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감독’ 김인식의 이유 있는 오승환 앓이

입력 2016-09-0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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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위대한 도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인식 감독이 5일 KBO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kwangshin00@donga.com

다시 한번 위대한 도전! 제4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령탑으로 선임된 김인식 감독이 5일 KBO 야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진지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kwangshin00@donga.com

김인식(69) KBO기술위원장은 ‘국민감독’으로 통한다. 처음 국가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2002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안겨줬고, 2006년 제1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진출, 2009년 제2회 WBC 준우승을 이끌었다. 지난해 열린 프리미어12에서는 숙적 일본을 넘어 우승 신화를 썼다. 단기전으로 치러지는 국제대회에서 늘 기대 이상의 성적으로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 김 감독이 ‘국민감독’이자 ‘단기전의 승부사’로 불리는 이유다.

그런 김 감독이 또 한 번의 도전에 나선다. 2017 제4회 WBC다. KBO는 5일 오전 이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구본능 KBO 총재가 김 감독에게 “한 번만 더 대표팀을 맡아 달라”고 부탁했고, 김 감독은 고민 끝에 이를 수락했다. 후배 감독들을 추천했지만, 구 총재는 또 한 번 ‘국민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긴 것이다.


● 감독직 수락, 그러나 걱정이 태산

고민 끝에 지휘봉을 잡았지만, 걱정이 태산이다. 5일 KBO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나선 김 감독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수많은 취재진의 질문에 ‘걱정’이란 두 글자를 자주 언급했다. “벌써 걱정된다. 대표팀을 맡을 때면 경기 전까지 걱정이 끊이질 않는다”는 것이 그의 첫 마디였다. 부상, 투수, 해외파 등 고민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1~2회 대회에서 4강 이상의 성적을 낸 것도 부담이다. 2013년 제3회 대회에서 1라운드 탈락의 아픔을 겪은 대표팀의 위상을 높여야 하는 책임감도 크다.

김 감독은 “일단 KBO리그 한국시리즈(KS)가 끝난 뒤 후보를 추려야 하는데, 부상이 가장 큰 걱정거리다. 물론 지켜봐야 하겠지만, 우수한 선수들이 많은 팀이 KS에 올라가는 것 아니겠냐”며 “WBC가 내년 3월에 열리는데, 2월 중순은 돼야 선수들을 소집할 것이다. 소속팀의 스프링캠프 도중 다칠 수도 있다. 선수들이 다치면 안 된다는 걱정이 앞선다.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오승환.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우완투수 부재, 오승환 찾을 수밖에

김 감독은 이날 ‘끝판대장’ 오승환(33·세인트루이스)의 이름을 언급했다. 이는 특급 우완투수가 부족한 한국야구의 현실과도 맞물려 있다. 김 감독이 “몇 년간 특급 우완투수가 나오지 않는다”며 “프리미어12 때도 우완투수가 없어 걱정이 많았다. 뛰어나다고 말할 수 있는 우완투수가 없어서 걱정이다. 수적으로도 부족하다. 감독이 된 뒤에도 투수 생각만 했다”고 아쉬워했다. 한국·미국·일본에서 모두 마무리를 경험하며 총 372세이브(한국 277·일본 80·미국 15)를 따낸 오승환은 대단히 매력적인 존재다. 그러다 보니 국제대회가 다가오면 오승환을 찾을 수밖에 없는 것이 한국야구의 현실이다.

김 감독은 “감독이 되고 나니 오승환의 존재가 더욱 절실하다”며 “지금 (도박 연루 등의) 문제가 있지만, 본인이 국가에 봉사하겠다고 하면 선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기술위원회와 상벌위원회 등의 의견을 들어봐야겠지만, 개인적으로는 국가에 봉사하겠다고 하면 (오승환은) 뽑아야 한다고 본다. 감독이 되고 나니 더 욕심나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고척돔. 스포츠동아DB

고척돔. 스포츠동아DB



● 사상 첫 WBC 국내 개최, 부담은 없나

한국이 WBC 개최지로 선정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대표팀은 내년 3월7일부터 11일까지 고척스카이돔에서 대만, 네덜란드, 그리고 추후 편성될 한 팀과 B조 조별리그 경기를 치른다. 네덜란드는 3년 전 제3회 대회에서 한국에 아픔을 안긴 바 있다. 김 감독은 “1라운드를 통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2013년에 네덜란드에 지는 바람에 2라운드에 진출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대만과 네덜란드 중 한 팀은 무조건 잡아야 한다. 또 WBC는 TQB(Team quality balance)까지 고려해야 한다. 지더라도 실점을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고 했다. 팀성적지표인 TQB는 득실차를 나타내는 것인데, (총득점/총공격이닝)-(총실점/총수비이닝)을 따진다. 한국이 제3회 대회 1라운드에서 2승1패를 하고도 탈락한 것은 TQB의 영향이 컸다. 김 감독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남은 기간에 잘 준비하고, 부상을 조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운도 따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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