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톡 진단&전망] (7) 한화-비정상의 정상화는 과연 가능할까

입력 2016-12-19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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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억원 투자에도 9년째 가을야구 실패
감독 출신 박종훈 단장 선임 의미
과거와 달리 조용한 스토브리그
외국인투수 2명에 사활 걸린 2017시즌
비정상의 정상화는 과연 가능할까

스포츠동아는 KBO리그 10개 구단의 2016시즌을 되돌아보고, 2017년과 그 이후를 전망하는 시리즈 ‘LIVE톡 진단&전망’을 연재한다. 지금까지 선보였던 기사형식과는 전혀 다른 파격적인 구성으로 스포츠동아 야구담당 기자들이 인터넷 채팅을 통한 자유로운 발언으로 토해낸 내용을 편집 없이 날 것 그대로 담았다. 7회는 한화 담당 강산 기자가 이재국(차장), 김영준·이경호·홍재현·이명노·고봉준 기자를 대화창에 초청했다.

스포츠동아DB



● 230억원 투자에도 9년째 가을야구 실패


강산(이하 산)=오늘은 LIVE톡 한화 편을 진행합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팀이죠. 올 시즌 시작 전을 기준으로 한화는 내·외부 FA 4명과 외국인선수 3명에만 234억원을 투자하며 기대감을 잔뜩 키웠습니다. 우승후보로 평가받았지만, 결국 성적은 7위였습니다. 퀵후크(3실점 이하의 선발투수를 6회 이전에 교체), 혹사 등 부정적인 단어들만 잔뜩 따라다녔습니다.


이경호(이하 호)=토니 라루사 감독이 1944년생입니다. 김성근 감독은 1942년생이죠. 두 분이 2살 차이인데요, 라루사 감독은 1980년대 후반 ‘라루사리즘’으로 통하는 불펜야구를 완성했어요. 1이닝 전문 마무리투수나 좌완 스페셜리스트, 다 이 때 라루사가 만든 겁니다. 지금 2016년입니다. 김 감독보다 두 살 어린 감독이 1980년대 설계한 현대 야구의 흐름을 올해 본인이 뒤흔들었죠.

산=김 감독은 도박야구를 완성했죠. 슬롯머신 당기듯 한두 명씩 당겨쓰다 그 패를 다 잃었습니다.


이재국(이하 국)=김 감독도 감독 첫해인 1984년 윤석환을 전문 마무리투수로 만들었죠. 물론 2~3이닝도 던진 마무리투수였지만…

호=그런 분이 2016시즌에 왜 이런 야구를 하셨는지…,시스템을 봤을 때 퇴보와 무리, 욕심 등의 키워드가 많이 떠오르죠.


고봉준(이하 봉)=최근 프로야구를 보면서 꼴찌도 아닌데 이렇게 많은 비난을 받은 팀이 있었나요?

산=2015시즌에는 꼴찌는 안 했다는 면죄부가 있었어요. 올해는 우승후보 평가까지 받았는데, 이 성적이면 비난받아도 할 말이 없죠. 그렇다면 투자 측면에선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명노(이하 노)=투자도 투자인데, 마구잡이식 운영이 문제라고 봐야죠.


김영준(이하 준)=과거 한화가 돈 안 쓰던 시절엔 안 쓴다고 욕을 먹었는데, 요즘에는 돈을 쓰고도 욕을 많이 먹는 듯합니다. 올해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팀 연봉총액 1위로 올라서며 성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지만, 또 가을야구에 실패하며 실망을 안겼죠.

호=물론 팀 전력이라는 게 있죠. 부상도 많았고요. 그런 상황에서 최대한 성적을 올리겠다는 노력으로 보이지만, 너무 무리했죠.


홍재현(이하 홍)=부상이 많았다는 것은 핑계라고 봅니다. 오히려 부상을 유발하는 투수운용을 했죠. 야구를 잘하면 오히려 혹사당하게 되는 이상한 구조였습니다.

호=다음날 2군경기 선발등판하는 투수를 1군에 불러 불펜에서 100개씩 던지게 한 장면이 딱 올해 한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라고 봅니다.

