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좀 던져야지” 양상문 기대에 응답한 ‘에이스’ 허프

입력 2017-09-01 21:4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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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1회초 LG 선발 허프가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그 동안 안 던졌으니 이제 좀 던져야지.”

LG 양상문 감독은 1일 잠실 넥센전을 앞두고 외국인투수 데이비드 허프(33)의 4일 휴식 후 등판에 대해 언급했다. 8월 27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110구(7이닝 무실점)를 소화한 뒤 이날도 마운드에 오른 것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는 허프에 대한 강한 믿음의 표현이었다.

허프는 8월 31일까지 올 시즌 13경기에서 2차례 완투 포함 4승 4패, 방어율 2.93(83이닝 27자책점)의 성적을 거뒀다. 그러나 1군 등록일수(79일)와 2군에 머문 기간(76일)은 큰 차이가 없었다. 시범경기에서 무릎을 다쳐 정규시즌 시작 후 43일 만에 1군에 복귀했고, 2개월도 채 되지 않은 시점(7월 9일)에 베이스커버 과정에서 햄스트링을 다친 탓에 7월 10일부터 8월 12일까지 34일간 자리를 비워야 했다. 복귀 후 3경기에서 1승, 방어율 1.10(16.1이닝 2자책점)의 완벽한 투구를 펼치고도 마음이 편치 않았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1일 잠실 넥센전은 허프는 물론 LG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한판이었다. 전날(8월 31일) 경기에서 9회까지 3-1로 앞서다가 마무리 이동현이 고종욱에게 통한의 만루홈런을 얻어맞아 패한 여파를 최소화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5위 넥센과 게임차가 3경기에서 더 벌어지면 앞으로 전망이 더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팀이 어려울 때 전면에 나서야 하는 것이 에이스의 숙명. LG의 에이스는 바로 허프였다.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트윈스와 넥센히어로즈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2사 1루에서 LG 선발 허프가 교체되며 팬들의 연호에 화답하고 있다. 잠실 |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기대했던 대로 거침없이 넥센 타자들을 요리했다. 이날 허프는 5.2이닝 동안 111구를 던지며 5안타(1홈런) 1볼넷 3삼진 2실점의 호투로 팀의 6-2 승리를 이끌고 5승(4패)째를 따냈다. 시즌 방어율은 2.94가 됐다. 투구수가 다소 많았던 탓에 올 시즌 선발등판 시 평균 소화이닝(6.2이닝)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효과적으로 넥센 타선을 틀어막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6회 2사 루에서 장영석에게 던진 시속 137㎞의 컷패스트볼(커터)이 스트라이크존 높은 코스에 형성되면서 2점홈런을 허용한 것이 옥에 티였지만,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낸 횟수가 2차례에 불과했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직구(52개) 최고구속은 150㎞까지 나왔고, 커터(41개)와 체인지업(18개)도 위력적이었다. 이날 투구수 111개 가운데 직구 계열 구종의 구사비율이 83.8%였을 정도로 구위에 자신이 있었다는 얘기다. 6회 2사 1루에서 신정락과 교체되며 팬들의 환호에 박수로 화답한 것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허프의 호투에 타자들도 힘을 냈다. 1-0으로 앞선 3회 상대 실책과 이천웅의 적시타, 유강남의 3점홈런(11호)를 묶어 대거 5득점하며 일찌감치 승부를 갈랐다. 6-2로 앞선 6회 2사 이후부터는 신정락과 정찬헌이 1.2이닝씩 넥센 타선을 틀어막고 승리를 지켰다. 이날 승리로 59승 57패 1무를 마크한 LG는 5위 넥센(65승 59패 1무)과 게임차를 2경기로 줄이며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

허프는 경기 후 “평소보다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투구수가 늘어났고, 더 길게 던지지 못한 점이 아쉽다”면서도 “삼진보다 맞혀 잡는 투구로 땅볼을 많이 유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항상 공격적인 투구를 앞세워 긴 이닝을 책임지며 팀의 PS 진출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밝혔다. 양 감독도 “허프가 잘 던져줬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잠실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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