는 시장가격 또는 공정가라고 부를 만한 기준이 없다. 선수의 가치에 대한 평가가 해마다 다르고 구단의 사정에 따라 달라지다 보니 상식을 벗어난 금액들이 나온다. 7년 만에 우리 화폐가치가 그렇게 떨어진 것인지 궁금하다. 혹자는 비이성적으로 과열된 FA 시장이 프런트의 책임 떠넘기기라고도 지적한다. 이렇게 비싼 선수를 사줬으니, 잘못되면 감독의 책임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얘기다. 만일 자신의 돈이라면 이렇게 과감하게 투자했을지 의문인 것이다.
○세금문제, 우리 프로야구는 완벽한가?
한화는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포스팅을 통해 약 280억원을 받는다. 그 돈이 한꺼번에 들어오면 한화가 고민해야 할 일이 생긴다. 바로 세금이다. 이미 그 대책도 마련하고 있을 것으로 믿는다. 프로야구단도 회사다. 이익이 생기면 관련된 세금을 내야 한다. 그동안 우리 프로야구단은 적자를 이유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 각 구단이 어떻게 운영해왔는지 누구도 알지 못한다. 회계장부를 공개하지 않았다. 류현진 덕분에 어느 구단도 한꺼번에 가져보지 못한 큰 돈이 한화에 들어온다면 국세청도 그냥 있지는 않을 것 같다.
돈이 있는 곳에 세금도 있다.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FA 선수들이 몇 십억원의 돈을 벌면 그에 합당한 세금을 내야 한다. 그동안 개인사업자인 우리 선수들은 필요경비로 처리해 일반 근로자와 비교하면 생각 외로 적은 세금을 납부해왔다. 연예인 강호동이 스스로 잠정은퇴를 선언했다가 최근 복귀했던 이유도 세금 때문이었다. 필요경비와 관련된 해석을 놓고 국세청과 소송을 해서 졌고 세금포탈 혐의를 받았다. 프로야구 선수들도 이 케이스에 해당된다.
마지막 한 가지. 지금처럼 선수들이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것은 선수협회의 탄생을 놓고 구단과 투쟁을 거쳐 얻어낸 산물이다. 혜택은 스타급 선수들이 누리고 있지만, 무명 선수들과 2군 선수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결코 생겨날 수 없는 FA 제도였다. 자신들은 혜택을 하나도 받지 못하고 이슬처럼 사라진 그들을 위해 FA들이 더욱 신경을 써줬으면 좋겠다. 지금은 상위 몇 퍼센트의 엘리트만을 위한 세상이 아니다. 모두 함께 잘 살자고 외친다. FA 대박을 터뜨린 선수들의 따뜻한 마음 씀씀이를 기대해본다.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