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의 ‘같이’, 작전타임을 보라

입력 2016-11-24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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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캐피탈의 작전타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뭔가 다름을 감지할 수 있다. 감독과 코트 위 선수들만 참여하는 다른 팀의 작전타임과 달리 현대캐피탈은 후보선수들까지 한데 모여 대화를 나눈다. 결속력을 모으기 위한 최태웅 감독만의 노하우다. 2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작전시간을 갖고 있는 현대캐피탈. 천안 ㅣ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현대캐피탈 배구는 직접 와서 볼 때, 진짜 묘미를 체감할 수 있다. 최태웅 감독과 선수들의 호흡이 만들어가는 분위기는 TV 카메라 바깥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작전타임만 봐도 현대캐피탈은 다르다. 다른 팀들은 감독과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만 작전을 교환한다. 후보 선수들은 코트 바깥에서 몸을 푼다. 그러나 현대캐피탈은 후보 선수들까지 전원이 최 감독 주위에 모여 작전을 경청한다.

최 감독은 23일 “감독이 후보 선수를 갑자기 넣는 상황이 올 수 있다. 그럴 때 감독이 무슨 전술을 짰는지를 선수가 모르고 있으면 곤란하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전장에서 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고 보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의 이유는 ‘원 팀(one team)’을 향한 메시지다. 주로 위기에 몰렸을 때 나오는 작전타임을 통해 대내외적으로 현대캐피탈의 결속력을 보여주는 기능을 노리는 것이다.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선수는 저마다의 가치가 있다’는 것이 최 감독 리더십의 무언의 지론이다. 이 원칙은 외국인선수라고 예외가 아니다. 외인 레프트 톤은 현대캐피탈이 아니라면 V리그에 올 수 없는 선수라는 것이 중평이다. 지명 당시, 거의 모두가 의외라고 했다. 실제 오고 난 뒤, 일본 전지훈련부터 V리그 1라운드까지 강렬한 존재감과 거리가 멀었다. 대개 이렇게 되면 외인선수를 보는 눈길부터 싸늘해진다. 선수는 겉돌고 위축된다.

그러나 최 감독은 “대체선수를 찾아도 톤보다 나은 외국인선수는 없다. 톤이 안 되면 토종선수만으로 가겠다. 톤도 국내선수라고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실제 톤의 역량이 발휘될만한 환경을 만들어줬다. 수비형 레프트 박주형의 기용이 그것이다. 수비형 외인이라는 평가를 듣던 톤의 수비 부담을 줄여준 것이다. 결국 ‘지난시즌의 포메이션으로 회귀했다’는 지적이 나올 상황이지만 최 감독은 “과정을 통해 얻은 것이 있다”고 말한다. “센터 최민호, 신영석이 사이드 공격을 경험하며 다른 팀들이 견제할 것이 많아졌다. 곧 공개되겠지만 현대캐피탈 안에서 새로운 블로커 라인을 테스트할 옵션도 생겼다”고 말했다.

현대캐피탈의 ‘원 팀 스피릿’ 안에서 갈수록 톤의 공격성공률이 위협적인 수준으로 올라가고 있다. 톤은 미디어데이 때, 아는 한국말은 “같이”라고 말했다. ‘같이’의 ‘가치’를 현대캐피탈은 깨달아가고 있다. 지난시즌보다 못한 전력으로 버티는 원동력은 결속력이다. 그 중심에는 리더 최태웅에 대한 조직원 전체의 무한신뢰가 자리한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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