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 김세영이 다시 한 번 큰일을 해냈다. 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에서 열린 손베리 크릭 LPGA 클래식에서 정상을
밟았다. LPGA 투어 72홀 최다언더파와 최소타 신기록에 해당하는 31언더파 257타가 김세영의 두 손에 의해 작성됐다. 사진제공|LPGA
‘기적을 연출하는 승부사’ 김세영(25·미래에셋)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길이 남을 대기록을 작성했다. 김세영은 9일(한국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손베리 크릭(파72·6624야드)에서 열린 손베리 크릭 LPGA 클래식(총상금 200만달러·약 22억원)에서 최종합계 31언더파 257타라는 압도적인 스코어를 작성하고 정상에 올랐다.
● 실력으로 쓴 LPGA 투어 새 역사
김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완벽에 가까운 샷 감각을 뽐냈다. 나흘 동안 잡아낸 버디는 무려 31개. 보기는 없었고, 이글과 더블보기가 하나씩 기록됐다. 그린 적중률은 93%로 높았고, 그린에서의 총 퍼트 수는 115개에 불과했다.
이처럼 신들린 플레이를 펼치며 31언더파 257타를 작성한 김세영은 LPGA 투어 67년 역사에 새 페이지를 장식했다. 자신과 아니카 소렌스탐이 동시에 보유했던 72홀 기준 최다언더파(27언더파)를 가뿐히 넘어섰다. 동시에 종전 최소타(258타) 기록도 깨트렸다.
이는 한미(韓美) 남녀 투어를 모두 합쳐도 손에 꼽을 만한 대기록이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선 스티븐 스트리커와 어니 엘스가 각각 33언더파 255타와 31언더파 261타를 작성한 바 있다. 스트리커는 당시 대회였던 2009년 밥 호프 클래식 5라운드에서 부진하며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다시 말해 김세영은 미국무대에서 엘스에 이어 31언더파 우승을 차지한 두 번째 챔피언이 된 셈이다.
김세영(미래에셋). 사진제공|스포타트 매니지먼트
● 배짱으로 일군 LPGA 통산 7승
세계 골프에 한 획을 그은 김세영은 팬들에게 유독 특별한 이력과 이미지로 기억되는 선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태권도’와 ‘빨간 바지’ 그리고 ‘홀로서기’다. 모두 김세영의 배짱을 상징하는 수식어다.
김세영은 태권도 공인 3단의 숨은 실력자다. 태권도장을 운영하는 아버지 김정일 씨의 영향으로 4살 때 처음 태권도를 접했고, 초등학교 시절에는 정식선수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후 골퍼로 변신한 태권소녀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시원한 돌려차기를 날리면서 마음 응어리를 풀었다. 실제로 발차기와 송판 격파와 같은 숨은 실력이 여러 동영상을 통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우승을 거둘 때마다 입었던 빨간 바지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강렬한 색감의 의상과 김세영의 화통한 플레이가 묘하게 오버랩 되면서 빨간 바지는 김세영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이번 대회 최종라운드에서의 하의 역시 빨간색이었다.
LPGA 통산 7승을 달성한 김세영은 여느 동료들과 달리 미국 생활을 곁에서 돕는 매니지먼트사가 없다. 2015년 데뷔 시즌부터 아버지와 함께 동고동락했을 뿐이다. 불편함도 많았지만 2015년부터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우승 트로피를 쌓았다. 홀로서기로도 정상에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한 선수가 바로 김세영이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