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톡 진단&전망] (2)넥센-기적에 이은 개혁, 어떻게 봐야 할까

입력 2016-11-2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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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축 줄이탈에 ‘꼴찌 후보’ 예상 깨고 3위 기적
‘누구의 공이냐’ 놓고 잡음 많았던 시즌
본격 프런트 야구 위한 개혁, 장정석 감독 잘해낼까
현장에 데이터 직접 적용, 새 패러다임 제시
조상우·한현희 복귀 시 ‘FA 대박’ 효과


스포츠동아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2016시즌을 되돌아보고, 2017년과 그 이후를 전망하는 시리즈 ‘LIVE톡 진단&전망’을 연재한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기사형식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구성으로, 스포츠동아 야구담당 기자들이 인터넷 채팅을 통한 자유로운 발언으로 토해낸 내용을 날 것 그대로 담았다. 넥센 담당 강산 기자가 이재국 차장, 김영준·이경호·홍재현·이명노·고봉준 기자를 대화창에 초청했다.


● 꼴찌 후보가 좋은 성적 낸 비결은?


강산(이하 산)=넥센은 2016시즌에 앞서 ‘꼴찌 후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박병호(미네소타), 손승락(롯데), 유한준(kt), 조상우, 한현희(이상 팔꿈치 부상)가 줄줄이 이탈했으니 이 같은 평가도 이상할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이변에 가까운 결과를 냈습니다. 넥센이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좋은 성적을 낸 비결은 무엇일까요.
이경호(이하 호)=비결은 단 하나에요. 다른 팀이 못 했어요. 물론 신재영 등 과감한 신인 기용이 빛을 발한 것은 인정합니다.


이명노(이하 노)=‘누가 못 했나’의 싸움이었죠.


김영준(이하 준)=프런트가 컨셉을 잘 잡았어요.


홍재현(이하 홍)=준비를 잘했던 것 같아요. 고척스카이돔을 사용하면서 팀 컬러도 바꾸고요.


준=
젊은 선수들 육성이 컸죠. 그 선수들 사이에서 경쟁의식이 생기며 포텐셜이 터졌고, 고척돔 효과도 선제적으로 잘 이용했고요. 여름에 퍼지지 않게 관리가 됐어요.


호=대단한 성과입니다. 이게 100% 염경엽 감독 개인의 능력이라고는 볼 수 없고요, 이장석 대표이사가 호불호 및 법적 판단을 떠나 고척돔 시대, 탈 박병호·손승락·유한준 이후를 잘 대비해 뒀습니다. 염 감독도 충실하게 대비했고요. 때맞춰 삼성과 한화 등의 몰락이 더해졌죠.


산=줄어든 홈런을 2루타와 3루타로 메운다는 애초 계산도 매우 잘 들어맞았습니다. 팀 3루타 1위(39개)라는 성적이 말해줍니다. 2015시즌(20개) 보다 2배 가까이 늘었어요. 당연히 득점 확률도 높아졌고요.


고봉준(이하 봉)=구장 및 주축선수 이탈 등 모든 변수를 잘 제어한 시즌이었습니다.


이재국(이하 국)=초반에 신재영과 박주현 등 예상 못한 신진세력이 나타나면서 새로운 분위기가 형성된 게 컸다고 봐요.


준=진정한 프런트야구죠. 프런트야구하려면 이 정도는 세팅할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죠.


산=그게 ‘누구의 공이냐’를 놓고 줄다리기가 있었죠.


노=항상 느끼지만 준비성이 있는 구단이고, 운이 좋았든 어찌됐든 성공했죠.


준=줄다리기 하는 게 웃기죠. 둘 다 잘한 거죠.


국=야수 쪽에서도 김하성은 어느 정도 성장이 예상됐지만, 고종욱이 기대 이상으로 폭발하는 등 새로운 피 수혈이 잘 이뤄진 것 같고요.


홍=구단과 현장 서로 잘 준비했다고 하면 되는데, 누구 공이 크냐를 두고 싸우니까 잡음이 끊이질 않았던 것 같아요.


노=‘누구 덕이다’라며 항상 싸우는 건 팬들에겐 가려져 있던 이면이죠.


호=줄다리기… 이게 가장 큰 문제인데, 장정석 감독 영입은 ‘이제 더 이상 한쪽에서 절대 줄 당기지 말라’는 선언이죠.


