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사이언스] 중간훈련지 미국서 무리한 운동은 금물

입력 2014-05-16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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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호’가 경기력을 최대한 끌어올려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시차적응이라는 또 다른 과제를 풀어야 한다. 홍명보 감독(왼쪽 끝)이 지켜보는 가운데 지동원(왼쪽 2번째)을 비롯한 축구대표선수들이 15일 파주 NFC에서 몸을 풀고 있다. 파주|김민성 기자

■ 브라질월드컵과 시차피로

다른 시간대 이동하면 일주기 리듬 깨져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 기능 저하 겪게돼
브라질 입성 전 마이애미서 1주일 중요
현지 도착 당일엔 낮밤 대응 지침 지켜야

경기력은 일반적으로 기술, 체력, 정신력의 3가지 요인이 좌우한다. 훈련여건·일정·시차 등의 환경적 요인과 더불어 이 3가지 요인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경기력은 크게 달라진다.

2002년 거스 히딩크 감독 이전까지 한국축구에선 주로 정신력을 강조했다. 그러나 체력이 저하된 선수는 정신력 또한 떨어지며, 정신력이 낮은 선수는 체력과 기술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수 없다. 게다가 조직력을 포함한 기술은 하루아침에 갖춰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기술, 체력, 정신력의 3가지 요인이 조화를 이뤄야 경기력도 극대화된다. 2002년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대표팀과 2014년 홍명보 감독이 지휘하는 대표팀을 이 3가지 요인에다 환경적 조건을 더해 비교해본 뒤, 현 대표팀이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 2002년과 2014년 대표팀의 차이

2002년 한·일월드컵의 4강 신화는 특이한 체력훈련을 적용시켜 기술(전술)과 정신력을 극대화시킨 결과물이다. 20m를 쉴 새 없이 왕복으로 달리는 훈련을 통해 축구에서 가장 필요한 체력인 스피드지구력을 세계 최정상급으로 끌어올렸다. 히딩크 감독은 또 폴란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를 앞두고 “너희들의 체력은 1998년 네덜란드대표팀보다, 레알 마드리드보다 강하다”며 태극전사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인 데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국내파였기에 장기간의 합숙훈련을 통한 체력강화가 가능했다. 이번 대표팀의 체력도 결코 약하지 않다. 그러나 월드컵을 1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시즌을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한 까닭에 유럽파 선수 9명의 훈련기간은 상대적으로 짧다. 짧은 훈련기간 동안 강도 높은 훈련프로그램을 가동한다면 피로를 가중시키는 역효과를 낼 우려도 있다. 따라서 유럽파 선수들을 중심으로 한 세심한 관리와 체력강화가 필요하다.




● 시차적응은 왜 중요한가?

여기서 중요한 문제가 시차적응이다. 유럽파 선수들은 유럽에서 한국으로, 한국에서 미국 마이애미로, 다시 브라질로 이어지는 힘든 여정 속에 시차적응이라는 변수를 떠안게 된다. 동서로 서로 다른 시간대로 이동하면 약 24시간 주기의 정상적 일주기 리듬(Circadian rhythms)에 혼란을 일으켜 체온, 수면과 각성, 심박수, 호르몬 분비, 전해질 배설 등의 리듬이 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기 리듬은 바이오리듬(biorhythm)과는 구별되는 것으로, 약 24시간을 주기로 한다. 동서로 여러 시간대를 지나 경기장소에 가야 하는 경우 선수들의 일주기 리듬이 외부의 환경주기와 불일치(시차)돼 혼란스러워지며, 이로 인해 인체는 피로현상을 보인다. 이런 상태를 일반적으로 제트기 탑승 피로(Jet lag)라고 부르며, 흔히 말하는 시차피로다. 유럽원정평가전에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본인들의 의지와 상관없는 시차피로 증상으로 인해 신체기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그래픽 참고>.

2014년 월드컵이 열리는 브라질과 한국의 시차는 12시간이다. 실제 비행시간도 22시간에 이른다. 한국대표팀이 브라질월드컵 개막 이전 훈련장소로 택한 마이애미와의 시차는 11시간이다. 마이애미로 연결되는 직항이 없기 때문에 뉴욕에 머무는 3시간을 포함해 비행시간은 17∼18시간이다. 브라질에 입성하기 전 마이애미로 이동해 시차에 적응하는 데 1주일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때 무리하게 운동하면 컨디션이 떨어져 최상의 경기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 동서간 장거리 여행 시 시차피로의 차이

여러 연구에 따르면, 시차피로는 서쪽보다는 동쪽으로 여행할 때 더 커진다. 이는 인체시계에 의한 자연스러운 현상인데, 우리 몸의 인체시계는 24시간보다 좀더 길다. 이것은 인체리듬의 주기를 24시간보다 좀더 길게 하는 편이 낫다는 의미다. 따라서 동쪽으로 가는 여행은 하루를 짧게 하지만, 서쪽으로 가는 여행은 하루를 길게 하기 때문에 서쪽으로 여행할 때 시차피로를 덜 느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동쪽으로 여행하는 것이 서쪽으로 여행하는 것보다 약 50% 정도 시차피로를 더 유발한다. 즉, 서쪽으로 여행할 때 5∼6일 정도 시차피로의 회복시간이 걸린다면, 동쪽으로 여행할 때는 8일 정도가 걸린다.


● 도착 당일이 관건

낮시간에 도착하면 현지 생활패턴에 따라 낮에는 절대 잠을 자지 않아야 하며, 식사시간도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낮에는 가벼운 관광이나 운동(스트레칭과 조깅)으로 몸을 풀되, 기술훈련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저녁시간에 도착하면 가능한 일찍 잠자리에 든다. 잠자리에 들기 전 간식 등은 멀리하고 불을 끈 채로 잠을 청하도록 노력한다.

도착 당일을 잘 지키지 못하면 현지에 생체리듬이 적응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최소한 도착 당일만이라도 철저하게 위의 지침을 지킨다면, 최고는 아니지만 지니고 있는 능력을 발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송홍선 박사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선임연구원
스포츠동아·한국스포츠개발원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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