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리포트] 류중일호, 다시찾은 긍정의 힘

입력 2013-03-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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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좋지 않은 분위기였지만, 수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있었다. 3일 류중일 대표팀 감독은 의연함을 잃지 않고 선수단을 지휘했다. 류 감독이 2일 네덜란드전을 앞두고 외야 펑고를 치고 있다. 타이중(대만)|박화용 기자

네덜란드에 당한 0-5 충격의 패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이 1∼2회 우승팀 일본 외에 다른 팀에 처음으로 당한 패배였다. 류중일(삼성) 대표팀 감독은 2일 경기 직후 매우 침통한 표정으로 “최악의 경기를 보여드려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3일 대표팀의 훈련장인 타이중구장에서 류 감독은 다시 긍정의 힘을 되찾고 있었다. 말을 할 때마다 힘이 있었고, 꼿꼿한 자세로 훈련을 지켜봤다. 감독이 흔들리지 않고 본래의 의연함을 되찾자 선수들도 조금씩 힘을 내기 시작했다.

류 감독은 2일 패배 후 숙소에서 선수들에게 “졌을 때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오늘 모두 공부 많이 했다. 절대 포기하지 말자”고 짧게 말했다. 선수들은 이후 서로에게 거의 한마디도 없이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 말은 없었지만, 힘 있는 눈빛을 주고받는 것으로 모든 것을 대신했다.

류 감독은 침묵하고 있는 타선에 대해서도 믿겠다고 했다. “타격이 안 풀리니까 수비도 영향을 미쳤다”며 “꼭 살아난다고 믿겠다. 상대 투수에 따라 달라질 부분이지만 이승엽(삼성)이 중요한 역할을 해줄 것이다”고 말했다.

0-5로 패하면서 한국은 2라운드 진출을 장담할 수 없는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남은 2경기에서 전승을 거둬야 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2승1패로 대만, 네덜란드와 동률을 이루는 것이 우선이다. 투수는 실점을 최소한으로 막고 타선은 최대한 점수를 많이 올려야 2라운드에 오를 수 있다.

남은 2승 중 1승의 중책을 맡은 선발 후보 송승준(롯데)은 3일 “야구에 9회말이 있듯이 아직 2경기가 남았다. 가슴에 태극마크가 있다. 후회 없이 던지겠다. 최고의 선수들이 함께 있다. 태극마크에 먹칠을 하지 않겠다”며 “중압감보다 더 재미있어졌다고 생각하고 스릴을 즐기겠다. 반전이 꼭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다짐했다.

타이중(대만)|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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