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스틴 터너. 사진 | 동아닷컴
강팀이 되려면 주전과 백업선수의 기량 차이가 크지 않아야 된다. 특히 팀 당 연간 162경기의 장기 레이스를 펼치는 메이저리그에서 백업선수의 기량은 팀 성적을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LA 다저스는 4일(이하 한국시간) 현재 올 시즌 78승 62패 승률 0.557의 성적으로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고수하고 있다. 2위 샌프란시스코에 2경기 차로 앞서 있어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지구우승을 노리고 있다.
올 시즌 다저스는 지난 해와 달리 시즌 초부터 줄곧 상위권을 유지했다. 클레이튼 커쇼(27)-잭 그레인키(31)-류현진(27)으로 이어지는 리그 최강 선발진은 물론 디 고든(26)-야시엘 푸이그(24)-아드리안 곤잘레스(32)로 연결되는 타선의 짜임새도 작년에 비해 한층 더 견고해졌다.
하지만 다저스는 올 해도 주전 내야수 헨리 라미레즈(31)와 후안 유리베(35)가 부상자 명단에 오르는 등 위기를 겪었다. 그러나 다저스는 흔들리지 않았다.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내야의 모든 포지션은 물론 외야까지 소화할 수 있는 유틸리티 플레이어 저스틴 터너(30)가 있었기 때문이다.
터너는 29일 현재 올 시즌 총 93경기에 출장해 타율 0.322 4홈런 31타점 5도루를 기록 중이다. 출루율(0.391)과 장타율(0.445)도 좋아 백업으로만 활용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뛰어난 성적이다.
터너는 또 지난달 22일 샌디에이고전에서는 0-1로 뒤진 8회에 역전 투런홈런을 터트려 당시 선발로 등판한 커쇼가 시즌 15승을 챙기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저스틴 터너. 사진 | 동아닷컴
이후 볼티모어로 트레이드 된 그는 2009년 9월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볼티모어에서 두 시즌을 뛴 터너는 주로 마이너리그에 머무는 시간이 더 많았고 2010년 5월 성적부진을 이유로 방출됐지만 다행히 뉴욕 메츠로 이적했다.
메츠로 이적한 터너는 2011년 자신의 빅리그 커리어 하이인 시즌 총 117경기에 출전해 타율 0.260 4홈런 51타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하지만 터너가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올리지 못하자 뉴욕 메츠는 작년 시즌이 끝난 뒤 그를 논텐더(Non-Tender)로 처리했다. 사실상 방출이다.
또다시 방출의 아픔을 경험한 터너는 올 2월 다저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초청선수자격으로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에 참가했다. 이 때만해도 터너의 앞날은 어두웠다. 하지만 그는 절망을 실력으로 거둬내며 지난 3월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약 6개월의 시간이 흐른 지금 터너는 다저스에서 없어서는 안될 알토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동아닷컴은 국내 언론 최초로 올 시즌 다저스의 신데렐라가 된 터너를 지난달 말 미국 애리조나에 위치한 체이스필드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터너와의 일문일답.
-만나서 반갑다. 최근 몸 상태는 어떤가?
“좋다. 가능한 시즌이 끝날 때까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다저스로 이적한 첫 해에 호성적을 거두고 있다. 비결이 있다면?
“(웃으며) 특별한 비결이 어디 있겠는가? 팀이 나를 필요로 할 때 특히 타석에서의 공헌도를 높이기 위해 집중하고 아울러 진루에도 신경을 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
저스틴 터너. 사진 | 동아닷컴
“특별히 정해놓은 목표는 없다. 다만 예전과 달리 설령 아웃이 되더라도 주자가 있을 때는 최소한 진루타라도 치려고 노력하는 등 타석에서 쉽게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공격하려 노력하고 있다.”
-야구를 시작한 뒤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메이저리그에 콜업되었을 때도 기뻤지만 최근 샌디에이고와의 경기에서 결승 투런홈런을 쳤을 때도 매우 기쁘고 행복했다. 당분간 잊지 못할 것 같다.”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또 다른 행복도 원하고 있을 것 같다.
“(웃으며) 물론이다.”
-어렸을 때 야구를 시작한 걸로 안다. 롤모델은 누구였나?
“성장할 때까지 아버지에게 야구를 배웠다. 야구와 관련된 것은 항상 아버지를 통해 얻었고 궁금한 것이 있거나 문제가 생겨도 늘 아버지와 상의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아버지가 나의 코치이자 롤모델이었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상대하기 힘든 투수를 꼽자면?
“메이저리그 투수들은 모두 다 상대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을 꼽자면 애틀랜타의 조단 월든(27)이다. 특이한 그의 투구폼 때문인지 올 시즌 월든에게 특히 고전하고 있다.”
-대학에서 ‘신체 운동학’을 전공해 선수생활에 도움이 될 것 같다.
“그렇다. 컨디션 조절이나 신체상태 등을 관리하고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게다가 다저스에는 뛰어난 트레이너들이 많아 이 또한 큰 혜택이자 도움이 된다.”
-연습이나 게임이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나?
“주로 쉬는 편이다. 어제가 쉬는 날이었는데 평소와 달리 어제는 쇼핑도 했다. 하지만 쇼핑 후에는 오늘 경기를 위해 푹 쉬었다.”
저스틴 터너. 사진 | 동아닷컴
“동료들은 내 이름을 줄여서 제이티(JT)라고 부른다. 하지만 어렸을 때나 성장기에는 다들 레드(Red)라고 불렀다.”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 편인가?
“나 같은 경우는 야구장에 오면 정해진 시간과 일정에 따라 운동을 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루틴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특별히 내세울만한 징크스는 없다.”
-터너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가?
“3살 때 야구를 시작해 평생 야구만 했다. 그러다 보니 누구보다 더 야구를 사랑하고 내가 가진 대부분의 것은 야구를 통해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야구는 내 삶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야구는 부모님을 통해 얻은 특별한 재능이기도 하다.”
-당신처럼 빅리거가 되고 싶은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없다. 그들도 성장하며 느끼겠지만 세상에는 야구 외에도 재미난 일들이 많다. 그것들의 유혹을 물리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해야 된다.”
-올 시즌 당신의 활약 덕에 갈수록 팬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 팬들을 위해 한 마디 해달라.
“먼저 한국 팬들에게 인사부터 전하고 싶다. (웃으며) 아울러 류현진이 등판하는 날에는 평소보다 더 멋진 수비를 펼쳐 승리할 수 있도록 돕겠다.”
애리조나=이상희 동아닷컴 객원기자 sang@Lee2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