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일단 피하자!’ 고의4구로 본 공포의 타자들

입력 2017-09-1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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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SK 와이번스와 NC 다이노스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2사 2, 3루에서 NC 나성범이 고의사구로 출루하고 있다. 문학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강타자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타격지표는 실로 다양하다. 타율, 안타, 홈런, 타점 등 일일이 나열하기가 부족할 정도다. 어떤 기록이든 ‘다다익선’이면 타자 입장에서는 웃음이 나온다. 상대투수와 승부에서 그 만큼 좋은 성적을 거뒀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것은 타자가 투수와 직접 승부를 펼치지 않고도 자신의 존재감을 뽐낼 수 있는 기록이 있다는 것이다. 타자의 공포감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기록, 바로 고의4구다.

경기 승부처 마다 종종 볼 수 있는 고의4구는 투수와 타자에게 모두 한숨을 쉬게 만드는 기록이다. 승부를 피하는 투수에게는 자존심의 상처를, 여러 타격지표를 높일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타자에게는 아쉬움을 남긴다.

그래도 굳이 기록적인 면에서 수혜자를 꼽는다면 단연 타자다. 한해 고의4구를 기록하는 경우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기에 놓치는(?) 기록이 많다고 볼 수는 없다. 오히려 고의4구는 투수와 승부에서 심리적으로 더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다. 투수가 승부 자체를 꺼리게 만드는 ‘공포의 대명사’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올 시즌 가장 강력한 ‘공포의 대명사’는 누구일까. 현재까지 주인공은 바로 SK 최정(30)과 NC 나성범(28)이다. 둘은 17일까지 각각 10개씩의 고의4구를 기록했다. 최정은 득점권 타율이 0.396, 나성범은 0.343에 이르는데 승부처에서 특히 강한 모습을 보여 상대 벤치와 투수가 위기에서 정면 승부를 피했음을 알 수 있다.

6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17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가 열렸다. 6회초 2사 2, 3루에서 두산 김재환이 고의 사구를 얻어내고 있다. 잠실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어 두산 김재환이 9개, KIA 최형우~롯데 이대호~롯데 손아섭이 똑같이 8개를 기록 중이다. 모두 고의4구와 정비례해 타격지표 대부분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다. 나성범(94타점)을 제외한 상위 4명이 이미 타율 3할과 함께 100타점 고지를 밟았다.

타율과 득점권 타율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김선빈이 순위권에 없는 것은 다소 의외로 보일 수 있다. 김선빈은 고의4구가 단 4개뿐인데, 이는 타순이라는 변수가 작용한 탓이다. 앞서 언급한 타자들이 중심타자였던 것과 달리 김선빈은 올해 하위타선에 배치된 경우가 많았다. 자연히 고의4구를 얻을 기회도 적었다.

144경기 체재에서 고의4구를 가장 많이 기록한 주인공은 한화 김태균이다. 2015년에 12개, 2016년에는 10개를 기록해 2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올해에는 부상으로 장기결장한 가운데도 4개를 기록, 3년간 26개의 고의4구를 얻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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