산=반짝해선 안 될 선수들이 2년 연속 잘해준 부분과 새 얼굴의 등장이 기막히게 들어맞은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입니다.


노=그동안 넥센 구단에 대해선 프런트와 현장이 잘 협력해서 굴러가는 팀이라는 이미지가 있던 게 사실이죠. 갈등을 대놓고 드러낼 수 없지만, 너무 수면 아래에 있다가 빵 터진 느낌이네요.


국=구단에서 준비를 잘 했느냐, 현장에서 육성을 잘했느냐의 프레임인가요? 그래서 내년 시즌이 사실 흥미롭고 기대되네요.


준=시즌 후반에 성적이 떨어진 것과 준PO에서 무너진 것, 팀이 두 쪽이 나니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죠. 고생한 선수들이 안 돼 보이기도 하고.


산=막판 분위기가 크게 흔들렸던 점이 아쉽죠. 정말 어수선했으니까요.

넥센 장정석 감독. 스포츠동아DB



● 파격적인 감독 선임의 파장은?


산=지도자 경험이 없는 장정석 감독이 잘 해낼 수 있을까요.


노=넥센은 내년 시즌 정말 어떤 야구를 할지 궁금한 팀이에요.


국=누가 감독이 되더라도 구단에서 준비를 잘해주면 성적이 나올 수 있는지, 아니면 염 감독 공백의 그림자가 나타날지 지켜봐야죠.


홍=장정석 전 운영팀장을 신임감독으로 선임한 건 철저히 프런트 야구를 하겠다는 넥센의 의지 아닌가요?


준=코치들만 봐도 알 수 있죠.


호=비프로 출신 코치는 메이저리그(MLB)에도 드물죠.


준=이제 야구는 야구인의 영역이 아니라는 선언이나 다름없어요.


호=ML 경력 없는 감독도 미국에는 많습니다. 그러나 마이너리그 경험은 다 있죠.


홍=신임감독 취임식에 코치들이 그렇게 주르륵 나온 것도 드문 일이었죠.


산=철저한 데이터야구를 하겠다는 의지 표현입니다.


노=코치 경험 없는 운영팀장의 감독 선임은 프런트야구의 극단으로 간 것이죠.


호=우리가 간과해선 안 되는 점이 퓨처스(2군) 팀이죠. 거기는 또 외국인들이 정말 많아요. 코칭스태프예요.


산=4명이 2군에서 요직을 맡고 있죠.


노=1군 코치진 조각은 너무 마이너가 아닌가 싶어요.


산=김동우 전 전력분석팀장의 1군 배터리코치 선임도 감독 선임만큼 파격입니다.


노=넥센은 항상 ‘야구는 선수가 한다’라는 신념 아래 움직이는 구단인데요.


호=미국은 감독이 아무리 커리어가 없어도 스타 출신 코치를 쓸 수 있어요. 한국은 감독이 그러면 솔직히 코치 구성이 힘들어지죠. 더군다나 매우 젊은 감독이라서요. 조범현, 김경문 감독도 그 나이에 지휘봉을 잡았지만, 그분들은 원년 멤버에 코치를 오래 했죠.


노=과연 마이너한 코칭스태프 아래에서 선수들이 어떻게 움직일까요. 머리 큰 1군 선수들을 통제하려면 어느 정도의 권위는 필수인데요.

스포츠동아DB



● 장정석호 넥센, 기대되는 부분은


산=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큰 건 사실입니다. 게다가 손혁 코치 등 인정받던 코치들이 떠나기도 했고요. 장정석 감독의 선임으로 기대되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국=그동안 히어로즈가 KBO리그에 새로운 틀을 만들어왔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온 것은 분명하죠. 앞으로의 야구도 물음표가 달려 있지만 어떻게 만들어갈지 관심이 가긴 해요.


노=정말 이번에 또 새로운 도전을 하네요.


호=혁신적이네요.


준=아마 다른 팀 감독들이 넥센한테는 안 지려고 할걸요.


산=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비지도자 출신도 감독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패러다임을 바꾸는 겁니다.


국=이번에도 넥센이 성공한다면 다른 팀들도 입을 다물 수밖에 없고, 이번에 안 되면 ‘그럼 그렇지’라는 반응이 나올 것이고.


호=손혁 투수코치, 박철영 배터리코치, 정수성 주루코치 등의 이탈을 장정석 감독이 어떻게 커버할 것인지도 관건입니다.


