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규. 스포츠동아DB
#이용규(34)는 2014시즌에 앞서 한화 이글스와 4년 총액 67억 원에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었다. 당시 기준 FA 외야수 최고액에는 ‘국가대표 리드오프’ 이용규를 향한 기대가 고스란히 담겼다. 이용규는 3년간 제 역할을 다했지만 계약 마지막 해인 2017년 손목 골절 부상으로 57경기 출장에 그쳤다. 그는 시즌 후 FA 권리 행사를 포기했다. 구단과 별다른 교감 없이 스스로 내린 판단이었다. “2018년에 납득할 수 있는 활약한 뒤 제대로 평가받겠다”는 것이 포부였다. “역시 프로의식이 뛰어난 이용규다운 선택”이라는 칭찬이 뒤따랐다.
#선택은 옳은 듯했다. 2018년 134경기에서 타율 0.293을 기록한 그는 시즌 후 2+1년 총액 26억 원에 한화 잔류를 결정했다. 협상 과정에 적잖은 진통이 있었지만 얼어붙은 시장을 감안하면 괜찮은 대접이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이용규를 주전 좌익수 겸 9번타자로 낙점했다. 이용규는 한화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10차례 연습경기 중 6경기에 출장해 13타석을 소화했고, 시범경기에서도 4경기 8타석에 들어섰다. 세대교체가 한창인 한화에서도 이용규의 역할은 반드시 필요했다.
#그러나 이용규는 11일 한용덕 감독과, 15일 석장현 운영팀장과 차례로 면담해 트레이드를 요청했다. 어느 지점에서인가 불만을 느낀 것이다. 한화는 내부 회의 끝에 16일 이용규를 육성군으로 보냈다. 강경한 입장이었다. 불만은 있을 수 있지만 방식이 틀렸다. 한용덕 감독은 17일 대전 롯데 자이언츠전에 앞서 “감독은 본분이 있다. 100여 명 선수단의 입맛을 다 맞춰줄 수는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규를 팀 구상에서 완전히 지운 모습이었다.
#문제는 팬심(心)마저 그에게서 등을 돌렸다는 점이다. 포털사이트에 그의 기사마다 곱지 않은 댓글이 달리는 건 물론, 오프라인의 여론도 따갑다. 17일 롯데전을 찾은 이기동(26) 씨는 “경기장에 올 때면 늘 이용규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착용했다. 하지만 오늘은 김태균 유니폼이다”라며 “솔직히 실망스럽다. 선수단이 어수선해질 것 같아서 걱정”이라고 혀를 찼다. 프로 원년부터 빙그레 이글스의 팬이었다고 밝힌 한미향(42) 씨는 “회사에 불만이 없는 직장인이 있을까. 하지만 무단결근하고 사내 분위기를 혼란에 빠뜨리는 직원은 거의 없다”며 화를 숨기지 않았다.
#2017년 가을의 이용규와 2019년 초봄의 이용규는 완전히 다른 선택을 했다. 자신의 가치와 시장 상황을 냉정하고 영민하게 판단했던 이용규는 1년 조금 넘는 시간 만에 프로의식이 아쉬운 결정을 내렸다. 현 시점에서 그를 트레이드로 데려갈 구단이 선뜻 나타나기도 쉽지 않다. 한화는 그를 전력에서 배제했다. 조금씩 봄이 찾아오고 있지만 스스로 봄바람을 피한 이용규의 3월은 차갑기만 하다.
대전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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