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까지 다 바꾼 강로한, “이번 어버이날엔 효도해서 다행”

입력 2019-05-10 10: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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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경기 후 수원 KT위즈파크를 떠나는 강로한. 슬라이딩 도중 쓸린 오른손을 아이싱 중이지만 표정만큼은 누구보다 해맑다. 수원 | 최익래 기자

이름 빼고 다 바꿔라? 아니, 이름까지 다 바꿨다. 야구를 대하는 태도부터 루틴, 삶의 자세까지 모든 게 달라졌다. 그러자 성적도 뛰었다. 이제는 ‘강동수 시절’을 완벽히 지운 강로한(27·롯데 자이언츠)이다. 강로한은 2015년 2차 7라운드로 롯데의 지명을 받았다. 하위 라운더였지만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며 자질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첫해 22경기 타율 0.125에 그쳤고 1군 말소됐다. 이후 그는 단 한 번도 1군의 부름을 받지 못한 채 2016시즌 후 사회복무요원(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복귀 첫해인 2019년, 풍운의 꿈을 안을 법했지만 지난 2년간 야구와 떨어진 삶을 살았기에 스스로의 기대치도 높지 않았다. 그러나 강로한은 9일까지 22경기에서 타율 0.327(49타수 16안타), 6타점, 12득점으로 쏠쏠히 활약 중이다.

9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6타수 3안타로 활약한 뒤 만난 그는 “내 계획보다도 너무 잘 풀리고 있다. 사회복무요원 복무 탓에 최소 1년은 2군에서 몸을 만들 거로 생각했다. 2020시즌을 목표로 준비했는데 결과가 좋아 다행”이라고 밝혔다.

목표는 멀리 내다봤지만 과정이 소홀했던 것은 결코 아니다. 강로한은 소집 해제 이후 동수에서 로한으로 개명했다. 야구가 풀리지 않아 자신과 관련된 모든 걸 바꾸고 싶던 그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를 비롯해 일상의 습관, 심지어 연락처까지 모두 바꿨다. 자연히 마인드도 바뀌었다. 긍정의 힘이 심어준 자신감은 2019시즌 강로한의 활약에 적잖이 기여 중이다.

그는 “프로 입단 후 야구가 가장 잘 되고 있다. 수비는 기본을 충실히 지키자고 생각했다. 아직 1군에 올라온 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타석에서는 뒷 타자에게 연결만 하는 게 목표다. 결과가 좋아도 그건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5월 8경기 타율 0.353. 강로한에게 여전히 선명했던 5월의 아픔을 지우기에 충분했다. 강로한은 2015년 5월 8일 1군에서 말소됐다. “그날은 어버이날이었기 때문에 부모님에게 면목이 없었다. 이후 절치부심했지만 다시 1군에 오르지 못해 죄송했다”는 것이 그의 회상이다. 올해는 달랐다. 강로한은 어버이날에 멀티히트를 때려내며 부모님께 큰 선물을 안겼다.

물이름 로, 날개 한. 흔하지 않은 이름 ‘로한’의 뜻이다. 정작 본인은 “바뀐 이름 자체에는 큰 뜻이 없는 것 같다”고 손사래 치지만, 분명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계기다. 그러니 야구도 물 흐르듯 잘 풀리는 중이다. 본인의 활약에도 팀의 연패 탓에 맘껏 웃지 못했던 그는 이제 팀과 자신 모두 활짝 웃는 순간을 그리고 있다.

수원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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