노=그나마 넥센에서 코치로 경력 있다는 사람들은 절반 이상 떠났죠.


홍=새 코칭스태프가 선수단 분위기를 잘 추스를 수 있을지 그게 걱정이죠.


호=저는 개인적으로 염경엽 감독도 그렇지만 이강철 수석코치 빈자리가 굉장히 크게 느껴집니다.


노=선수단과 코치가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제일 궁금해요.


산=데이터 야구를 주입한다는 틀을 잡고 코치진 개편을 하긴 했는데, 기술지도는 어떨까요.


준=넥센 야구의 방향성을 기술적 관점에서 보려고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야구는 선수들이 하는 거니까요. 기자도 야구관 자체를 달리 해서 이 팀을 봐야 해요.


호=기술지도는 2군에서 하는 거고요. 1군은 데이터 적용, 이것이 넥센 야구죠. 기술지도는 2군에서 미국 코치들이 합니다.


노=어느 정도는 코치의 역할이 있는데. 전통적 가치관을 너무 파괴한 것 같아서요.


홍=그래도 아직 어린 선수들이 많은데, 위기가 왔을 때 잘 넘길 수 있을까요?


산=데이터 적용은 구장별, 상대투수별 성적 등 흩어진 1차 데이터를 혼합해서 2차 데이터로 만드는 과정들을 거친다고 하죠. 이걸 실전에 바로 적용할 수 있게 가공하고요.


호=그건 다른 팀도 다 해요. 적용의 문제겠죠.


노=데이터 안 보는 팀이 없는 시대인데요.


준=이 팀은 야구인을 안 거치고 논스톱으로 그 데이터를 현장에 적용한다는 것이 특별한 실험인거죠.


홍=보이는 숫자로만 판단할 수 없는 게 야구인데, 과연 데이터로만 성공할 수 있을까요?


준=그러니까 감독과 코치도 넥센에서 녹을 먹으려면 데이터를 공부해야죠. 이런 관점으로 봐야 해요. 기술 가르칠 사람 없어서 위기라고 하면 백날 봐도 넥센 이해 못해요.


노=야구가 사람이 하는 건데 선수들 마음 잃은 수장은 안 통하잖아요. 그 간극을 어떻게 컨트롤할지 궁금해요.


홍=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야구를 해야 할 텐데, 그게 가능할까 궁금한 거죠.


노=제일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준=케미스트리가 관건일 텐데, 이택근 같은 선수들 몫이 크겠지.


산=장정석 감독이 운영팀장과 매니저로 일하면서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는데, 감독은 또 다른 문제긴 합니다.


호=매니저는 다 좋아해요. 좋은 형이 감독 됐는데, 이제 자기한테 쓴소리 해요. 그럼 더 싫은 거죠. 원래 무서운 코치였는데 감독 되니까 잘해줘요. 완전 감독이지.


국=장정석 감독과 선수단이 스프링캠프부터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신뢰를 어떻게 구축하는가가 중요할 듯해요.


홍=내 말을 잘 들어주는 형. 그런데 감독은 선수들의 말 다 들어줄 수 없는 위치잖아요.


호=사람 마음이 다 그런 거예요. “형 어제 만루홈런 쳤어요. 피자 살 테니 10판만 주문해주세요” 했는데, 이제 그 형이 감독님이에요. 이게 어려운거에요.


산=“매니저 때와 마찬가지로 마음 열고 다가오라. 난 변치 않겠다”고 했지만, 선수들이 느끼기엔 다른 점이 분명 있겠죠.


호=장정석 감독이 가장 힘들 겁니다. 누구처럼 전권이 있어요 뭐가 있어요. 선수 중에 자기 편 만들려고 해도 데이터상 주전으로 못 쓰면 못 쓰는 거죠.


산=넥센이야말로 2017년 스프링캠프 분위기 보면 윤곽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국=감독은 누구에겐 좋은 소리 듣지만, 누군가에겐 욕먹는 자리인데 그걸 장정석 감독이 슬기롭게 잘 만들어갈 수 있느냐가 관건인 것 같아요.


홍=매니저의 마음으로 가면 안 되지 않을까요? 선수들의 말을 다 들어줄 수 없는 위치인데.


산=장정석 감독도 원칙에 어긋나는 부분에 대해선 확실히 조치하겠다고 선을 그었죠.

