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NC 나성범은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주로 투수로 뛰었다. 그러나 유연한 중심이동의 힘으로 빼어난 밸런스를 자랑하며 프로 데뷔 후 리그 정상급 타자로 성장했다. 스포츠동아DB
“밸런스를 잡는 데 중점을 뒀다.”
왠지 낯설지 않은 문장이다.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선수들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접해봤을 문구다. 투수든 타자든, 거의 모든 선수들은 항상 밸런스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으면 그 감각을 오랫동안 이어가려하고, 밸런스가 무너졌을 때는 그것을 다잡기 위해 긴 시간 공을 들인다.
직역하자면 말 그대로 ‘균형’인 이 밸런스는 중심이동, 힘의 분배, 유연한 상·하체 움직임 등 다양한 다른 말로 해석되기도 한다. 포지션 혹은 선수 체형에 따라 개인의 차는 있지만,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는 근본적인 방법은 같다. 바로 효율적인 힘의 재배치다. 자신의 힘을 자기 몸에 얼마나 효율적으로 분산시킬 수 있느냐가 결국 밸런스의 핵심이다.
이렇게 설명은 쉽지만 분명 이론과 실전에는 큰 차이가 있기 마련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서 기초공사라 할 수 있는 밸런스는 실제 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을까. 또 선수들은 왜 그토록 밸런스를 강조하는 것일까. 익숙하지만 상세히는 몰랐던 밸런스의 세계. 야구기자 2년차 장은상 기자가 묻고, 스포츠동아 해설위원 조범현 전 감독이 답했다.
Q : 투수와 타자에 상관없이 거의 모든 선수들이 항상 밸런스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좋은 밸런스가 선수들에게 가져다주는 이점은 무엇일까요?
A : 밸런스란 말 그대로 몸의 균형이에요. 요점은 몸에 무리가 가지 않게 얼마나 효율적으로 힘을 끌어 올리느냐죠. 투수는 투구폼, 타자는 스윙에서 밸런스의 효율을 찾을 수 있어요. 좋은 밸런스의 최대 이점은 부상을 방지한다는 겁니다. 선발투수를 예로 들면,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면서 공을 던지는 투수는 120개까지 던지고도 다음날 후유증이 크지 않아요. 그야말로 몸 전체를 활용해 공을 던진 것이니까요. 그러나 무너진 밸런스로 공을 던지면 일찌감치 몸이 무거워집니다. 한계투구수도 당연히 낮아지죠. 상체든, 하체든 어느 한 곳의 힘을 무리해서 끌어올리면 부작용은 반드시 나타나기 마련이에요.
Q : 밸런스를 얘기할 때 빠뜨릴 수 없는 부분이 바로 하체인데요. 특별히 강조되는 이유가 있을까요?
A : 야구는 기본적으로 서서하는 운동입니다. 모든 힘의 시작은 하체죠. 끌어 올리는 개념으로 생각하면 좀 더 이해하기 편합니다. 하체로 때리고, 하체로 던진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에요. 타격에서는 앞다리와 뒷다리의 중심이동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가져가느냐에 따라 타구의 질이 달라지죠. 상체의 힘만으로는 절대 타구를 멀리 보낼 수 없으니까요. 투수도 마찬가지입니다. 발을 올리고 딛는 순간부터 공을 낚아채는 순간까지 상·하체의 움직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합니다. 그래야 볼끝이 살아 있는 공을 던질 수 있어요. 더불어 매번 일정한 밸런스를 유지한다면 제구력까지 좋아질 수 있겠죠.
Q : 자신이 투구하고, 스윙하는 것 이외에도 실전에서 밸런스가 활용되는 경우가 있나요?
A : 물론이죠. 좋은 포수와 그렇지 않은 포수의 기준을 나누기도 합니다. 포수는 반드시 짧은 순간에 상대 타자의 밸런스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해요. 바깥쪽 공을 기가 막히게 치는 타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죠. 이 타자는 당연히 밀어치는 타격에서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니까 바깥쪽 공 공략에 성공하는 거 아니겠습니까? 이런 경우에는 볼 배합도 당연히 기존 작전과 다르게 가야 합니다. 배터리가 기존 볼배합을 고집해서는 좋은 승부가 어려워요. 그런데 문제는 그 타자가 항상 밀어치는 타격에만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다음에 만났을 때는 당겨 치는 타격에서 좋은 밸런스를 유지할 수도 있어요. 매 타석 타자의 스윙하는 모습을 보고 현재 밸런스를 정확하게 파악해야 좋은 리드를 할 수 있어요.
Q : 좋은 밸런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을 가장 신경 써야 할까요.
A : 시즌 내내 일정한 밸런스를 유지하기란 결코 쉽지 않죠. 아무리 시즌 전에 보강운동을 많이 해도 6~7개월 동안 그 리듬을 꾸준히 가져갈 수는 없어요. 개인마다 생체리듬이 다르고, 시즌 중 얻는 변수도 다양하니까요. 저 개인적으로는 좋았을 때 밸런스를 항상 복기하라고 강조하고 싶네요. 아무 생각 없이 공을 던지고, 방망이를 휘둘러서는 현대야구에서 살아남기 힘듭니다. 최근에는 영상기술이 많이 발전했잖아요? 자기가 감이 좋고, 성적이 좋았을 때 폼을 기억했다가 그것을 나중에 계속 반복훈련하기를 바랍니다. 분명 큰 도움이 될 거에요. 이제 정규시즌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모든 선수들이 자기만의 좋은 밸런스를 유지해서 팬들에게 양질의 야구를 보여줬으면 합니다.
정리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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