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활부터 시작’ 한기주는 해피엔딩을 만들 수 있을까

입력 2017-11-30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기주. 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강산이 변하는 시간 동안 남은 것은 오직 상처뿐이었다. 데뷔 첫 해 10승을 거뒀지만 이를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오직 불명예스러운 기록만이 수식어처럼 따라다녔다. 프로무대는 냉혹하게 느껴질 만큼 잔인했다.

광주 동성고 출신의 ‘10억 팔’ 한기주(30)가 트레이드를 통해 KIA 유니폼을 벗는다. 삼성과 KIA는 29일 “투수 한기주와 외야수 이영욱의 1대1 트레이드가 성사됐다”고 전했다. 이로써 한기주는 2006년 프로 입단 때부터 이어진 KIA와의 인연을 마무리하게 됐다.

참으로 파란만장한 영욕의 세월이었다. 한기주는 2006년 KIA 1차지명으로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프로입단 동기로는 류현진(LA 다저스), 김현수(필라델피아) 등이 있었으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가져간 것은 한기주였다.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신인계약으로 단숨에 화제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파격적인 금액 10억 원을 받으면서 황금 팔의 등장을 예고했다.

한기주는 첫 해부터 진가를 드러냈다. 10승11패 방어율 3.26을 기록하면서 암흑기 시절의 KIA에서 한줄기 빛을 쏘아 올렸다. 그러나 혹사의 여파를 피해갈순 없었다. 고등학교 시절에 이어 프로 1년 차에도 많은 공을 던져 팔에 이상이 생겼다. 결국 KIA는 한기주를 프로 2년 차부터 마무리투수로 전환시켜 뒷문을 맡겼다. 그는 2008년까지 2년간 51세이브를 올리면서 불펜의 핵심 역할을 했다.

그러나 부상의 불안감이 결국 터지고 말았다. 한기주는 2009년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기약 없는 재활을 시작했다. 2011년에야 다시 복귀했지만 이후 어깨 수술로 인해 또다시 재활에 들어갔다. 이후부터는 눈에 띄게 구위가 하락하면서 좀처럼 제 기량을 펴지 못했다.

삼성으로 향하는 한기주는 일단 재활로 내년시즌을 준비한다. 삼성 구단 관계자는 “6개월 정도는 재활기간으로 보고 있다”고 기용 계획을 밝혔다. 명예회복의 기회는 시즌이 시작되고 난 이후로 주어질 전망이다. 한기주는 이제 30대 초반의 젊은 투수다. 아직까지 해피엔딩을 만들 여지는 얼마든지 남아있다. 새로운 둥지를 튼 대구에서 그는 과연 황금 팔의 재림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 그의 행보에 다시 한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