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지석훈, 이 남자가 ‘백업’으로 사는 법

입력 2016-10-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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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지석훈. 스포츠동아DB

NC 지석훈. 스포츠동아DB

NC 김경문 감독은 묵묵히 뛰는 백업선수들에 대한 미안함을 항상 갖고 있다. “뒤에 있는 선수들이 있어 팀이 강해지는 것이다. 주전들도 항상 긴장을 놓아선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내야수 지석훈(32)은 김 감독의 눈에 밟히는 선수 중 한 명이다. 안정감 있는 수비력을 갖춘 그는 2013년 NC 이적 이후, 매년 100경기 넘게 출장하는 선수로 거듭났다. 유격수와 2루수, 3루수를 오가며 NC 내야의 구멍을 메웠다. 만년 백업이지만 NC에 부족한 경험을 채워줬다.

그런 그에게도 봄날이 왔다. 김 감독은 지난해 주전 3루수 모창민이 슬럼프에 빠지자, 그동안 고생한 지석훈에게 기회를 줬다. 생애 첫 풀타임 주전으로 뛴 그의 성적은 137경기서 타율 0.267·11홈런·46타점이었다.

그러나 올해 FA(프리에이전트) 역대 최고액(4년 최대 96억원)을 받은 3루수 박석민이 오면서 다시 벤치로 물러나야 했다. 여전히 선발(77경기)로 뛴 경기가 교체(64경기)보다 많았지만, 141경기서 타율 0.219·9홈런·54타점으로 지난해만큼의 성과는 내지 못했다.

LG와의 플레이오프(PO) 1차전서도 그는 벤치멤버였다. 8회초 대수비로 들어간 그는 0-2로 뒤진 9회말 기어코 일을 냈다. 박민우와 권희동의 연속안타로 만들어진 무사 1·2루 찬스에서 터진 지석훈의 우전 적시타로 1점차 추격에 성공했다. LG 마무리 임정우를 강판시킨 타구였다. 그리고 용덕한의 끝내기 안타 때 홈을 밟아 극적인 3-2 역전승의 마침표를 찍는 결승득점을 올렸다.

2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무사 1, 3루에서 NC 지석훈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난 뒤 환호하고 있다. 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21일 창원 마산야구장에서 ‘2016 타이어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LG 트윈스의 플레이오프 1차전 경기가 열렸다. 9회말 무사 1, 3루에서 NC 지석훈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난 뒤 환호하고 있다. 마산|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지석훈은 “지난해 주전으로 나가면서 정말 많이 배웠다. 변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어“내 타석이 돌아왔을 때 (이)호준이형이 대타로 나갈 줄 알았다. 바뀌었다면 아예 상황 자체가 오지 않았을 것”이라며 자신을 믿어준 김 감독에게 감사해했다.

백업선수의 숙명, 그는 주전 경험까지 갖추면서 한 단계 더 진화했다. 벤치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많지만, 그만의 노하우도 축적됐다. 놀라운 건 그가 그라운드를 응시하는 지점이다. 그는 “내가 나갈 땐 주로 대수비다. 상대 타자들이 어느 쪽으로 많이 치는지, 상대 타자들의 타이밍이 어떤지 보면서 경기를 준비한다”고 말했다. 클러치 능력이 있는 백업선수답지 않은 코멘트, 지석훈 같은 ‘슈퍼 백업’이 있어 NC는 강해질 수 있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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