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신영철 감독의 ‘방신봉 활용법’

입력 2016-11-21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방신봉(가운데)의 블로킹 실력은 녹슬지 않고 있다. 한국전력 돌풍을 설명할 때 방신봉∼윤봉우의 베테랑 센터라인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py@donga.com

한국전력 센터 방신봉(41)은 V리그 현역 최고령임에도 젊은 선수들 못지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전성기 시절 ‘거미손’이라 불렸던 수비능력은 40대에도 유효한 모습이다.

이를 지켜보는 한국전력 신영철 감독도 베테랑의 녹슬지 않은 기량에 연일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17일 삼성화재전에서 방신봉의 결정적 블로킹 8개로 세트스코어 3-2 역전승을 거둔 직후 신 감독은 “블로킹 능력은 타고났다. 손 모양도 좋고, 손을 뻗는 동작도 빠르다”며 방신봉의 수비능력을 극찬했다.

그러나 한국전력의 선발라인업에서 베테랑 수비수 방신봉을 찾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그의 빈자리엔 후배 센터 전진용(28)이 이름을 올린다. 20일 수원체육관에서 선두 추격을 놓고 벌인 대한항공전도 마찬가지였다. 방신봉은 이날 1세트 막판에야 코트에 첫 모습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신 감독은 고심한 흔적을 조심스럽게 내비쳤다. 신 감독은 “사실 방신봉을 선발로 넣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럴 경우 전진용의 경험과 마인드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마음 여린 전진용이 벤치로 밀리게 되면 자신감 잃을 수 있다고 판단해 배려한 것이다.

앞날을 대비한 포석 측면도 있다. 최고령 선수인 방신봉의 향후 거취와 몸 상태에 미리 대비하기 위해 전진용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주겠다는 의도가 함께 깔려있다. 신 감독 역시 팀의 미래를 위해 전진용에게 충분한 출전시간을 보장해주고 있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물론 이 같은 신 감독의 운용방법 뒤엔 윤봉우(34)라는 최고 센터가 든든하게 버티고 있다. 윤봉우는 20일까지 블로킹 29개로 V리그 최다 1위다. 든든한 수비수가 있기에 효과적이면서도 여유로운 선수기용이 가능한 것이다.

한국전력 방신봉.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날 경기에서도 방신봉과 전진용의 교차투입이 빛을 발했다. 방신봉은 1세트 종료 한 점만을 남겨놓은 24-23 박빙 상황에 들어와 블로킹 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첫 판을 잡는데 결정적인 공을 세웠다. 이후에도 활약은 계속됐다. 방신봉은 2세트부터 4세트까지 모두 선발출전하며 팀의 중심과 승리를 동시에 잡아냈다.

경기 직후 승장의 입에서도 방신봉의 이름이 다시 언급됐다. 승장 신영철 감독은 “오늘 공격적인 면보다 수비를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따라서 방신봉을 필요할 때마다 투입했는데 효과를 봤다”고 웃었다. 선두 대한항공을 승점 1점차로 따라잡은 한국전력의 기세가 더욱 무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수원 |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