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선수들. 스포츠동아DB
LG는 31일 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넥센에 패했다. 결국 PO 전적 1승3패로 기대했던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잡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1루 쪽부터 좌익수 뒤쪽 외야까지 잠실구장을 가득 채운 LG 팬들은 유광점퍼를 입고 양상문 감독과 선수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LG 팬들은 경기 후에도 야구장을 떠나지 못하고 “최강 LG!” 구호와 함께 응원가를 부르며 선수단을 격려했다. 양 감독이 패장 인터뷰를 위해 그라운드로 나서자 팬들은 마치 승장을 맞이하듯 “양상문”을 연호했다.
5할 승률에서 -16경기. 시즌 초반 LG는 4강은커녕 최하위를 걱정해야 하는 성적표를 받아들고 있었다. 5월 11일까지 34경기에서 10승23패 승률 0.303으로 9위였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마운드는 붕괴됐고, 개막 17경기 만에 김기태 감독이 성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새 감독의 임무는 순위싸움이 아니라 어떻게 상처를 봉합하고 한 해를 잘 마무리하느냐에 쏠렸다.
5월 13일 사령탑에 오른 양상문 감독은 “아직 포기할 때가 아니다. 5할 승률과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4강권과는 너무나 뒤떨어져 있던 상황이었다.
양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정성훈의 리드오프 배치와 채은성 황목치승 등 새 얼굴 발굴이 이어졌다. 마운드를 철저한 시스템으로 운영했다. 감독이 직접 타격코치, 수비코치와 매일 회의를 하며 라인업을 짰다. 무명의 포수였던 최경철에게 깊은 신뢰를 보내며 힘을 줬다.
이병규(9번)의 부상, 외국인타자 조쉬 벨의 부진 등 위기도 있었다. 6월 중순 ‘이제 순위경쟁이 아닌 리빌딩을 선택할 때’라는 의견이 쏟아졌지만 양상문 감독은 흔들림 없이 ‘4강’을 머릿속에서 지우지 않았다.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다’라는 문구를 덕아웃 곳곳에 붙이며 정신력을 강조했다. 유망주 투수 임지섭은 1군 전력에서 완전히 제외해 투구폼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결단도 보여줬다.
외국인투수 리오단을 엔트리에서 빼고 직접 투구폼을 가다듬어 선발 로테이션을 굳게 지키게 했고, 부상에서 돌아온 신정락이 힘을 보태며 마운드는 점점 더 강해졌다. 타선에서는 베테랑들의 체력안배를 통해 집중력을 높였다.
그리고 10월 9일 KIA전에서 6점차를 뒤집는 7-6 대역전극을 통해 드디어 5할 승률을 달성했다. 감독이 시즌 중 교체됐고, 한때 승패차가 -16까지 떨어졌지만 시즌 마지막까지 치열한 4강 경쟁을 통해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다.
이미 큰 성과를 거뒀지만 양상문 감독은 “포스트시즌에 오른 만큼 목표는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며 큰 그림을 그렸다. 준플레이오프에서 3위 NC를 꺾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랐지만 넥센에 패하며 기적 같았던 역전 드라마는 마침표를 찍었다.
LG의 가을야구는 끝났지만 내년시즌에 대한 희망은 밝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은 선수들에게 큰 자산이다. 수년간 약점으로 지적됐던 포수는 최경철의 성장으로 든든하다. 한국야구에 완전히 적응한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도 내년 더 큰 활약이 기대된다. 다만 입대하는 신정락의 공백, 더딘 유망주 성장과 세대교체 준비가 필요한 주전 라인업 등은 LG가 계속 4강권에 머물기 위한 숙제로 남았다.
잠실|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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