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열 감독. 스포츠동아DB
■ 국내 1위 심종섭 발굴한 한전 최경열 감독
입술은 바짝 말라 있었고 입에서 단내가 풀풀 났다. 기자는 마치 마라톤 풀코스 완주자와 마주하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였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전무인 최경열 한국전력 육상 감독(56·사진)이었다.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5회 동아마라톤에 한전 유니폼을 입은 심종섭(23), 정진혁(24), 신현수(23)를 출전시킨 그는 이날 42.195km를 직접 뛰고 있다는 마음으로 제자들의 레이스를 지켜봤다고 했다. “좀 더 달리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대회 임원을 맡다보니 그럴 수도 없었고….” 지난해 이 대회를 통해 풀코스를 처음 완주(2시간 20분21초)한 심종섭은 1년 만인 이날 2시간14분19초로 골인해 국내부 1위를 차지하며 스승을 기쁘게 했다. 최 감독은 “세계와의 격차를 다시 확인해 우승의 기쁨을 떠들기보다는 풀코스 두 번째 도전만에 가능성을 보여준 심종섭에게 희망을 발견한 데 만족한다. 2시간 10분 안팎까지 당길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평가했다.
1963년 창단한 전통의 육상 명문 한전에 1977년 입단한 최 감독은 마라토너로 활약하다 1985년 은퇴 후 지도자로 변신했다. 30년 넘게 한전을 지키고 있는 최 감독은 유망주 발굴에 황금의 손으로 불린다. 1986년 이 대회 여자부에서 우승한 김미경을 비롯해 1992년 당시 국내 코스 최고인 2시간9분30초로 대회 2연패에 성공한 김재룡, 2000년을 전후로 2시간8분대 기록을 세운 백승도 등을 길러냈다.
심종섭은 최 감독이 모처럼 기대를 품고 있는 차세대 기대주. “전북체고 시절부터 눈여겨봤다. 지난 겨울 제주에서 하루 3시간 이상의 지구력 훈련을 잘 소화해 냈다. 성격이 온화하고 인내심이 강하다.” 심종섭은 이번 우승으로 9월 인천 아시아경기 출전이 유력해졌다. 앞으로 5000m를 14분 이내에, 1만m는 28분30초 이내에 뛸 수 있도록 인터벌 훈련 위주로 스피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게 최 감독의 주문. 한국 육상 행정도 책임지고 있는 최 감독은 “국내 마라톤의 침체가 안타깝다. 신인 발굴을 위해 중고교에 우수 코치가 많아져야 한다.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과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재목만 찾으면 언제든 다시 올라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석 동아일보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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