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서비스와 쇼맨십, ‘포스트 홍성흔’이 필요하다

입력 2016-11-26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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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두산베어스와 kt위즈 경기가 열렸다. 7회말 1사 1,2루 두산 홍성흔이 역전 1타점 중전 안타를 치고 대주자와 교체되며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프로스포츠와 팬은 불가분의 관계다. 프로스포츠는 팬이 있기에 존재하고, 팬은 프로스포츠가 있기에 응원대상을 삼을 수 있다. KBO리그로 지칭되는 프로야구 역시 마찬가지다. 올 시즌 역대 최다인 833만 관중을 기록한데서 알 수 있듯 KBO리그는 국내 4대 프로스포츠 중에서도 팬들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22일 은퇴를 선언한 ‘오버맨’ 홍성흔(39)의 빈자리는 다소 크게 느껴진다. 홍성흔은 수많은 선수들 가운데서도 단연 돋보이는 스타플레이어였다. 팬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일엔 몸을 아끼지 않았고, 때와 장소도 가리지 않았다. 출중한 기량과 함께 화끈한 쇼맨십을 매번 선보인 ‘별 중의 별’이었다.

학창시절부터 스타 기질을 숨길 수 없었다. 홍성흔은 1998년 경희대 재학시절 KBS 예능프로그램인 ‘캠퍼스 영상가요’에 출연해 격정적인 춤과 노래를 곁들여 최우수상을 손에 쥐었다. 프로 데뷔 후에도 끼는 변하지 않았다. 2009년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선 당시 스타였던 가수 비의 ‘레이니즘’ 무대를 직접 꾸며 박수를 받았고, 2010년 올스타전에선 덥수룩한 수염 분장을 하고 나와 ‘미스터 올스타’에 오르기도 했다.

2010년 올스타전 당시 수염 분장을 보여준 홍성흔.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그러나 ‘현역’ 홍성흔의 팬서비스는 더 이상 볼 수 없다. 18년 프로생활을 뒤로하고 은퇴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중대한 결심을 내리던 날에도 그는 마지막까지 팬들을 생각했다. 은퇴사의 처음과 끝을 직접 손 본 것이다. 팬들에게 선수로서 전하는 마지막 메시지였던 점을 잊지 않았다.

홍성흔이 은퇴를 선언하며 공은 이제 그의 후배들에게로 넘어갔다. 팬들과 함께 즐길 줄 아는 ‘포스트 홍성흔’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나 그 빈자리를 차지할 선수는 쉽게 보이지 않는다. 끼와 실력을 겸비한 스타가 쉽사리 떠오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귀에 거슬리는 이야기도 들린다. 일부 스타들이 팬서비스에 거부감을 나타낸다거나 시간 할애를 꺼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들에게 홍성흔은 말한다. 야구는 기본이고, 팬서비스도 함께 챙길 줄 알아야 진정한 프로선수라고.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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