넥센 한현희-조상우(오른쪽). 스포츠동아DB



● 2017시즌 긍정적인 전망 있다? 없다?


산=그렇다면 넥센의 전력은 어떻게 보십니까. FA도 없고, 이탈선수도 없어서 사실상 전력을 그대로 유지합니다. 맥그레거 내보내고 션 오설리반 데려온게 거의 유일한 변화구요.


국=그래도 내년에 기대되는 부분도 있지. 전력으로만 봐도 조상우와 한현희가 들어오면 올해보다 더 강해질 수 있으니까요.


홍=긍정적인 전망은 그래도 고참들이 선수단 장악력이 있다는 것? 이택근도 그렇고요.


호=조상우, 한현희의 복귀 여부가 관건이죠. 둘이 오면 사실상 FA 대박과 차이가 없어요. 장정석 감독이 복이 있다면, 둘이 돌아와서 각각 15승, 30홀드 하는 거죠.


노=이택근과 서건창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할 것 같아요. 선수단 케미스트리 부분에서요.


봉=조상우, 한현희가 정상적으로 던질 수 있느냐가 관건일 듯합니다. 보직도 중요하고요.


호=거기에 서건창이 200안타 치고, 이택근 펄펄 날고, 외국인 터지면 난리가 나는 거죠.


산=그렇게 If가 맞아 떨어진다면, 넥센은 우승까지 바라볼 전력도 될까요.


노=전력이야 이젠 항상 가을야구 컨텐더 오를 수 있는 능력은 갖춘 느낌이고, 우승까진…우승은 플루크가 다 터져도 될까 말까 아닌가요?


호=조상우와 한현희가 또 아프고, 김세현이 다시 김영민이 되고, 그러면 완전 타이타닉이 되는 거죠. 반대급부로 염경엽 감독 주가가 올라가고요.


홍=넥센은 저력이 있는 팀인데 준PO에서 봤듯이 분위기가 흐트러지니 바로 무너지잖아요. 아직 어린 선수들도 많고요. 넥센은 전력보다 분위기가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노=넥센의 2017년은 구단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중요한 1년입니다.


산=이번에 장정석 감독은 모든 훈련 코치들에게 맡기고 지켜보는 모드였습니다. 마무리캠프를 통해 훈련방법과 지도방식을 찾았다고 하니 스프링캠프 때 봐야죠.

스포츠동아DB



● 희망요소와 불안요소


산=의견을 모아보면, 넥센은 희망과 불안요소를 모두 안고 있습니다. 전력에 변화가 거의 없는 것과 조상우와 한현희의 복귀는 희망적이지만, 개혁의 결과가 어떨지에는 물음표가 붙습니다. 마지막으로 넥센에 대해 한 말씀씩 부탁드립니다.


호=넥센의 한국형 프런트야구, 혁명인가, 쿠데타인가.


노=이장석의 넥센, 2017년 성적에 자존심 달렸다. 실패하면 한 사람만 웃는다.


국=넥센의 야구는 늘 상상 그 이상. 그래서 내년 히어로즈의 야구는 모두를 궁금하게 하고 기대하게 만든다.


홍=2017시즌 이장석 vs 염경엽의 불꽃대결, 최후에 웃는 자는?


준=넥센은 이제 타격, 투수코치보다 트레이닝코치와 전력분석팀이 더 중요해졌다고 봐야 되지 않을까요.


노=희망과 우려, 그동안과 다른 용병 영입, 오설리반은 ‘쇼잉’인가, ‘진짜’인가?


국=설리반인가 설레발인가?


노=넥센이 이런 선수 데려온 적이 없는데 1선발 하겠다고 돈도 100만 달러 넘게 쓰고요. 강력한 보여주기가 아닐까 보이는데, 진짜 대박이 날수도 있죠.


산=외국인은 변수고, 국내선수 전력에 플러스(조상우·한현희)가 있다는 점이 기대됩니다. 넥센의 키플레이어는 누가봐도 장정석 감독이에요.


국=오설리반, 조상우, 한현희가 플러스가 된다면 올해 만든 틀에서 더 강해진 넥센의 반란이 일어날 수도 있죠. 야구 몰라요.


홍=한현희, 조상우, 김하성, 신재영 등 젊은 선수들이 지금처럼만 잘해주면 넥센은 계속 좋은 방향으로 가겠죠.


산=이상 대화를 종료합니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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