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witter Interview]이진영 “LG 잔류 이유?…숙제 남기고 떠날 수 없었다”

입력 2012-12-03 07: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LG와 4년 총액 34억원에 재계약한 이진영이 잠실벌에 섰다. ‘국민우익수’의 글러브는 LG 외야를 계속 지키게 됐다. 트위터 
인터뷰를 마친 그가 팬들에게 선물할 친필 사인볼을 들고 웃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LG와 4년 총액 34억원에 재계약한 이진영이 잠실벌에 섰다. ‘국민우익수’의 글러브는 LG 외야를 계속 지키게 됐다. 트위터 인터뷰를 마친 그가 팬들에게 선물할 친필 사인볼을 들고 웃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4년전 FA 입단때 좋은 성적 약속 끝내 못 지켜
돈 보다 ‘보스’ 김기태 감독과의 의리가 더 중요
국민 우익수? 한일전이라 죽기살기 다이빙 캐치
WBC 세번째 출전…마지막 국가 봉사 각오 다져


이진영(32·LG)은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 올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LG와 4년간 총액 34억원에 재계약한 데 이어, 23일에는 건강한 둘째 아들까지 얻었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선발돼 올 겨울의 의욕은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올 시즌 105경기에서 타율 0.307(7위)로 선전했지만, 그는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먼저 털어놓았다. 가을잔치의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말보다 행동으로 답할 것”이라는 결의에 찬 대답도 잊지 않았다. 그의 친필 사인볼을 받을 주인공은 @S2DY1022, @dmswl_777, @to3031이다.


-FA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LG를 선택한 이유는?(@S2DY1022)

“소문에 의하면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생각한 구단도 있었다고 하지만, 금액이 첫 번째는 아니었어요. 돈만 생각했다면, 다른 팀에 갈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4년 전, LG가 좋은 성적을 내는 데 기여하려고 이 팀에 온 거잖아요. 그런데 실패했으니…. 숙제를 남기고 떠나고 싶지는 않았어요. 감독님 이하 모두가 다 같이 합심해서 내년에는 좋은 성적 거두자고 했는데, 제가 빠진다면 도망가고 피하는 거잖아요. 실리만 따져서 팀을 옮기는 것은 나쁜 마음이라고 생각했어요.”


-김기태 감독님 때문에 남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제일 본받고 싶은 점은?(@chaeyoung510)

“감독과 선수 사이에 의리라는 게 있다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전 그래요. 선수 때도 한 팀에 있어봤고…. 감독님은 뭔지 모를 매력이 있는 분이에요. 영화에 나오는 조직 보스처럼 카리스마가 있다고 할까요? 감독님은 무엇보다 공사 구분이 확실해요. 열심히 하는 선수는 한 없이 챙겨주세요. 그래서 선수들은 기회가 있다는 신념이 생기죠.”


-LG에 뼈를 묻겠다고 한 이유는요?(@dmswl_777)

“사실 4년 전, SK에서 LG로 올 때 SK 구단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10년 가까이 정든 팀을 떠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많이 느꼈지요. 그런데 LG에서 그 마음들을 많이 헤아려주셨던 것 같아요. 여러모로 따뜻하고 편하게 해주셨어요.”


-LG가 10연속 가을야구를 못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ppiui0814)

“선수들도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하지만 뭔가 부족해서 아직까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LG 온 이후 4년째 팬들에게 ‘내년에는 꼭 4강에 가겠습니다’, 이런 말씀 드렸는데…. 이제는 4강에 올라간 다음에 말씀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국민우익수’라는 별명 어떠세요?(@fdfd16)

“솔직히 ‘내가 야구선수로서 성공했구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어떤 때는 부담도 됩니다. 항상 화려한 수비만을 보여드릴 수는 없잖아요. 사람인지라 실수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별명에 걸맞게, 우습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2006 WBC 일본과의 경기에서 다이빙 캐치를 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습니까?(@sunfl777)

“주자만루에 내 친구 (봉)중근(32·LG)이가 마운드에 있었고…. 경기 나가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거든요. 고도의 집중력이 생길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 벤치에서 수비 위치를 우중간으로 옮기라고 하셨어요. 정상 위치였다면 다이빙할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그런데 공이 반대로 간 거예요. 일본전이라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경기했으니까, 정말 악착같이 쫓아갔죠. 잡는 순간에는 ‘팀을 위해 막았다’, 이 생각뿐이었어요. 이렇게 큰 영광을 누릴 줄은 몰랐지요.”