국=100개면 양호하죠. 200~300개, 심지어 400개씩 던진 투수도 있었는데요.

노=투자를 하면서 팜을 다 잃었어요. 베테랑 FA(프리에이전트) 영입하면서 젊은 유망주들이 떠났죠. 한화는 사실상 암흑기에 가장 가까운 팀입니다. 감독에게 전권을 준 결과로 앞으로 수년간 피눈물을 흘릴 겁니다.

홍=퓨처스리그도 하나의 리그인데, 선발등판할 투수가 없었어요. 가장 큰 문제는 1군의 실패뿐만 아니라 2군도 희망이 없어요. 앞으로 10년을 잃어버렸다는 게 가장 뼈아픕니다.

국=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은 현재도 현재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불했다는 점이 걱정입니다.

국=또 올해 한화를 설명하자면 퀵후크를 빼놓을 수 없어요. 다소 생소한 단어였지만 이제 야구팬이라면 남녀노소 퀵후크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니까요. 선발이 없다고 했지만 외국인투수들도 그렇고 1~2회면 강판당하는데, 선발투수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구조였죠. 불펜 필승조 권혁, 박정진, 송창식 등이 과부하로 이탈해 후반기 반등의 동력도 잃었고요.

노=원래 김 감독 야구가 불펜에 좋은 투수를 두고, 많은 이닝을 맡겼던 게 사실이지만, 한화에선 그 부분이 너무 부각됐어요.

호=외국인투수가 2회부터 불펜대기하다 9회까지 몸 풀고, 다음날 선발등판하는 경우도 있었죠. 과연 한화가 얼마나 좋은 선수들을 데려왔는지 궁금하네요. 여기서 좋은 선수는 팀에 필요한 선수인데, 과연 그랬는지…

홍=정우람도 나중에는 제대로 공을 못 던졌잖아요. 권혁과 송창식이 2년 연속 잘해줬죠.

산=권혁, 송창식, 장민재까지 3명은 안타까울 정도였어요. 적당히 써야죠.

홍=장민재가 고생했죠. 선발등판했을 때 성적이 좋았는데, 문제는 선발등판하고 이틀 뒤에 구원등판해 40~50개씩 던졌죠.

국=제가 볼 땐 1990년대 후반 쌍방울 시절에 그런 식의 야구로 돌풍을 일으켰는데, 여전히 그 시절에 매몰된 야구를 한 것 같아요. 지금은 선수층이나 힘, 기량 등이 모두 달라졌죠. 144경기 체제에서 하루살이 같은 방식의 20년 전 야구로는 장기레이스에서 성공하기가 쉽지 않아요.

한화 박종훈 단장. 사진제공|LG 트윈스



● 박종훈 단장과 김성근 감독의 동행

산=한화 구단에 LG 감독 출신 박종훈 단장이 부임했습니다. 그러면서 구단에선 김 감독에게 1군 감독 역할에만 충실하라고 했어요.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던 김 감독을 봉쇄할 카드로 볼 수 있죠.

호=일단 1군 운영방식은 바뀔 수밖에 없어요. 박 단장은 사실상 KBO 제1호 GM입니다. 메이저리그 서열은 GM이 감독보다 위죠. 그렇게 관계설정을 한 이상 따라야죠. 영화 ‘머니볼’ 보면, 아트 하우 감독은 빌리 빈 단장이 권하는 1루수(스캇 해티버그) 끝까지 안 써요. 단장이 결국 주전 1루수(제이슨 지암비)를 트레이드 해버리죠.

국=박 단장이 부임하면서 선수단 운영에 대해선 전권을 가지고 움직이겠지만, 경기에 대해선 박 단장이 왈가왈부할 수 없는 구조죠. 김 감독은 2년간 매일 쏟아 붓는 야구를 했는데, 감독 계약 마지막해인 올해는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것 같아 걱정이죠.

호=1군 감독이 2군 선수 불러다가 불펜에서 200개씩 던지게는 못 하죠. 충돌보다 각자 영역에 충실하면 돼요.

