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초전박살 VS 고래심줄…타석당 투구수로 본 타자유형

입력 2017-09-1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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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로사리오(왼쪽)는 공격적인 타격의 대명사다. 타석당 지켜보는 투구수가 3.5개로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 중 가장 적다. 반면 kt 박경수는 타석당 투구수가 4.4개(1위)나 된다. 로사리오와 달리 상대투수와 천천히 승부를 하는 유형이다. 스포츠동아DB

야구는 한 시즌의 전략과 전술도 중요하지만 한 경기, 한 타석에서도 두뇌와 기량이 충돌한다. 나아가 한 개의 투구를 놓고 투수와 타자가 치열한 싸움을 벌인다. 그런데 타자를 보면 타석에서 유난히 빨리 공격을 시도하는 타자가 있는가 하면, 유난히 긴 호흡으로 승부하는 타자도 있다.



● 속전속결 초전박살형 타자들

올 시즌 11일까지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는 45명. 그 중 타석당 투구수를 집계해본 결과 가장 빨리 공격하는 선수는 한화의 외국인타자 윌린 로사리오와 하주석으로 나타났다. 로사리오는 476타석에서 1668개의 공을 상대해 타석당 투구수는 3.5개였다. 하주석은 3.51개를 기록했다. 그리고 KIA 김주찬과 김선빈이 3.52개로 뒤를 이었다. 롯데 앤디 번즈(3.55개)와 두산 민병헌(3.56개), 한화 정근우(3.57개)도 속전속결형 타자로 분류됐다.

초구를 유난히 좋아해 ‘초구지영’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삼성 이지영은 규정타석에 미달돼 순위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올 시즌 역시 3.31개(1113구/336타석)에 불과해 수치만 놓고 보면 로사리오를 능가하는 속전속결형 타자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화 하주석-KIA 김주찬-김선빈-롯데 번즈-두산 민병헌-삼성 이지영(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긴 호흡으로 승부하는 타자들

반면 초구나 2구째는 웬만하면 쳐다보고 볼카운트가 몰리더라도 고래심줄처럼 끈질기게 승부하는 타자들도 있다. 올 시즌 타석당 가장 공을 많이 본 타자는 kt 박경수로 4.41개(2062구/468타석)를 기록했다. 그는 지난해에도 규정타석에 포함된 타자 중 4.248개로 김태균(4.255개)에 이어 2위에 오른 바 있다.

SK 최정이 4.28개(2074구/485타석)로 2위에 포진했고, NC 외국인선수 재비어 스크럭스(4.22개)와 넥센 김민성(4.18개)도 상대투수를 지치게 하는 유형이다. 최준석(롯데)도 해마다 공을 많이 보는 대표적 타자로 꼽히는데, 올해 역시 4.17개로 5위에 올라 있다. 그리고 삼성 다린 러프(4.13개), LG 박용택(4.11개)이 뒤를 잇는다.

SK 최정-NC 스크럭스-넥센 김민성-롯데 최준석-삼성 러프-LG 박용택(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 좋고 나쁜 것은 결과론

올 시즌 KBO리그는 팀당 한 경기 평균 39.4타석을 소화하고 있다. 한 팀의 투수는 평균 152.3개의 공을 던진다. 만약 박경수 같은 유형의 타자로만 1번부터 9번까지 구성하면 상대투수는 경기당 약 174개의 공을 던져야하고, 로사리오 유형의 타자로만 라인업을 짜면 상대투수는 약 138개의 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양 극단의 타자 유형만 놓고 보면 경기당 36개 정도의 투구수 차이가 나는 셈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 좋다고 재단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성격이 다르듯 타자마다 자신만의 타격법이 있기 때문이다. 초구에 헛스윙이나 파울을 낸 뒤 감을 잡는 타자가 있는가 하면, 일단 공 1~2개는 지켜보고 신중하게 타격하는 타자도 있다. 초구부터 공격한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대부분의 타자는 초구 타율이 자신의 타율보다 매우 높기 때문이다. 로사리오는 시즌 타율 0.340이지만 초구타율은 0.377이다. 0.381의 타율로 타격 1위를 달리는 김선빈도 초구타율은 0.429에 달한다. 공을 많이 보는 타자들도 대부분 그렇다. 박경수도 시즌타율(0.306)보다 초구타율(0.371)이 높고, 최정은 시즌타율 0.319지만 초구타율은 0.534나 된다. 물론 하주석처럼 시즌타율(0.286)보다 초구타율(0.254)이 좋지 않은 선수도 있다. 하주석은 볼카운트가 2S로 몰리면 타율이 더 떨어지기에 초구부터 과감하게 공격을 하고 있다.

이재국 전문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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