-WBC 3번째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감회가 어떠신지?(@don8097)

“깜짝 놀랐어요. 마지막으로 한번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솔직히 이번에는 안 될 줄 알았거든요. 1·2회 때 좋은 성적을 냈고 팬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계시니까 열심히 해야죠. 나라를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니까….”


-송구능력에 비해 수비범위가 줄었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은?(@Closer_No47)

“투수 출신이고, 아직 아픈 데도 없고…. 송구능력은 괜찮아요. 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수비 범위는 예전에 어렸을 때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몸이 비대해져서 못 움직이는 것은 아니에요. 팬들이 기대하시는 바가 많으셔서 이런 게 부각되는 것 같아요. 인정할 부분은 인정합니다. 공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들을 야구선수로 키우게 된다면, 어떤 포지션을 맡게 하고 싶으신가요?(@s2yonas2)

“야구는 안 시키려고 해요. 제가 고생을 해봐서 알죠. 프로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 일단은 말릴 거예요. 그래도 야구를 하겠다고 한다면, 투수 쪽으로 길을 제시해보려고요. 제가 투수로서 성공을 못했으니까. 그런데 2세가 아빠처럼 된 선수는 잘 없더라고요.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


-개그 센스는 어디서 배우셨죠?(@Jasminyk914)

“제가 원래 내성적 성격이에요. 한 예로 중학교 때까지 114에 전화를 못했어요. 다른 사람과 얘기하는 게 불편해서요. 치킨이 먹고 싶어도 항상 엄마한테 ‘시켜줘’라고 그랬어요. 만약에 엄마가 안 시켜주잖아요? 그럼 그 전화통화를 못해서 ‘안 먹고 잘래요’하고 그냥 잤어요. 외향적으로 바뀌게 된 것은 SK에서 이호준(36·NC) 선배를 만나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워낙 말씀을 잘 하시니까…. 그 영향을 받았죠.”


-KIA 김선빈 선수만 보시면 장난을 많이 치시던데, 어떤 사연이 있으신지?(@1985karma)

“(김)선빈이랑은 학연·지연 이런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래도 끌리는 후배들이 있어요. 선빈이가 딱 그래요. ‘형, KIA로 와. 내가 괴롭힐 거야.’ 이렇게 애교도 떨고…. 정이 가도록 행동을 해요. 처음 보는 선배한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선빈이는 ‘형, 방망이 주세요’, 이런 말도 거리낌 없이 해요. ‘너 내 방망이(900g) 무거워서 못써’라고 말하면, ‘제가 쓰려는 것 아니에요. 동생(김선현·동국대) 주려고 하는 거죠’, 그래요. ‘동생은 너보다 크냐?’고 하면, ‘저만해요’, 또 이러고….”


-LG에 독수리 5형제가 있다 들었는데 각자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to3031)

“최동수(41), 이병규(38), 박용택(33), 정성훈(30). 이진영. 이렇게 5명이서 잘 어울려요. 식사 자리를 하면, 대부분 팀에 대한 얘기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어린 선수들은 최고참들에게 뭘 건의하기가 힘들잖아요. 우리가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거죠. 후배들에게 정말 필요한 부분이다 싶으면 우리 의견인 것처럼 말씀드리기도 하고…. 동수 형이나 병규 형이 회장님이라면, 우리는 참모들이죠.”


“팀이 원하는 지도자 될 것”

● 30년 후 나의 모습은?


“30년 후면 63세네요. 야구 쪽 일을 계속한다면…. 내가 먹고 살 것이 없어서 일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팀이 나를 원해서 쓰고 싶은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가르치는 것은 티칭(teaching)이고, 도와주는 것은 코칭(coaching)이라고…. 저는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코치가 되고 싶습니다.”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