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 기자의 런던 리포트] 박지성 호출 땐 전원 집합! 돈독한 ‘런던 커뮤니티’

입력 2016-03-09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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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가대표 축구선수 박지성.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이청용·손흥민·지소연 등 틈틈이 교류

2011년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이 끝난 뒤 한국축구는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섰다. 2000년대 초반 혜성처럼 등장해 한시대를 풍미한 박지성(35)과 이영표(39)가 동시에 태극마크를 반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큰 혼란은 없었다. 영웅의 빈 자리는 새로운 영웅이 채우는 법. 떠난 형님들의 빈 자리를 동생들이 빠르게 대신했다.

꾸준히 국가대표팀의 골격을 형성해온 해외파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최고 무대의 위상을 지키는 잉글랜드 무대에서 활약하는 선수들부터 새로운 커뮤니티를 형성했다. 당연히 그 중심에는 베테랑들이 있다. 과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QPR(퀸즈파크 레인저스)에 몸담았던 박지성, 토트넘에서 활약한 이영표의 역할을 이제는 어엿한 선배 반열에 오른 기성용(27·스완지시티)과 이청용(28·크리스털 팰리스)이 대체했다.

그런데 이들의 활동범위(?)가 예전에 비해 넓어진 것이 특징이다. 태극전사 고참 콤비는 2015∼2016시즌을 앞두고 독일 분데스리가 레버쿠젠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손흥민(24)과 챔피언십(2부리그) QPR을 거쳐 올 시즌 후반기를 기점으로 찰턴으로 단기 임대된 윤석영(26)은 물론, 첼시 레이디스에서 활약하는 여자국가대표 지소연(25)까지 알뜰살뜰히 보살피고 있다. 둘은 틈날 때마다 동생들을 불러내 식사를 함께하며 대화하고 격려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는 전언이다.

공교롭게도 ‘런더너(런던 사람)’가 많아진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대부분 런던이나 근교에 터를 잡고 생활하고 있다. 런던에서 기차로 3시간 떨어진 웨일스 지역 스완지에 머무는 기성용만 제외하면 거의 전부가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얼마 전만 해도 잉글랜드 멤버들은 쉽게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맨체스터(박지성)와 그 인근의 볼턴(이청용), 선덜랜드(지동원·24·현 아우크스부르크) 등 영국 각지로 흩어져 있어 현실적으로 얼굴을 마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이제는 갑작스러운 번개 모임을 가져도 크게 부담이 없다. 따뜻한 차 한 잔의 여유도 불가능하지 않다. 한 선수의 측근은 “소모임이 아닌, 꽤 규모가 큰 모임이 됐다. 물론 함께 식사하면 계산은 꼭 선배들이 한다더라”며 웃었다.

물론 여전히 박지성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다. 2014년 현역에서 물러나 축구행정가로서 제2의 인생에 나선 그는 신혼집을 마련한 런던에 거주하고 있다. 빈도가 많지는 않아도 ‘대선배’ 박지성이 호출하면 특별한 일이 아니면 ‘전원 집합’이 된다. 그렇다고 부담은 없다. 조용한 식당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이해하고 관계를 돈독히 하는 ‘힐링 캠프’다.

런던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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