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G 평균 2시간48분! 스피드업 변화는 시작됐다

입력 2015-03-09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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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김민우가 8일 마산구장에서 열린 KBO 시범경기 NC전 4회초 1사 1루에서 박명환을 상대하다 풀카운트에서 타석에서 벗어나 스피드 업 규정 위반으로 삼진을 당하자 황인태 구심에게 억울함을 하소연하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지난해 시범경기 평균보다 15분 시간단축 효과
타자 타석 이탈시 스트라이크 적용 논란 발생
KBO “시범경기 동안 지켜보고 보완하겠다”


프로야구 시범경기 초반 가장 뜨거운 화제는 올 시즌 새로 도입한 ‘스피드업 규정’이다. 특히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자신의 공격이 끝날 때까지 최소 한 발은 배터박스 안에 둬야 한다’는 규정의 적용으로 인해 논란이 일고 있다. 7일 시범경기 개막전에서 한화 김경언과 LG 이진영이 2스트라이크 이후 무의식적으로 타석을 벗어났다가 주심으로부터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고 삼진을 당했고, 8일 KIA 김민우도 NC전에서 4회 볼카운트 3B-2S에서 타석을 벗어나다 삼진으로 물러났다. 벌써 이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나타하고 있다. ‘폐지론’이 고개를 들고 있고, 일부에서는 ‘수정론’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한쪽에서는 ‘팬들을 위해 필요하다’며 스피업은 규정의 강력한 시행에 대해 찬성하기도 한다.


● 타석에서 양 발 빠지면 무조건 스트라이크?

가장 논란이 큰 규정은 타자가 타석 이탈시 경고 없이 곧바로 스트라이크를 적용하는 조항이다. 일부에서는 아직 규정을 숙지하지 못하고 ‘타자가 헛스윙 후 중심이 무너져 타석을 이탈해도 스트라이크냐’, ‘투수가 일부러 타자 몸쪽으로 던져 타석에서 벗어나게 해도 되느냐’고 묻기도 한다.

우선 다시 한번 규정에 대해 정확히 숙지할 필요가 있다. 대회요강에는 타자가 타석을 이탈할 수 있는 경우를 9가지 항목으로 정리해놓았다. ▲타격행위(파울 또는 헛스윙)를 한 후 중심을 잃었을 때 ▲몸쪽 공을 피하기 위해 타석을 이탈하는 경우 ▲양팀 벤치에서 타임을 요청할 때 ▲폭투나 패스트볼이 일어났을 경우 ▲투수가 투구 뒤 볼을 받고 마운드를 벗어났을 때 ▲포수가 수비지휘를 위해 포수석을 벗어났을 때 ▲부상 또는 선수의 몸에 이상이 생기거나, 배트교환 등 정당한 이유로 타석을 벗어났을 때 ▲천재지변이나 그 외의 경우로 인하여 경기가 중단되었을 때 ▲기타 주심이 인정하는 경우다. 결국 무조건 양 발이 타석에서 벗어날 때 스트라이크를 주는 게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습관적으로, 또는 고의적으로 타석에서 벗어날 경우에만 스트라이크를 주는 것이다.

경기의 스피드업 규정은 올해 신설된 것이 아니다. 다만 지난해까지는 ‘첫 번째 타석 이탈시 주심이 타자에게 1차 경고를 주고, 두 번째 이탈시 주심이 스트라이크를 선언할 수 있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경고 제도로는 실효성이 없었다. 그동안 심판도 규정대로 적용하지 않고 타자가 타석에서 이탈하면 ‘빨리 들어서라’며 종용할 뿐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경고 없이 바로 스트라이크를 주는 쪽으로 강력하게 규정을 시행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미 지난해 말 발표를 했고, 스프링캠프에서도 충분히 선수단에 설명했지만 모두들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다가 실제로 적용되니 깜짝 놀라고 있는 것이다.


