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이닝 1위’ 정은원, “홀로 풀시즌을 치른 게 아니다”

입력 2019-12-0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화 정은원. 스포츠동아DB

한화 이글스 2루수 정은원(19)에게 2019시즌은 ‘절반의 성공’일지 모른다. 감독추천이긴 해도 전반기에는 눈부신 활약 속에 올스타전 출전의 영광을 안았다. 그러나 후반기에는 브레이크 없는 추락 속에 내심 원했던 태극마크를 놓쳤다.

프로 2년차였던 올 시즌 정은원의 최종 성적은 142경기에서 타율 0.262, 8홈런, 57타점이다. 전반기 94경기에선 타율 0.279, 5홈런, 42타점을 올렸다. 반면 후반기 48경기에선 타율 0.229, 3홈런, 15타점에 그쳤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전강후약’이다.

스스로의 평가는 어떨까. “올 시즌 시작에 앞서 나름 세웠던 목표를 생각하면 성공적인 시즌이었던 것 같다. 물론 초반에 (성적이) 아주 좋았는데 유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선 분명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정은원의 생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전반기와 크게 대비되는 후반기 부진의 원인은 무엇일까. 정은원은 올 시즌 KBO리그 야수들 중 가장 많은 1192.1이닝을 소화했다. 2위가 SK 와이번스 3루수 최정(1153이닝), 3위가 롯데 자이언츠 좌익수 전준우(1148이닝), 4위가 삼성 라이온즈 중견수 박해민(1147이닝), 5위가 SK 유격수 김성현(1143.2이닝)이다. 정은원과 같은 2루수들 가운데 수비이닝 2위는 삼성 김상수(993이닝)로 전체 18위다.

팀 내야진의 상황을 고려하면 ‘강요된 철인’에 가깝다. 수비 움직임이 많은 2루수의 포지션 특성을 고려하면 적절한 휴식이 절실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주전 유격수 하주석이 개막 5경기 만에 왼쪽 무릎십자인대 파열로 수술대에 오른 데 이어 백업 내야수들마저 크고 작은 부상으로 들고나기를 반복하는 바람에 정은원의 부담이 가중됐다. 체력 고갈이 후반기 그의 부진에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정은원은 “체력 문제가 주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 혼자 풀시즌을 치른 게 아니다. 모든가 똑같은 상황인데 잘한 선수도 많았다. 경험이 부족했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내가 여러모로 부족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같은 맥락에서 “몸이 좀 힘든 게 느껴져 휴식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알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겨울에 몸을 만드는 나만의 방식이나 루틴이 없기 때문에 좀더 신경을 쓰겠다”고 덧붙였다.

인천고를 졸업하고 프로에 데뷔한 지난해 정은원은 단시간에 주전 2루수를 꿰찼다. 98경기에서 타율 0.249, 4홈런, 20타점을 기록했다. 올 시즌에는 후반기 슬럼프가 아쉽지만, 팀의 기둥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무언가 내 것을 확실히 만들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지난해 겨울을 보냈다면, “타격이든 수비든 내가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하는 느낌으로 마무리훈련을 했다”고 밝힌 데서 드러나듯 올 겨울 그는 ‘완성도’를 높여 한 단계 더 큰 도약을 준비할 참이다. 올 시즌 그 누구보다 많은 1192.1이닝을 뛰면서 얻은 깨달음으로 내년 시즌 한층 더 성장한 정은원을 기대해본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