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민 이어 최형우, WAR가 FA대박 만든다

입력 2016-11-2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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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박석민-KIA 최형우(오른쪽). 스포츠동아DB

KBO 사상 첫 공식적 100억 선수는 최형우(33)였다. 가장 큰 관심은 ‘왜 KIA가 굳이 최형우에게 이런 상징적 액수를 안기는 결정을 내렸는가’다. KIA는 이미 4년 총액 40억원을 들여 지명타자 나지완을 잔류시켰다. 최형우까지 영입하면 전력 중복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외국인 1루수 브렛 필을 방출시켜 외야수 김주찬을 내야로 옮긴다하더라도 그렇다. 필을 내보내도 외야든, 내야든 외국인타자는 뽑아야 하니까 야수진 중복문제는 해소되지 않는다.

최형우를 4년 100억원에 잡음으로써 KIA는 FA를 취득한 에이스 양현종과의 결별을 사실상 시인했다. 이미 최형우, 나지완에게 총액 140억원을 지출한 KIA가 양현종마저 잡기 위해서 또 100억 원 이상을 쓰기 버거울 수 있다. ‘200이닝 투수’ 양현종에 매달리지 않고, 최형우를 우선적 선택한 것이다.

끝으로 최형우의 나이가 33살이다. 내구성이 검증된 선수라지만 장기계약이 부담될 수 있음에도 위험을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KIA가 최형우를 선택한 가장 큰 근거는 2017시즌 ‘대권’을 향한 강렬한 의지의 표시다. KIA는 김기태 감독 체제인 2015시즌부터 2년간을 리빌딩 시간으로 잡았다. 2년간 자원을 확보하고, 계약 마지막해인 집권 3년차에 굵직한 실적을 내겠다는 복안이었다. 2017시즌에 맞춰 군에 가 있던 2루수 안치홍과 유격수 김선빈이 돌아왔다. 두 키스톤콤비는 2016시즌 막판부터 가세했고,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줬다. 첫 2년 간 생각보다 성적이 좋아 가을야구도 경험해봤지만 김기태 감독의 진짜 총력적은 2017년에 맞춰져 있었다. 최형우 영입은 KIA 반격의 화룡점정이다. KIA는 과거 FA 김주찬의 50억원 영입, 송은범 트레이드 영입 등, ‘적기가 왔다’고 판단하면 과감하게 ‘지르는’ 팀이었다.

그렇게 최형우에 집중한 KIA는 ‘100억’이라는 상징적 액수를 채워주는 부담을 기꺼이 감수했다. 여기에는 최형우 자체가 지닌 가치에 대한 믿는 구석도 작용한 듯하다. 2016년 KBO리그 전체 선수 중 WAR 1위가 바로 최형우였다. 이제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 기여 수치)는 야구에서 선수를 측정할 때 무시할 수 없는 데이터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서 ‘대체선수’는 흔히 ‘1군 주전선수가 결장했을 때, 그럭저럭 메울 수 있는 2군선수’ 수준으로 통용된다. ‘평균 이하의 성적을 기록한 선수, 트레이드 시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선수, 많이 뛸수록 팀 성적에 악영향을 끼치는 선수’로도 해석된다. WAR는 특정선수가 이런 ‘평균 이하의 선수보다 얼마나 월등한지’를 따지는 데이터인데 메이저리그 기준에선 ‘4’만 넘어도 아주 우수한 것으로 인정된다.

그런데 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의 측정에 따르면 최형우의 WAR는 무려 7.55였다. ‘7’이 넘은 선수는 최형우가 유일했다. KIA 200이닝 투수 헥터의 WAR가 6.91이고, MVP 투수인 두산 니퍼트의 WAR가 5.15인 것을 고려하면 최형우의 파괴력을 짐작할 수 있다.

바로 지난해 FA 시장 화제의 중심은 NC의 FA 3루수 박석민 영입이었다. 4년 총액 96억원이라는 액수도 입이 벌어졌지만 “박석민의 나이와 WAR를 봤을 때, 투자액이 과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는 NC의 영입 이유도 이례적이었다. 이제 FA도 감이나 인연이 아니라 WAR를 보고 뽑는 시대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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