● ML도 시간 줄이기 몸부림

지난해 한국프로야구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27분이었다. 2012년 3시간 11분, 2013년 3시간 20분으로 늘더니 지난해엔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1998년까지만 해도 평균 경기시간이 3시간을 넘은 해는 1982년, 1989년, 1996년(이상 3시간 2분) 3차례뿐이었다. 나머지는 모두 2시간대였다. 특히 1993년에는 역대 최단시간인 2시간47분이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평균 3시간8분이었다. 한국보다 19분이나 짧았지만, “2010년보다 13분이나 늘어났다”며 비상이 걸렸다. 메이저리그도 올해부터 스피드업을 위해 타자가 최소 한 발은 타석에 두도록 강제하기로 했다. 다만 위반할 경우 스트라이크를 적용하는 대신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는 점만 한국과 다르다. 메이저리그가 이런 규정을 둔다는 것은 앞으로 국제대회에서도 타자가 타석을 벗어날 수 없다는 규정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스피드의 시대. 결국 한국프로야구 경기 시간을 줄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 나아가 어린 선수들이 야구를 배울 때부터 타자가 타석을 벗어나는 습관을 만들지 않도록 아마추어 야구계도 함께 노력을 기울여야한다.


● 시범경기서 스피드업 효과? 작년 대비 15분 단축


투수가 주자 없을 때 20초 안에 공을 던져야한다는 ‘20초룰’이 처음 만들어질 때도 많은 투수들은 ‘나만의 루틴이 있다’, ‘어떻게 시간까지 계산하며 공을 던지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나 그 20초룰이 현재 12초룰로 줄어들었다. 새로운 제도 도입은 언제나 전통론자와 보수주의자들의 저항에 부딪치게 마련이다.

역설적이지만 시범경기에서 스피드업 규정과 관련한 논란이 발생하는 것 자체로써 이미 스피드업은 효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강력한 시행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선수들이 스피드업에 대해 의식하기 시작했고, 그동안 한 귀로 듣고 흘려보냈던 규정들도 숙지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노력들도 동반되고 있다. 7일 피해를 본 김경언은 8일 LG전에서 한 발을 타석에 두려고 했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또 다른 스피드업 규정들도 마찬가지다. 선수들은 볼넷 후 타석에서 보호장비를 풀 채비를 하다 1루까지 뛰어간 뒤 풀어서 코치에게 건네는 장면도 자주 연출됐다.

스피드업을 위한 노력들로 인해 실제로 시간 단축의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올해 시범경기 개막 후 이틀간 치른 10경기 평균 경기시간은 2시간48분으로 집계됐다. 시범경기는 정규시즌보다 경기시간이 짧기는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해도 확실히 단축됐다. 작년 시범경기 개막 후 이틀간 8경기를 치르는 동안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3분을 기록했다. 표본이 적기는 하지만 단순비교로 경기당 15분이나 줄어든 셈이다.


● 스피드업을 위한 경기? 경기를 위한 스피드업!

중요한 건 ‘스피드업을 위한 경기’가 아니라, ‘경기를 위한 스피드업’이다. 경기를 살리면서 스피드업에 성공할 수 있는 교집합을 찾아야한다.

그동안 타석에서 볼이나 스트라이크나 1구마다 무의식 중에 타석을 벗어난 뒤 심판 뒤로 한 바퀴 돌던 선수들도 있었다. KBO 자료에 의하면 A구단 B선수는 공 5개 상대하는 데 2분16초가 걸렸다. 공 1개당 평균 30초가 걸린 셈이다. 하루 4타석이면 혼자 10분 가까이 잡아먹을 때도 있다. 불필요한 습관을 고치려는 선수단의 의식변화는 필수적이다.

KBO도 타자의 타석 이탈 시 곧바로 스트라이크를 적용하는 룰이 과도한지, 아니면 그대로 끌고 나가야하는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정금조 운영육성부장과 김인식 규칙위원장은 “문제가 되고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시범경기 기간 동안 지켜보고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고의적으로 프로야구를 망치고 싶어하는 야구인은 없다. 스피드업을 놓고 감독이든, 선수든, KBO든 각자의 위치에서 고민하고 노력하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 무엇이 프로야구를 살리는 길일까. 시범경기 시작과 동시에 터진 스피드업 논란은 변화의 시작으로 평가할 만하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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