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 스포츠동아DB
kt는 2015년 1군 데뷔 때부터 전력보강을 위한 투자에 매우 소극적이었다. 단장은 구단 책임자로 선수단 관리에 큰 문제점을 수차례 노출했지만 결국 모든 책임을 창단 감독이 지고 물러나게 됐다. kt 그룹 관계자는 11일 “조범현 감독과 재계약을 하지 않는 것으로 최종 결정됐다. 곧 통보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조 감독은 2013년 kt와 퓨처스리그를 포함한 3년 계약(2014~2016년)을 맺었다. 그동안 포수 김재윤을 수준급 마무리 투수로 키워냈고, 주권 등 선발 투수진에서도 큰 희망을 발굴했다. 타선에서는 전민수 등 새로운 전력을 다수 찾아냈다. 특히 자신의 재계약을 위한 단기적인 운영보다 팀의 10년 미래를 내다본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 kt도 조 감독의 이러한 장기적인 계획에 높은 점수를 줬고, 시즌 중반 빠른 팀 안정을 위해 재계약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1군 감독 책임 부분이 아닌 퓨처스선수단에서 사고가 나며 재계약 진행은 갑자기 중단됐다. kt그룹은 시즌 중반 kt스포츠의 경영진단을 벌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구단 경영에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러나 결국 감독이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나게 됐다.
구단 내부의 이상 징후는 시즌 초부터 있었다. kt그룹은 큰 자금지원을 약속하며 외부 프리에이전트(FA)시장에서 적극적인 선수보강을 요구했다. 그러나 kt스포츠는 단장의 독단적인 판단으로 유한준과의 계약과 동시에 FA시장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 보호선수 20명 외에 보상선수를 내주지 않아도 되는 신생팀 특별혜택의 마지막 해였지만 더 이상은 외부 전력 보강은 없었다. 일부 FA선수들이 kt행을 희망하며 간접적인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철저히 외면했다.
조 감독은 2003년 SK 지휘봉을 잡으며 감독으로 데뷔해 단시간에 SK를 강팀의 반열에 올렸다. 집중적인 선수육성은 2000년대 후반 SK가 리그 최고의 팀이 되는 토대를 마련했다. 2007년에는 KIA 감독을 맡아 팀을 쇄신, 2009년 통합우승을 이끌었다. SK와 KIA에서도 kt 재임 때와 마찬가지로 장기적인 시각으로 팀을 운영해 높은 평가를 받았다.
kt는 창단 이후 야구단 사장이 3차례 교체되고, 단장도 야구와는 거리가 먼 비전문가가 1군 데뷔를 앞두고 교체 취임하는 등 현장 지원을 위한 확실한 역할을 하지 못했다. 2015시즌에는 100패에 대한 우려도 있었지만 현장 코칭스태프의 헌신으로 최악의 상황을 벗어났다. 그러나 소극적인 투자는 외국인 선수 스카우트에도 이어지며 2년 연속 10위에 머물렀다.
kt는 창단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며 새로운 감독 후보군을 물색할 예정이다. 그러나 한국프로야구에서 리빌딩에 관한한 최고의 전문가로 꼽힌 조 감독도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미 프로야구 계에서는 “kt가 아무런 대안 없이, 지금처럼 소극적인 투자를 계속하면서 조범현 감독과 재계약하지 않는다면 최악의 선택이 될 것”이라는 말이 반복해서 들렸다. 그러나 이는 현실이 됐고, kt그룹과 kt스포츠는 어려우면서도 엄중한 큰 숙제를 스스로 선택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