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내셔널스 브라이스 하퍼.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퍼는 17일(한국시간) 미국 워싱턴 내셔널스 파크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 올스타 홈런더비 결승에서 19개의 홈런을 쏘아 올려 우승을 차지했다. 함께 최종전서 경합을 벌인 카일 슈와버(25·시카고)에게 불과 1개 앞서는 근소한 차이의 짜릿한 승리였다. 하퍼는 우승 직후 직접 배팅볼을 던져준 아버지의 품에 트로피를 안기며 두 배로 커진 기쁨을 나눴다.
예선과 준결승, 결승이 차례로 열리는 메이저리그 홈런더비는 투구수와 관계없이 제한시간 4분 이내에 가장 많은 홈런을 때린 선수가 승리하는 방식이다. 440피트(약 134m)의 비거리를 넘기는 큼직한 홈런을 2개 이상 기록하면 30초의 추가 시간도 제공된다. 하퍼는 자신에게 주어진 4분 30초의 시간을 아낌없이 활용했다.
하퍼는 예선~준결승~결승을 통틀어 45홈런만을 기록하고도 55홈런을 때려낸 슈와버를 극적으로 제쳤다. 넘지 못할 벽처럼 느껴졌다. 앞서 홈런 더비 결승 타석에 들어선 슈와버는 거침없이 방망이를 휘둘러 18개의 홈런을 먼저 신고했다. 반면 하퍼의 출발은 그리 순조롭지 못했다. 서두르지 않았고, 매 타구를 때린 뒤 충분히 숨을 골랐다. 기록은 턱없이 부족했다. 하퍼는 2분 38초를 남긴 상황에서 첫 타임아웃을 신청했다. 홈런은 겨우 4개였다. 1분 20초를 남긴 두 번째 타임아웃까지도 불과 9개를 쳤다.
하퍼는 마지막 몰아치기의 신공을 선보였다. 50여초를 남긴 가운데 10번째 아치를 그린 방망이는 끊임없이 홈런을 뽑아냈다. 아버지와 적절한 배팅 속도를 지키면서도 정확도를 단숨에 높였다. 정식으로 주어진 4분이 마감되기까지 하퍼는 18홈런으로 슈와버와 동률을 이뤘다. 이어 하퍼는 보너스 30초에 돌입했고, 아버지의 두 번째 공을 홈런으로 이어낸 뒤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2013년 역대 최연소로 결승에 올라 준우승에 그쳤던 아쉬움을 말끔히 씻어냈다.
그때나 지금이나 하퍼의 파트너는 그대로 아버지였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