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애틀 이대호.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메이저리그 수비 시프트 파괴하는 홈런 타자 ‘주가폭등’
서비스 감독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도
선발 24경기 홈런 10방·타율 0.308
풀타임 출전 땐 30홈런 페이스 주목
미국 메이저리그 전문가인 대니얼 김 KBSN 해설위원은 “시애틀은 이대호에게 훌륭한 환승역이 될 수 있다”고 표현했다. 그 예상이 들어맞는 분위기다.
이대호는 올해 초 주위의 우려와 만류를 뿌리치고 “오랜 꿈이던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겠다”며 일본 구단이 제시한 최대 3년 18억엔(약 183억원·연평균 51억원)의 다년 계약을 거절했다. 대신 시애틀과 맺은 계약은 옵션 포함 최대 400만 달러 연봉의 1년 계약. 그러나 이는 스스로 스프링캠프에서 경쟁을 통해 40인 로스터에 진입하고 다시 25인 로스터에 남아야 받을 수 있는 계약이었다. 당시에는 한국과 일본에서 뛰어난 기록을 보여줬지만 아직 메이저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만 34세의 타자에게 시애틀이 얼마만큼 기회를 보장할지 의문부호가 따랐다.
메이저리그 개막과 함께 돌출된 걸림돌은 플래툰 시스템. 시애틀 스캇 서비스 감독은 플래툰 시스템을 고집스럽게 운용했다. 하지만 이대호는 이 장애물을 뛰어 넘었다. ‘좌우 놀이’속에 팀이 치른 42경기 중 단 24경기만 선발 출장하는 불규칙한 리듬을 극복하고 12일 현재(한국시간) 0.308의 수준급 타율에 10개의 홈런을 쏘아 올렸다. 풀타임 출전이라면 시즌 30홈런 이상도 거뜬하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대호가 11일 홈런 2개를 때리고 4타점을 올렸지만 12일 스캇 서비스 감독이 상대의 우완 선발에 따라 선발출장에서 제외하자 시애틀 타임스 라이언 디뷔쉬 기자는 “많은 한국인들이 아마 나(스캇 서비스)로 인해 행복하지 않을 것 같다”는 감독의 발언을 소개하기도 했다.
플래툰 시스템 속에서도 이대호의 선전이 이어지면서 2017시즌 이대호에 대한 가치평가는 급상승 중이다.
국내 한 에이전트는 “메이저리그 각 팀은 매년 정교해지고 있는 수비 시프트를 깰 수 있는 홈런 타자에 대한 갈증이 더 깊어지고 있다. 첨단 전력분석 시스템으로 타자의 스윙 궤도를 분석하고 시프트를 짜고 있다. 득점 전체에서 홈런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면서 “이미 메이저리그에서는 시애틀이 이대호를 영입한 것은 ‘대단한 행운이지만 1년 계약한 것은 지독한 불행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30대 중반 나이지만 다년 계약이 아니라면 1년 1000만 달러 이상 연봉을 받을 수 있는 페이스다”고 전했다.
대니얼 김 위원의 표현처럼 시애틀은 이대호에게 주전을 보장해주지 않고 있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진가를 29개 팀 전체에 알릴 수 있는 무대이자 초대형 계약을 향한 환승역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다.
한편, 이대호는 12일 텍사스와 홈경기 연장 10회말 좌투수 제이크 디크맨을 상대하기 위해 대타로 타석에 섰다. 텍사스는 곧장 우투수 맷 부시를 올렸지만 이대호는 145km의 고속 슬라이더를 밀어쳐 우전안타를 뽑았다. 결코 우투수에게 약한 타자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입증한 순간이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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