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컵 폭행’ 남종현 회장 사퇴…탄핵 움직임 알았나?

입력 2015-06-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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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현 대한유도회장이 ‘맥주컵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지 6일 만인 25일 자진사퇴했다. 그 과정에 유도인들의 탄핵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2013년 4월 취임한 남 회장은 2017년 1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신의 이름에 스스로 먹칠을 하고 말았다. 스포츠동아DB

남종현 대한유도회장이 ‘맥주컵 폭행’으로 물의를 빚은지 6일 만인 25일 자진사퇴했다. 그 과정에 유도인들의 탄핵 움직임까지 포착됐다. 2013년 4월 취임한 남 회장은 2017년 1월까지인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자신의 이름에 스스로 먹칠을 하고 말았다. 스포츠동아DB

■ 폭행 물의 6일만에 자진사퇴 전말

사퇴 전날 원로 유도인 남회장과 통화
“경찰이 비리발표 할 것” 메시지 전해
임시대의원 총회 소집 계획한 날 사퇴
경찰, 조만간 남종현 회장 소환 계획


‘맥주컵 폭행’을 저지른 대한유도회 남종현 회장이 25일 사퇴했다. 대한유도회는 “남 회장이 일신상의 이유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자진사퇴했다. 정관 17조에 의거해 6월 30일 긴급이사회를 열고, 직무대행 선출 및 차기 회장 선출 일정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로써 남 회장은 19일 강원도 철원에서 임원 회식 도중 중고유도연맹 이무희 회장을 향해 “딴 놈은 ‘충성맹세’를 하는데 너는 왜 안 해? 무릎 꿇어”라는 폭언과 함께 맥주컵을 얼굴에 던져 상해를 입힌지 6일 만에 대한유도회장직을 내려놓았다. 2013년 4월 김정행 전 회장(현 대한체육회장)에 이어 대한유도회장에 취임한 이후 임기를 채우지도 못하고 퇴장하기까지의 과정을 추적했다.


● 유도인들 차원에서 탄핵 움직임 있었다!

한 유도인은 25일 오전 “임시대의원총회를 열려면 20명의 대의원들 중 최소 7명 이상의 대의원이 제청을 해야 하는데, 오늘 7명이 채워졌다”고 제보했다. 이 유도인은 “이제 날짜를 잡고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과반(10명) 이상의 대의원 참석자 중 과반이 탄핵에 찬성하면 남 회장을 물러나게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린다는 것은 유도인들이 남종현 회장에게서 돌아섰다는 움직일 수 없는 정황증거에 해당한다. 대한유도회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김정행 대한체육회장조차 사태에 대해 별 말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유도인은 “김 회장이 얼마나 남 회장을 후견하는지는 몰라도 원로 유도인들이나 임원들의 여론을 김 회장이 무시하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결국 남 회장은 25일 오후 대한유도회에 자진사퇴 의사를 밝혔다.


● 남종현 회장, 끝까지 버티려 했나?

취재 결과 남종현 회장은 적어도 24일 오전까지는 물러날 의사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이무희 회장을 문병하러 간 원로 유도인이 이날 남 회장의 전화를 받았다는 증언이 있었다. 여기서 남 회장은 “경찰이 오늘 안병근, 조인철 전 감독의 비리에 대한 발표를 할 것”이라는 얘기를 미리 전했다고 한다. 이 말이 퍼지자 가뜩이나 속이 끓던 유도인들은 “남 회장이 유도인들을 협박하는 것 아니냐”며 더욱 격앙됐다는 전언이다. 남 회장이 자신의 사건에 대해 물 타기를 시도하며 ‘나를 궁지로 몰면 유도회의 비리를 더 터뜨릴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남 회장의 입장을 들으려 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한 유도인은 “유도 버전의 ‘성완종 리스트’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남 회장이 순순히 물러나지 않으면 유도계가 ‘내전’으로 갈까 우려됐는데, 자진사퇴로 일단락됐다.


● 경찰 수사는 피할 수 없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강원지방경찰청은 남종현 회장을 7월 3일까지 소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남 회장이 자진사퇴함에 따라 일단 대한유도회장 직함을 달고 경찰 수사를 받는 일은 피하게 됐다. 이와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는 25일 “체육계 자정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논평했다. 문체부는 이에 앞서 남 회장의 징계를 대한체육회에 요청한 바 있다.

한편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김진도 경북유도회장이 직무대행을 맡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 회장은 2013년 2월 김정행 전 회장이 대한체육회장으로 영전하고 남 회장이 취임하기까지 공백기가 있었을 때도 직무대행을 맡은 바 있다. 직무대행체제는 최대 60일간 지속될 수 있다. 그 전에 새 회장을 뽑아야 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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