홍=김 감독은 그 영역을 존중하지 않는 분이라 걱정이죠. 만약 코치들의 영역만 존중했으면 그렇게 팀을 떠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박 단장이 선임된 뒤에 지금까지 보여준 행보는 신선합니다. 자신이 어떻게 움직이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드러냈어요.

준=현재로선 박 단장이 부임하면서 소위 김성근 사단들이 대부분 나간 상황입니다.

산=그렇다면 박 단장의 합류로 변화를 기대할만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노=최대한의 견제. 제초제 뿌려서 잔디가 다 죽는 것은 막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호=비정상의 정상화죠. 그리고 독단이 아닌 시스템화.

산=‘김성근이 지나간 땅인데 풀 한포기는 남을 것 같다’는 희망이 생겨요.

홍=김 감독은 한화가 잘되는 야구가 아니라 자신이 돋보이는 야구를 하려고 해요. 그러면서 어떻게든 성적을 내려고 선수들을 마구잡이로 끌어다 쓴 것이 아닐까요. 그 부분을 박 단장이 잘 조율하는 게 관건입니다.

국=감독은 팀을 떠나면 그만입니다. 결국 단장이 중심을 잡고 팀의 현재와 미래를 잘 설계하고, 그 기둥을 세우는 작업부터 해야 합니다.

한화 김성근 감독. 스포츠동아DB



● 적응 안 되는 조용한 오프시즌

산=이제 한화의 오프시즌 이야기로 넘어가보겠습니다. 지난 2년과 달리 올해는 FA 등 외부 영입이 전혀 없습니다.

호=구단이 ‘스톱’하지 않았다면 차우찬이나 우규민을 잡아달라고 했겠죠. 투수는 무조건 뽑았을 듯합니다.

산=봉중근 영입해서 선발 썼을 수도 있죠. 그런데 정원이 꽉 차있어서 기존 선수 빼내고 새로 넣어야하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그 고리를 끊어야죠.

노=감독에게 선수는 많을수록 좋지만, 너무 많아서 넘치는 상황이었죠.

산=남은 자원을 어떻게 육성하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육성파트 보강을 시작한 것은 긍정적입니다. 김성래 코치를 2군 타격코치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앞으로 육성분야 전문 코치는 집중적으로 영입하겠다고 하죠.

노=선수가 있어야 결과가 나오는데, 유망주들이 너무 많이 떠났어요.

산=김민수(삼성), 임기영(KIA), 조영우(SK), 박한길, 최영환(이상 롯데), 벌써 5명이네요.

준=육성 파트에 ‘김성근 라인’이 사라진 것은 긍정적입니다. 육성은 1군 감독과 분리돼야 해요.

홍=한화는 앞으로 계획을 잘 세워야할 것 같습니다. 향후 10년 동안 구단을 어떻게 재건하느냐가 중요할 것 같아요. 시스템 마련도 시급하고요.

준=육성 잘하는 구단은 자원을 놓고 1~2년 사이에 1군에 올라갈 선수인지,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한 선수인지, 아니면 군에 가야 할 선수의 시기를 고려해 그 공백을 메울 선수인지 등을 계산하죠. 과거와 달리 그런 부분에 신경 써야 합니다.

노=철학과 시스템이 중요한 것 같아요. 육성 잘하는 팀은 선수 입단할 때부터 봐요. 이 선수는 몇 년 안에 클 것이니 군대는 언제 가야하고, 2군에서 얼마나 뛰고 1군에 보내야 하고 등의 계획을 다 세우죠. 이제 시작인데 갈 길이 머네요.

산=2017시즌 한화의 가장 큰 전력보강 요소, 외국인투수 2명은 언제쯤 올까요.

호=그 외국인을 어떻게 쓸지도 모르겠어요. 저는 올해 파비오 카스티요 잘 썼으면 굉장히 위력적이었을 것 같은데요.

홍=그렇죠. 잘 데려오는 것보다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해야죠.

국=선발 축을 만들지 않고 또 벌떼야구로 가면 올해도 후반기엔 희망이 없지 않겠습니까. 권혁, 송창식도 수술을 한 상태라 지난 2년처럼 물불 안 가리고 던지기도 어려울 테고요.

