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힐만 감독이 배팅볼을 던져주고 있다. 일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하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묻어난다. 문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스카이스포츠 이효봉 해설위원은 7일 SK 훈련 중 특별한 순간을 목격했다. SK 트레이 힐만 감독은 여느 때처럼 배팅볼을 던져줬다. 그 다음 힐만은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너희들이 홈런 많이 치는 것은 좋아. 그러나 요즘 우리 야구를 보면 한 베이스를 더 파고드는 적극적 주루 플레이는 모자란 것 같아. 우리가 캠프 때부터 연습한 부분이잖아? 더 집중하자”는 요지의 얘기였다. ‘착하게 살자’처럼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의 말이다. 그러나 이 위원이 놀란 대목은 두 가지였다. 이 위원은 “통역이 이 메시지를 전달할 때, 정말 반말로 하더라. 윗사람이 아랫사람에게 지시하는 엄숙함이 아니라 편한 분위기에서의 조언자처럼 말이다.” 또 하나는 어쩌면 진부한 얘기를 들을 때의 선수들 반응이다. 그 진지함은 감독을 향한 신뢰, 즉, 이 팀에 ‘폴로우십’이 생성됐다는 정황증거였다. 배팅볼로 상징되는 힐만의 ‘스킨십 매니지먼트’가 팀 SK에 침투했음을 확인한 순간이었다.
# 이 위원은 힐만의 “혜안”을 얘기했다. 실제 힐만이 이 팀을 맡은 후 마법과 같은 변화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김동엽~한동민 등 새 얼굴들이 홈런을 쏟아내고, 박종훈~문승원~김태훈 등이 선발로 만들어지고 있다. 조용호 같은 ‘미생’도 스토리를 써내려가고 있다. 비록 잠정 중단됐지만 서진용 마무리 시도도 큰 틀에서 같은 맥락이다. 힐만 감독의 혜안은 심오한 통찰력이 아니라 편견에서 자유로운, 상식을 실행한 지점에 위치한다. 사심 없이 힐만은 팀 SK의 미래를 그렸고, 그 과정의 첫 머리에 팀을 맡은 감독이 무엇을 해야 할지를 설정해 추진했다. ‘사심이 없다’는 것은 의외로 외국인지도자의 큰 장점일 수 있다.

SK 김동엽-한동민(오른쪽). 스포츠동아DB
# SK는 김용희 감독과의 계약이 만료된 뒤, 제로베이스로 돌아갔다. SK 감독 하마평에 올랐던 프랜차이즈 코치들과 결별하거나 권한을 축소했다. 그 무주공산에 ‘외부인’ 힐만을 넣었다. 힐만은 점령군처럼 SK를 바꾸려하지 않고, SK의 문화를 존중했고 맞췄다. 에이스(김광현)도, FA 영입도 없었고, 심지어 일시적으로 외국인선수도 없었던 SK의 극적인 변화는 힐만의 ‘합리성’ 없이는 상상할 수 없다. 한마디로 현재 SK의 1군 엔트리는 ‘왜 이 선수인가’에 관한 필연성이 자리한다. 결국 힐만 개혁의 요체는 ‘리더가 나서서 무엇을 하는가’가 아니라 ‘무엇을 하지 않는가’에 있었다. 그 공백을 선수들의 자발성으로 메웠다는 것이 2017년 SK의 건강함이다. SK 미래의 주인공은 힐만이 아니라 선수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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