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함께 고생한 아내…우린 그날 밤 함께 울었다”

입력 2013-12-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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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와 7년간 무려 1억3000만달러(약 137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한 뒤 금의환향한 추신수가 3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텍사스와 7년간 무려 1억3000만달러(약 137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한 뒤 금의환향한 추신수가 30일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귀국 기자회견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 ‘1370억원 사나이’ 추신수가 말하는 맨발에서 벤츠까지

18세때 시작한 외로운 미국생활
2007년 부상·수술땐 진짜 짐 쌀 뻔
산후조리 한번도 못한 아내 생각하며 좌완공포증 극복
텍사스행 확정 순간, 잠든 아내부터 깨웠죠

30일 새벽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순간에 이어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까지 실황중계가 됐다. ‘1억3000만달러의 사나이’로 금의환향한 추신수(31·텍사스)의 일거수일투족은 이제 국민적 관심사가 된 듯하다. 기자회견에서 추신수는 “내가 생각한 그 이상을 얻었다.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감격해했다. 그러나 6년 전인 2007년까지만 해도 그는 팔꿈치 수술을 받은 무명의 선수였다. 현재의 영광은 그 암담한 시절의 고난을 견뎠기에 만들어진 길이다.


● 2000년 시애틀 입단, 고독과의 싸움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 직후인 8월 15일 계약금 135만달러에 시애틀 입단에 합의했다. “열여덟 살에 처음 미국생활을 시작했다. 야구 하나만 보고 왔다. 친구도 없이 혼자 생활하니까 외로웠다.” 메이저리거의 꿈을 품고 왔지만 시작부터 현실은 엄혹했다. 투수로 입단한 줄 알았는데, 곧장 타자로 전향했다. “‘투수 했으면를 어땠을까’라는 생각은 지금도 많이 한다. 왼손투수니까 메이저리그에는 3년 안에 올라갔어도, 지금 타자로서의 레벨에는 못 올라갔을 것 같다”고 추신수는 떠올렸다.


● 한국 복귀의 기로에 선 2007년

2005년 4월 22일, 꿈에 그리던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러나 시애틀은 추신수를 중용하지 않았다. 2006년 7월 26일 시애틀에서 클리블랜드로 트레이드됐다. 시애틀을 떠나자 그의 잠재력은 꿈틀대기 시작했다. 그러나 2007년 6경기 만에 팔꿈치 부상을 당했고, 수술대에 올랐다. 추신수는 흔들렸다. 홀몸이 아닌 아이 딸린 가장이었기 때문이다. “경제적으로 힘들었다. 한국에 가려고 결심까지 했는데 와이프가 말렸다. 뭔지 모를 힘이 생겼다. 2개월 정도 빨리 재활을 끝냈다.”


● 가족의 힘으로 떨친 좌완 공포증!



이후 클리블랜드와 신시내티서 승승장구했지만, 왼손투수가 어려웠다. ‘이대로 반쪽선수가 될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너무 힘들어 정신과 의사도 만났다. 아무리 파고들어도 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추신수는 “여기서 겁먹고 물러서면 내 가족이 거리로 나 앉는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세 아이를 낳는 동안 산후조리 한번 못한 부인 하원미 씨를 떠올렸다. 공포증이 치유되니 좌투수의 공이 익숙해졌고, 주변의 평가에도 초연해질 수 있었다.


● ‘엔조이 베이스볼’을 꿈꾸다!

텍사스와 계약이 확정된 순간, 추신수는 애리조나 집에 있었다. 새벽 1시30분, 가족은 잠들어 있었다. 부인을 깨웠고, 13년의 추억을 나눴다. 그 13년이 5분 새 스쳐 지나갔다. 눈물이 흘렀다. 그날 밤 부부는 같이 울었다. 추신수는 이제 야구를 즐기고 싶다. “즐기는 야구란 베푸는 야구”란 교훈을 더스티 베이커 전 신시내티 감독에게서 배웠다. “이제 자리를 잡았으니 챙겨야 될 때”라고 말했다. 역경을 딛고 이 자리까지 온 성공 비결에 대해 그는 고백했다. “목표에 어떻게 다가가느냐가 중요하다. 목표를 세우면 이것이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행동하라.”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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