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김하성(오른쪽).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넥센 염경엽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몇 번이나 ‘기둥론’을 강조했다. 팀 타선의 확실한 기둥인 서건창과 이택근, 김민성이 중심을 잡아주고, 김하성과 박동원, 윤석민, 고종욱 등이 기둥으로 올라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 중에서도 김하성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공수를 겸비한 젊은 유격수의 매력은 굳이 설명이 필요없다. 염 감독이 “(김)하성이는 팀의 10년을 책임질 선수”라고 호언장담한 이유다.
김하성은 풀타임 첫해인 2015시즌 140경기에서 타율 0.290(511타수148안타), 19홈런, 73타점, 22도루를 기록하며 잠재력을 입증했다. 신인왕 투표에서 구자욱(삼성), 골든글러브에서 김재호(두산)에 밀려 수상에 실패했고, 홈런 1개가 부족해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지 못했다. 그러나 넥센의 유격수 고민을 지웠다는 점 자체로 의미가 큰 시즌이었다. 염 감독도 “골든글러브와 20홈런-20도루 모두 언젠가는 충분히 할 수 있다”며 격려했다.
올 시즌에는 한 차례 큰 시련을 맛봤다. 7월까지 0.301(346타수104안타), 14홈런, 59타점을 기록하며 순항했으나, 8월 23경기에서 타율 0.163(80타수13안타)의 부진에 빠졌다. 시즌 타율도 0.275로 급전직하했다. 그러나 염 감독은 김하성에게 휴식을 주기보다 경기에 내보내는 쪽을 택했다. “안 좋을 때마다 휴식을 주다 보면 나중에 같은 상황이 와도 이겨내지 못한다.”
결국 김하성은 극심한 슬럼프를 이겨냈다.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며 용기를 북돋워준 심재학 코치의 ‘멘탈 트레이닝’도 큰 도움이 됐다. 김하성은 “욕심낸다고 다 되진 않더라”고 웃으며 아픈 기억을 털어냈다. 9월 16경기에서는 타율 0.333(63타수21안타), 1홈런, 9타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힘을 내고 있는데, 특히 19일 사직 롯데전에서는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홈런(19호) 포함 5타수3안타6타점의 맹활약으로 팀의 11-1 완승을 이끌었다. 20홈런-20도루에 홈런 1개차로 다가섰고, 데뷔 후 개인 한 경기 최다타점도 갈아 치웠다. 5회에는 라인드라이브 타구 2개를 건져내는 등 아웃카운트 3개를 혼자 잡아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공수겸장 유격수’ 김하성의 가치를 보여준 대목이었다. 올 시즌을 통해 이미 넥센의 기둥으로 한 단계 올라섰음은 물론이다.
사직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