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기훈 40m 매직골…수원, 먼저 웃었다

입력 2016-11-2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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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삼성 염기훈(오른쪽에서 2번째)이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FC서울과의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 전반 15분 선제골을 터트린 조나탄을 얼싸안고 함께 기뻐하고 있다. 선제골의 시발점 역할을 맡았던 염기훈은 후반 13분 직접 결승골까지 뽑아 2-1 승리를 이끌었다. 수원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FA컵 결승 서울과 1차전서 2-1 승리…내달 3일 2차전서 비겨도 우승

빗맞은 슛이 결승골…수원 ‘운수좋은 날’
2010년 결승전이어 또 황선홍 감독 울려


수원삼성이 프로와 아마추어를 망라해 한국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FA컵 정상으로 가는 길의 5부 능선을 넘었다.

수원은 2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C서울과의 ‘2016 KEB하나은행 FA컵’ 결승 1차전 홈경기에서 2-1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수원은 다음달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치러질 원정 2차전에서 2골 이상 넣고 1골차로 패하더라도 2002·2009·2010년에 이어 통산 4번째 FA컵 정상에 오를 수 있다. FA컵 우승팀에는 상금 3억원(준우승 1억원)과 다음 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이 주어진다.

올 시즌 K리그 클래식(1부리그) 하위 스플릿(7∼12위)으로 밀려나 결국 7위에 그친 수원으로선 FA컵은 실추된 명예와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는 무대다. 경기 후 수원 서정원(46) 감독은 “간절함이 묻어나왔다. 더 많은 찬스를 살리지 못해 아쉽지만 잘 싸웠다”며 만족해했다.

역시 쉬운 승부는 아니었다. 내용보다 결과가 중요한 결승이었고, 그것도 상대는 오랜 라이벌 서울이었다. 그간 역대 79차례의 양 팀간 ‘슈퍼매치’에선 수원이 32승19무28패로 우위를 점했으나, 지난해 4월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5-1 대승을 거둔 뒤로는 3무3패로 밀렸다. 올 시즌 클래식 3차례 대결에서도 2무1패였고, 여름 황선홍(48) 감독이 서울에 부임한 뒤에도 1패를 당했다. 믿을 구석이 있다면 FA컵 역대 전적으로, 수원이 1승3무(승부차기=무승부)로 근소하게나마 앞서고 있었다.

절박하게 준비한 수원은 전반 15분 조나탄(26)의 선제골 때만 해도 쉽게 경기를 풀어나가는 듯했다. ‘캡틴’ 염기훈(33)이 띄운 왼쪽 코너킥이 문전 혼전 중 흘러나온 것을 조나탄이 밀어 넣었다. 그러나 후반 5분 서울 미드필더 주세종(26)에게 동점골을 내줬다. 수원은 흔들리지 않았다. 과거의 수원이라면 그대로 무너졌겠지만, 이날은 달랐다. 너나 할 것 없이 강렬한 투지를 발휘해 서울을 괴롭혔다.

수원 염기훈. 수원|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모두가 “골”을 외칠 때 해결사가 등장했다. 상대 문전 왼쪽 지역에서 볼을 잡은 염기훈이 후반 13분 골대와 45도 각도의 약 40m 거리에서 날린 왼발 킥이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경기 후 염기훈은 “(볼이) 잘못 맞았다”고 실토했다. 대부분이 ‘의도한 슛’이라고 말할 정도로 강한 킥이었지만, “얼떨떨했다. 노리고 차지 않았다. 잘못 맞은 크로스가 상대 자책골로 이어진 적은 있어도 이런 장면은 처음”이라며 멋쩍어했다.

얼마 전만 해도 수원의 웃음은 상상할 수도 없었다. 지독한 부진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렸다. 내용도, 결과도 얻지 못한 채 무기력했던 선수단은 이런저런 구설에 올랐다. 염기훈은 단지 주장이라는 이유로 성난 팬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기도 했다.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나 베테랑은 동료들을 먼저 생각했다. 반전을 꿈꿨고, 그렇게 됐다. 운명의 승부를 앞두고 팀 미팅에서 “1대1 싸움에서 밀리지 말자. 서로에게 볼을 미루지 말고 먼저 해결하자”고 약속했다.


황 감독이 부산 아이파크를 이끌던 2010년 FA컵 결승 때도 수원 유니폼을 입고 결승골을 터트렸던 염기훈은 “6년 전 기억을 되돌려드리겠다”고 장담했는데 현실이 됐다. 염기훈은 “오늘은 운 좋은 골이었다면, 2차전은 좀더 완벽한 장면을 만들겠다. 지금처럼 자신감을 갖고 이길 수 있다는 긍정의 마음가짐으로 마지막을 장식하겠다”며 밝게 웃었다.

수원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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