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이랜드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켄싱턴호텔 연회장에서 열린 기증식에서 두 사람은 개인통산 5000득점을 돌파했을 당시 신었던 배구화와 유니폼, 직접 사인한 경기구, 기록달성을 보도한 동아일보 기사 등을 이랜드 스포츠박물관 이인석 대표에게 기증했다. 이랜드 스포츠박물관은 귀한 물품을 잘 보관한 뒤 조만간 배구 명예의 전당을 만들어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랜드는 스포츠와 패션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기념품을 모은 대형 박물관과 테마파크를 합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스포츠박물관은 그 가운데 하나다. 이랜드는 해외에서 경매 등을 통해 다양한 자료와 물품 등을 꾸준히 수집해왔다. 영화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끼었다는 대형 다이아몬드 반지를 비롯해 영화 오스카상 진품 트로피, 노벨상 메달 등도 경매를 통해 수집했다. 스포츠 분야로도 밟을 넓혀 진품 줄리메 컵과 2002년 한일월드컵 우승트로피와 메달,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 트로피 등도 소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외국과 달리 경매를 통한 구입이 어려워 직접 스타들의 기부를 받는 방식으로 스포츠 박물관을 채울 물품을 조달받아야 한다. 박철우와 황연주는 이랜드 측으로부터 스포츠박물관의 한 코너로 준비 중인 명예의 전당에 물품을 기증해달라는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황연주는 2017년 12월5일 IBK기업은행과의 경기에서 남녀부 통틀어 가장 먼저 개인통산 5000득점을 달성했다. 14시즌 354경기 만에 달성한 위대한 업적이다. 박철우는 2018년 12월31일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우리카드와의 경기에서 14시즌 380경기 만에 개인통산 5000득점을 기록했다.
두 사람은 “이제 과거의 기록이 됐지만 물품기증 요청을 받고 내 기록에 남들에게 인정받는 것 같아서 마음이 뿌듯했다. 기록달성 당시에는 팀이 경기에 져서 특별한 감흥이 들지 않았지만 이렇게 시간이 흘러서 기록달성 장면을 되돌아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인석 대표에게 물품을 기증한 뒤 기념촬영과 핸드프린트 등의 행사도 했다. 이랜드 측은 귀중한 물품을 기증해준 답례로 이랜드 문화재단이 발굴한 유명화가의 작품과 켄싱턴호텔 숙박권을 선물했다.
박철우는 “이런 자리를 마려해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5000득점 기록은 오래 선수생활을 한 내게 주는 개근상이라 생각한다. 이제 과거의 기록은 잊고 앞으로 쌓아갈 기록과 플레이가 더 중요한 때다. 지금까지의 기록에 부끄럽지 않은 인간으로서 더 좋은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황연주는 “2년 전의 기록이지만 다시 보니 새롭다. 이미가 있는 자리여서 기쁘다. 내가 그저 그런 선수가 아니고 이런 의미 있는 곳에 이름을 올릴 수 있어서 영광이다. 이제 기록보다는 코트에서 한순간이라도 더 뛰는 것이 중요한 때다. 후회하지 않는 선수생활을 위해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V리그를 대표하는 남녀 왼손 거포의 핸드 프린팅까지 받은 이인석 이랜드박물관 대표는 “기증은 사회를 위한 순간의 헌신이다. 앞으로 두 사람이 기증한 배구용품을 명예의 전당에 올려서 귀한 예우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