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펄 난 김명진, 얌전해진 모로즈

입력 2016-01-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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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가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대한항공과의 원정경기에서 1·2세트를 내주고도 내리 3세트를 따내며 대역전승을 거뒀다. 삼성화재 선수들이 승리가 확정된 순간 한데 모여 기쁨을 나누고 있다. 인천|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 그로저 빠진 삼성화재, 대한항공 격파

김명진, 3·4세트에만 16득점…역전승 견인
모로즈, 손가락 욕설 논란에 자중하는 모습


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벌어진 ‘2015∼2016 NH농협 V리그’ 남자부 4라운드 맞대결을 앞두고 대한항공과 삼성화재의 키워드는 김명진과 모로즈였다. 삼성화재로선 외국인선수 그로저가 독일대표팀에 차출돼 지난달 30일 팀을 떠난 이후 2번째 경기였다. 1일 선두 OK저축은행전에서도 라이트 대포 부재의 문제점을 확인하며 0-3으로 완패했다. 6연승으로 2위를 달리는 대한항공전에서도 그로저의 공백을 어떻게 메우느냐가 관건이었다.

경기에 앞서 삼성화재 임도헌 감독은 왼손 라이트 김명진이 제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했다. 대한항공 김종민 감독도 “김명진의 공격을 우리 블로킹이 잘 잡아내지 못했다. 요즘은 한 번 흐름을 빼앗기면 경기를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다. 오늘 경기를 특히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에선 외국인선수 모로즈의 이름이 자주 나왔다. 지난달 31일 한국전력전에서 심판을 향해 불경스러운 제스처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모로즈가 유니폼 속에서 어떤 손가락을 몇 개 올렸는지는 본인만 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사후판독 결과 행동이 부적절했다고 판단하면서도, 의심만으로 징계를 내릴 사안은 아니라고 판단한 듯했다. ‘배구는 매너의 경기이므로 앞으로 상대방을 존중해주기를 바란다’는 내용의 점잖은 공문을 대한항공에 보내기로 했다. 대한항공 이유성 단장은 3일 김 감독에게 “(모로즈가) 앞으로는 다른 팀이나 관계자에게 자극이 될 만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를 주라”고 당부했다.

모로즈는 현대캐피탈과의 V리그 데뷔전 때도 세리머니 때문에 상대팀 최태웅 감독의 항의를 불렀다. 역동적 행동으로 팀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은 좋지만, 굳이 상대방을 자극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그동안 몇 차례 위험한 경계선에 자주 있었다.

이날 첫 세트 삼성화재는 안정된 서브 리시브를 바탕으로 중앙을 파고드는 속공으로 점수를 쌓았다. 레프트와 중앙에서 공격이 주로 이뤄지고, 공격성공률도 대한항공에 10% 이상 뒤지면서도 경기를 앞서가다 결국 역전 당했다. 21-21에서 김명진의 백어택이 김형우의 블로킹에 걸렸고, 공격범실까지 나오는 순간 균형이 무너졌다. 대한항공은 김형우가 세트포인트에서 또 김명진을 막아내며 1세트를 끝냈다. 초반 기세가 중요했던 삼성화재로선 김명진의 그 한 점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2세트도 쉽게 내주며 완패를 당할 것 같았다.

그러나 삼성화재는 기사회생했다. 3·4세트를 따내며 대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1·2세트에서 3득점에 그쳤던 김명진이 두 세트에서 무려 16득점하며 활로를 열어줬기에 가능했다. 김명진은 4세트부터 자신감을 회복한 듯 용감한 공격으로 대한항공의 코트를 공략했다. 그로저가 없는 삼성화재의 해답은 역시 김명진이었고, 김 감독의 불안한 예감은 결국 적중했다. 경기 후 김명진은 “내가 팀에 필요 없는 선수가 될까봐 걱정했는데, 선배들이 많이 격려해줬고 감독님이 훈련도 많이 시켜주면서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으로 믿었다”고 밝혔다.

반면 모로즈는 경기 내내 조용했다. 상대 선수와 접촉이 나오면 먼저 손을 들어 사과하는 등 이전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눈에 띄게 얌전해진 모로즈는 팀의 대역전패를 막지 못했다.

인천 |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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