호=김 감독이 어떤 변화를 줄지, 의식이 있는지가 관건이죠. 제 생각에 김 감독은 호랑이 등에 탔어요. 멈출 수가 없어요. 그런데 채찍은 없어요. 그냥 붙잡고 달릴 겁니다.

스포츠동아DB



● 2017 한화, 비정상의 정상화는 가능할까

노=한화에 빛은 없나요?

산=타선은 좋아요. 정근우~이용규의 테이블세터와 송광민~김태균~윌린 로사리오의 중심타선은 위력적입니다. 하주석이 올해만큼 해주면 하위타선에 큰 힘이 되겠죠.

홍=타선 자체는 훌륭하다고 봅니다. 하지만 타격은 믿으면 안 된다는 말이 있듯이 김 감독의 투수운용이 내년 시즌 성적을 좌우할 것으로 봅니다.

국=일단 야수 쪽은 부상 없이 정상 가동되면 충분히 위협적입니다. 로사리오는 어느 정도 올해 검증이 돼 부상만 없으면 계산이 설 것 같고요. 결국 외국인투수 2명이 누구냐,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관건입니다.

봉=점수를 많이 내는 건 문제없는데, 그보다 더 많이 준다는 게 문제죠.

노=선수들이 잘 할 수 있는 위치에 두면 될 텐데요. 선발도 외국인 2명 잘 뽑고 이태양~윤규진~장민재 등 들어가면 나쁘지 않은 로테이션 아닌가요?

홍=좋다니까요. 불펜이 좀 약하긴 하지만요.

국=또 6~7점 뒤지고 있는데 포기하지 않겠다며 불펜 필승카드들 몽땅 투입하는 비효율적 야구로는 어쩌다 1~2승은 거둘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버틸 수 없게 됩니다.

산=결국 보직파괴 없이 얼마나 버티느냐가 가장 중요해요. 올해도 크게 지다가 3점 이내로 추격하자마자 필승계투조를 투입하는 패턴을 자주 봤죠.

국=어제오늘의 일도 아니고, 김 감독이 지금까지 해오던 야구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자신의 야구가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내년에도 비슷한 패턴의 야구가 이어지지 않을까요?

호=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감독 커리어 마지막일 수도 있는데. 올스타브레이크 이전에 1~3위 아니면 끝이에요.

홍=더 심해지겠죠. 올스타브레이크까지 성적 안 나면 안 되니 마구잡이식 선수운영이 계속될 것 같아요.

국=내년 한화는 초반 레이스가 아주 중요할 것 같아요. 만약 올해처럼 초반에 무너지면 레임덕 현상이 가속화될 수도 있죠. 올해부터는 2월1일에 스프링캠프를 시작하니 오히려 지옥훈련 때문에 부상자들이 발생하는 것을 막는 호재가 될 수도 있고, 반대로 훈련일수가 부족해 초반부터 과도하게 더 몰아붙여서 부상자가 더 나올 수도 있어요. 결국 마운드가 관건이죠. 있는 자원으로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잘 계산해 돌려야 하지 않을까요.

산=마지막으로 한줄평 부탁드립니다.

노=비정상과 정상의 충돌, 결판은 난다. 문제는 미래다.

호=일흔 넷 노 감독, 한국식 GM야구와 마주하다.

홍=노 감독이 변하지 않으면 한화의 2017년도 없다.

봉=‘김성근혜’에 지쳤던 2016년, 새해엔 ‘웃음후보’ 필요 없다.

국=이태양이 올해 수술 후유증에서 벗어나 가능성을 보여줬고, 결혼도 했으니 책임감을 갖고 선발로테이션의 진정한 축으로 거듭나면 좋겠네요.

산=2017년에 한화의 미래가 달렸다. 내년에 망가지면 회복불능 상태가 될 수도 있기에…

준=논란에서 벗어나 비정상의 정상화가 가동되는 한화 야구를 기대합니다.

산=이상 대화를 종료합니다.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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