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감독 “히딩크 도움? OK! 단, 사심이 없다면…”

입력 2017-09-2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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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용 대표팀 감독이 9월 25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유럽 원정 평가전 축구대표팀 엔트리 발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신태용 감독 ‘히딩크 논란’에 입을 열다

떠도는 대표팀 사령탑 교체 일부 여론에
“중심 갖고 소신대로 할것” 마이웨이 선언
“러 원정도 히딩크 도움주면 받아들일 것”
26일 기술위 ‘히딩크 활용법’ 논의 가능성


축구국가대표팀 신태용 감독(47)은 요즘 몹시 우울했다.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을 통과하면서 통산 10회,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진출에 성공했지만 축복의 메시지는 많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거스 히딩크(71·네덜란드) 감독 모셔오기’주장이 등장했다. 내일의 긍정을 바라보자는 건설적인 제안도 있었지만 대표팀을 향한 원색적인 비난과 비판에 묻혀버렸다.

그래서일까. 9월 2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진행된 ‘10월 유럽 원정 A매치 2연전’에 나설 대표팀 엔트리(23인) 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한 신태용 감독의 표정은 어두웠다. “(대표팀이) 사면초가의 상황에 놓여있다”는 코멘트에서 위태로운 상황이 오롯이 느껴졌다.

대표팀은 10월 유럽에서 2차례 A매치를 치른다. 10월 7일(한국시간) 모스크바 VEB 아레나에서 ‘월드컵 개최국’ 러시아와 격돌한 뒤 10월 10일 스위스로 이동해 모로코와 친선 경기를 갖는다. 당초 튀니지와 경기를 하기로 했으나 상대 팀에서 내부문제로 난색을 표시해 모로코로 급히 변경했다.

축구대표팀 신태용 감독.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월드컵 본선까지 9개월여가 남은 가운데 진행될 유럽원정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강호들과의 맞춤형 매치 업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모스크바 방문을 활용해 월드컵 본선 기간에 사용할 베이스캠프 물색 등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다. 평가전인 만큼 당장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는 것이 맞다.

이번 대표팀은 K리그 멤버들을 전부 제외한 채 오로지 해외파로만 구성했다. 일본∼중국∼중동 등 아시아권과 유럽 멤버들이 두루 합류한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2연전을 앞두고 K리그가 태극전사들의 조기소집을 허용하는 희생을 해줬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10월 유럽 원정은 철저히 해외파로만 구성 하겠다”는 뜻을 일찌감치 공개했고, 실천에 옮겼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터진 ‘히딩크 논란’으로 대표팀은 결과도 생각해야 하는 난처한 입장에 처했다. 선수 실험과 새얼굴 테스트, 전술적 옵션 추가확보 등 평가전에 맞는 1차 목표마저 흔들리게 됐다. 자칫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대표팀은 이전보다 더욱 거센 비난에 직면할 수 있다.

‘사면초가’ 발언이 등장한 배경이다.

여기서 신 감독은 분명한 한 가지 입장을 전했다. “중심을 잃지 않겠다. 대표팀 감독으로 소신은 굽히지 않겠다”고 했다. 반영할 부분은 받아들이겠지만 그저 비난을 위한 비난에는 끌려 다닐 수 없다는 확실한 의지의 표현이다. 대표팀 사령탑이 실체 없는 여론을 의식하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다고 판단해 ‘마이웨이’를 선언한 것이다.

신 감독은 이날 태극전사 명단 자체보다 더욱 이목을 집중시킨 히딩크 논란 역시 피해가지 않았다.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히딩크 감독에게 도움을 받을 부분이 있느냐”는 물음에 “히딩크 감독은 한국축구 영웅이다. 대표팀과 우리나라 축구가 발전하고 월드컵에서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면 히딩크 감독의 도움은 무조건 오케이(OK)다. 이번 러시아 원정도 도움을 주시면 받아들이겠다”는 답을 내놓았다.

거스 히딩크 전 축구대표팀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다만 하나의 단서를 달았다. “사심 없이 일해주시면”이다. ‘사심 없이’를 신 감독은 이날 무려 3차례 언급했다. 한바탕 풍파를 일으킨 최근의 히딩크 감독 모시기 논란에는 특정 세력의 지나친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많다. 히딩크 감독을 영입함으로써 생길 모종의 이득을 원하는 이들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신 감독도 작심하고 ‘사심 없이’를 외쳤다.

대한축구협회는 직접적으로 “한국대표팀 감독직을 하고 싶다”는 발언을 한 적 없는 히딩크 감독과 모스크바에서 직접 만나 정확한 경위를 물을 계획이다. 사태의 중심에 선 이의 정확한 속내를 알아야 다음 스텝이 전개될 수 있다. 이와 별개로 9월 26일 열릴 기술위원회(위원장 김호곤)에서도 ‘히딩크 활용법’이 비공식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기술위원 누군가 문제를 제기한다는 전제에서다. 히딩크 감독과 관련한 논의는 이번 기술위 핵심 안건이 아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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