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리그 레이더] ‘메르스 비상’…KOVO컵 해? 말아?

입력 2015-06-09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메르스가 한국사회를 뒤흔들면서 7월 10일부터 예정된 청주 KOVO컵 개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2015월드리그 한국-체코전에서도 마스크를 쓴 관중이 여럿 눈에 띄었다. 천안|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최근 관중 ↓…다양한 시나리오 검토 중
OK저축, 실바 영입…시몬 아웃 가능성
여자부는 용병 2명 뽑고 1명 출전 의견
‘보상 규정 완화’ 국내 FA 보호 목소리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우리 사회를 흔들고 있다. 앞으로 몇 주간 어떻게 상황이 발전하느냐가 중요해졌다. 유행병이 번지면 대중이 모이는 스포츠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전국대학배구리그는 예정했던 경기를 취소했다. 2015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의 흥행에도 비상 신호등이 켜졌다. 6∼7일 천안에서 벌어진 한국-체코전 때는 관중석이 많이 비었다. 13∼14일에는 수원에서 한일전이 열린다. 한국배구연맹(KOVO)도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7월 10일부터 예정된 KOVO컵의 강행 여부를 6월말까지 결정해야 한다.


● KOVO컵 진행상황은 어디까지?

청주에서 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하고 지방자치단체와 이미 협의도 마쳤다. 그러나 메르스가 진정되지 않을 경우에는 상황이 꼬인다. 배구는 실내 스포츠다. 프로야구, 프로축구와는 다르다. 이미 시즌에 들어간 프로야구와 프로축구는 중계권, 타이틀스폰서와의 계약문제 등 때문에 쉽게 리그를 중단할 수 없다. 국민이 불안에 휩싸이지 않고 일상생활을 하기를 원하는 정부의 방침도 고려해야 한다. 리그 중단은 최악의 상황에서나 나올 법한 얘기다.

KOVO컵은 아직 개막하기 전이다. 대회기간도 짧다. 관중의 성원 없이 썰렁한 분위기에서 대회를 강행해봐야 득이 많지 않은 것도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각 구단과 선수들이 KOVO컵에 큰 열의를 보이지 않았던 것도 변수다.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올림픽예선 때문에 남녀대표선수들의 KOVO컵 참가도 불투명하다. 흥행에 많은 마이너스 요인이 있기에 KOVO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 새 시즌 활약할 남자외국인선수는 누구?

다음 시즌 V리그에서 활약할 남자외국인선수의 윤곽이 대부분 드러났다. 이미 레오(삼성화재), 산체스(대한항공) 등 쿠바선수들은 재계약을 마쳤다. 현대캐피탈은 까메호, LIG손해보험은 마틴과 협의를 마쳤다. 이들은 큰 변수가 없는 한 V리그에 유턴한다. 한국전력은 월드리그에서 체코대표로 활약 중인 얀 스토크르와 가계약했다. 우리카드는 여전히 물색 중이다. 후보자 2명 가운데 한 명과 조만간 계약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

우승팀 OK저축은행은 시몬과 계약기간이 1년 남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우승 주역 시몬의 무릎 상태가 좋지 않다. 새로운 선수를 선택했다. 브라질의 라이트 공격수 레안드로 마르틴스 다 실바다. 신장 217cm의 기대주다. 국제무대에서 크게 이름을 떨치진 않았지만, V리그에서 2∼3년만 경험을 쌓는다면 특급선수가 될 수 있는 육성형 선수다. OK저축은행은 시몬이 치료를 마치고 팀에 복귀할 때까지 활용할 생각이지만, 기대이상으로 활약한다면 시몬에 대한 미련을 버릴 수도 있다. 현행 V리그 규약에는 각 구단이 1명의 외국인선수만 보유할 수 있다. 다른 외국인선수를 데려오기 위해선 기존 선수와는 어떤 식으로든 서류상 정리를 해야 한다. OK저축은행의 사례는 외국인선수제도의 변화를 이끌 수도 있다.

트라이아웃을 마친 여자부는 2016∼2017시즌 2명의 외국인선수를 뽑아 이 중 1명을 출전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현재의 트라이아웃 방식으로는 시즌 도중 용병 퇴출 시 대체선수를 데려오기 어렵다. 이 때문에 처음부터 2명을 뽑는 것이 낫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2016∼2017시즌부터 트라이아웃을 실시하기로 한 남자부도 처음부터 2명을 뽑아 1명을 출전시키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KOVO는 새로운 제도를 결정하기에 앞서 가능하다면 많은 이의 의견을 들어보는 것이 좋겠다. 백짓장도 맞들면 낫다고 했다.


● 새 제도의 도입에 앞서 먼저 생각해야할 우리 선수들의 권리

4일 KOVO는 실무위원회에서 새 외국인선수 제도를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남녀 모두 트라이아웃을 통한 드래프트제도가 도입되면 V리그 환경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그 변화에 발맞춰 구단들이 고려해야 할 것은 우리 선수들의 권리다. 이미 주공격수 자리를 빼앗긴 우리 선수들에게 새로운 제도는 더 많은 희생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 가장 필요한 것이 현행 자유계약선수(FA) 제도의 개선이다. 현 제도는 몇몇 특급선수에게는 문제가 없지만, 어중간한 FA에게는 팀 선택의 자유가 거의 없다. 과도한 보상규정 탓에 그 선수가 탐나도 데려가려는 구단이 드물다. 보상규정을 완화해줘야 한다. 또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선수들에게 더 많은 이적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야구의 ‘룰5 드래프트’와 같은 제도를 도입해 각 구단이 보호선수를 제외하고 모든 선수를 드래프트로 내놓고 서로 선택하게 한다면 선수들에게는 이전보다 많은 이적과 출전 기회가 생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