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4년 총액 34억원에 재계약한 이진영이 잠실벌에 섰다. ‘국민우익수’의 글러브는 LG 외야를 계속 지키게 됐다. 트위터 인터뷰를 마친 그가 팬들에게 선물할 친필 사인볼을 들고 웃고 있다. 잠실|김종원 기자 won@donga.com 트위터@beanjjun
돈 보다 ‘보스’ 김기태 감독과의 의리가 더 중요
국민 우익수? 한일전이라 죽기살기 다이빙 캐치
WBC 세번째 출전…마지막 국가 봉사 각오 다져
이진영(32·LG)은 최근 겹경사를 맞았다. 올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어 LG와 4년간 총액 34억원에 재계약한 데 이어, 23일에는 건강한 둘째 아들까지 얻었다.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도 선발돼 올 겨울의 의욕은 어느 때보다 충만하다. 올 시즌 105경기에서 타율 0.307(7위)로 선전했지만, 그는 팬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먼저 털어놓았다. 가을잔치의 꿈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는 말보다 행동으로 답할 것”이라는 결의에 찬 대답도 잊지 않았다. 그의 친필 사인볼을 받을 주인공은 @S2DY1022, @dmswl_777, @to3031이다.
-FA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도 있었을 텐데, LG를 선택한 이유는?(@S2DY1022)
“소문에 의하면 훨씬 더 좋은 조건을 생각한 구단도 있었다고 하지만, 금액이 첫 번째는 아니었어요. 돈만 생각했다면, 다른 팀에 갈 수도 있었겠죠. 하지만 4년 전, LG가 좋은 성적을 내는 데 기여하려고 이 팀에 온 거잖아요. 그런데 실패했으니…. 숙제를 남기고 떠나고 싶지는 않았어요. 감독님 이하 모두가 다 같이 합심해서 내년에는 좋은 성적 거두자고 했는데, 제가 빠진다면 도망가고 피하는 거잖아요. 실리만 따져서 팀을 옮기는 것은 나쁜 마음이라고 생각했어요.”
-김기태 감독님 때문에 남았다고 말씀하셨는데 제일 본받고 싶은 점은?(@chaeyoung510)
“감독과 선수 사이에 의리라는 게 있다면 이상할 수도 있지만, 전 그래요. 선수 때도 한 팀에 있어봤고…. 감독님은 뭔지 모를 매력이 있는 분이에요. 영화에 나오는 조직 보스처럼 카리스마가 있다고 할까요? 감독님은 무엇보다 공사 구분이 확실해요. 열심히 하는 선수는 한 없이 챙겨주세요. 그래서 선수들은 기회가 있다는 신념이 생기죠.”
-LG에 뼈를 묻겠다고 한 이유는요?(@dmswl_777)
“사실 4년 전, SK에서 LG로 올 때 SK 구단에 상처를 많이 받았어요. 10년 가까이 정든 팀을 떠난다는 게 얼마나 힘든 것인지 많이 느꼈지요. 그런데 LG에서 그 마음들을 많이 헤아려주셨던 것 같아요. 여러모로 따뜻하고 편하게 해주셨어요.”
-LG가 10연속 가을야구를 못한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ppiui0814)
“선수들도 팬들의 마음을 잘 알고 하지만 뭔가 부족해서 아직까지도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LG 온 이후 4년째 팬들에게 ‘내년에는 꼭 4강에 가겠습니다’, 이런 말씀 드렸는데…. 이제는 4강에 올라간 다음에 말씀 드리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드리겠습니다.”
-‘국민우익수’라는 별명 어떠세요?(@fdfd16)
“솔직히 ‘내가 야구선수로서 성공했구나’, 이런 생각도 들어요. 하지만 어떤 때는 부담도 됩니다. 항상 화려한 수비만을 보여드릴 수는 없잖아요. 사람인지라 실수할 때도 있고요. 그래도 별명에 걸맞게, 우습지 않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2006 WBC 일본과의 경기에서 다이빙 캐치를 했을 때 어떤 마음이었습니까?(@sunfl777)
“주자만루에 내 친구 (봉)중근(32·LG)이가 마운드에 있었고…. 경기 나가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거든요. 고도의 집중력이 생길 수밖에 없었어요. 당시 벤치에서 수비 위치를 우중간으로 옮기라고 하셨어요. 정상 위치였다면 다이빙할 정도는 아니었을 텐데…. 그런데 공이 반대로 간 거예요. 일본전이라 죽기 아니면 살기로 경기했으니까, 정말 악착같이 쫓아갔죠. 잡는 순간에는 ‘팀을 위해 막았다’, 이 생각뿐이었어요. 이렇게 큰 영광을 누릴 줄은 몰랐지요.”
