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국가대표팀 골키퍼 김승규가 17일(한국시간) 치바스 베르베 다예서 훈련 중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사진제공|사포판

축구국가대표팀 골키퍼 김승규가 17일(한국시간) 치바스 베르베 다예서 훈련 중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다. 사진제공|사포판


[과달라하라=스포츠동아 백현기 기자] 축구국가대표팀 골키퍼 김승규(36·FC도쿄)는 패배의 아픔 속에서도 동료를 먼저 챙겼다.

홍명보 감독(57)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9일(한국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와 2026북중미월드컵 조별리그 A조 2차전에서 0-1로 패했다. 볼 점유율 54%-38%, 패스 성공률 83.20%-79.78%로 경기 내용에서 크게 밀리지 않았지만 후반 초반 나온 한 차례 실수가 승부를 갈랐다.

결정적 장면은 후반 5분이었다. 김승규가 공중볼을 잡고 착지하는 과정에서 앞에 있던 수비수 이기혁(26·강원FC)과 충돌했고, 볼을 놓친 사이 멕시코 미드필더 루이스 로모가 이를 밀어 넣으며 결승골을 만들었다. 체코와 조별리그 1차전에서 여러 차례 선방으로 승리를 이끌었던 김승규에게도 아쉬움이 남는 장면이었다.

경기 후 김승규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담담하게 책임을 인정했다. 그는 “집중하지 못한 한 장면이 패배로 이어졌다. 골키퍼는 잘하다가도 실수 하나로 비판받는 포지션”이라며 “당시 공이 뜬 상황에서 우리 선수들밖에 없었기 때문에 안전하게 잡으려고 했는데 결과가 아쉽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승규는 누구보다 마음이 무거웠을 이기혁을 감쌌다. 대표팀 막내급인 이기혁에게 책임이 향하는 것을 경계했다. 실제로 그는 후반 22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때 이기혁을 직접 안아주며 격려의 말을 건넸다.

김승규는 이어 “남아공과 체코의 경기를 봤는데 남아공은 개인기와 조직력이 모두 좋은 팀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며 “아직 우리에게는 자력으로 32강에 갈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그 기회를 반드시 살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승규는 “(이)기혁이에게 실점 후 축구를 하다 보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미 지나간 상황이니 잊고 경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며 “우리가 뒤에서 버티면 앞에서 공격수들이 해결해줄 수 있으니 결과를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했다”고 돌아봤다. 월드컵 첫 무대를 밟은 이기혁에게는 뼈아픈 경험이었지만, 대표팀 최고참 골키퍼는 이를 개인의 잘못으로 보지 않았다. 실수 하나를 두고 누군가를 탓하기보다 남은 시간을 함께 버텨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제 시선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조별리그 최종전으로 향한다. 현재 A조는 멕시코가 2승(승점 6)으로 32강 진출을 확정한 가운데 한국이 1승1패(승점 3)로 2위에 올라 있다. 체코와 남아공은 나란히 1무1패(승점 1)다. 한국은 25일 남아공전에서 승리하면 다른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자력으로 32강 진출을 확정할 수 있다.


사포판|백현기 기자 hkbae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