-WBC 3번째 출전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 감회가 어떠신지?(@don8097)
“깜짝 놀랐어요. 마지막으로 한번 나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솔직히 이번에는 안 될 줄 알았거든요. 1·2회 때 좋은 성적을 냈고 팬들도 기대를 많이 하고 계시니까 열심히 해야죠. 나라를 위해 게임을 하는 것이니까….”
-송구능력에 비해 수비범위가 줄었다는 의견에 대한 생각은?(@Closer_No47)
“투수 출신이고, 아직 아픈 데도 없고…. 송구능력은 괜찮아요. 하지만 제가 생각해도 수비 범위는 예전에 어렸을 때만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다고 몸이 비대해져서 못 움직이는 것은 아니에요. 팬들이 기대하시는 바가 많으셔서 이런 게 부각되는 것 같아요. 인정할 부분은 인정합니다. 공을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아들을 야구선수로 키우게 된다면, 어떤 포지션을 맡게 하고 싶으신가요?(@s2yonas2)
“야구는 안 시키려고 해요. 제가 고생을 해봐서 알죠. 프로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래서 일단은 말릴 거예요. 그래도 야구를 하겠다고 한다면, 투수 쪽으로 길을 제시해보려고요. 제가 투수로서 성공을 못했으니까. 그런데 2세가 아빠처럼 된 선수는 잘 없더라고요. 헝그리 정신이 없어서 그런 것 같은데….”
-개그 센스는 어디서 배우셨죠?(@Jasminyk914)
“제가 원래 내성적 성격이에요. 한 예로 중학교 때까지 114에 전화를 못했어요. 다른 사람과 얘기하는 게 불편해서요. 치킨이 먹고 싶어도 항상 엄마한테 ‘시켜줘’라고 그랬어요. 만약에 엄마가 안 시켜주잖아요? 그럼 그 전화통화를 못해서 ‘안 먹고 잘래요’하고 그냥 잤어요. 외향적으로 바뀌게 된 것은 SK에서 이호준(36·NC) 선배를 만나면서부터인 것 같아요. 워낙 말씀을 잘 하시니까…. 그 영향을 받았죠.”
-KIA 김선빈 선수만 보시면 장난을 많이 치시던데, 어떤 사연이 있으신지?(@1985karma)
“(김)선빈이랑은 학연·지연 이런 게 아무것도 없거든요. 그래도 끌리는 후배들이 있어요. 선빈이가 딱 그래요. ‘형, KIA로 와. 내가 괴롭힐 거야.’ 이렇게 애교도 떨고…. 정이 가도록 행동을 해요. 처음 보는 선배한테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은데, 선빈이는 ‘형, 방망이 주세요’, 이런 말도 거리낌 없이 해요. ‘너 내 방망이(900g) 무거워서 못써’라고 말하면, ‘제가 쓰려는 것 아니에요. 동생(김선현·동국대) 주려고 하는 거죠’, 그래요. ‘동생은 너보다 크냐?’고 하면, ‘저만해요’, 또 이러고….”
-LG에 독수리 5형제가 있다 들었는데 각자 맡은 역할이 무엇인지 소개해주세요.(@to3031)
“최동수(41), 이병규(38), 박용택(33), 정성훈(30). 이진영. 이렇게 5명이서 잘 어울려요. 식사 자리를 하면, 대부분 팀에 대한 얘기로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어린 선수들은 최고참들에게 뭘 건의하기가 힘들잖아요. 우리가 중간에서 가교 역할을 하는 거죠. 후배들에게 정말 필요한 부분이다 싶으면 우리 의견인 것처럼 말씀드리기도 하고…. 동수 형이나 병규 형이 회장님이라면, 우리는 참모들이죠.”
“팀이 원하는 지도자 될 것”
● 30년 후 나의 모습은?
“30년 후면 63세네요. 야구 쪽 일을 계속한다면…. 내가 먹고 살 것이 없어서 일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팀이 나를 원해서 쓰고 싶은 지도자가 되고 싶어요.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더라고요. 가르치는 것은 티칭(teaching)이고, 도와주는 것은 코칭(coaching)이라고…. 저는 선수들이 원하는 것을 도와주는 코치가 되고 싶습니다.”
정리|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setupman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