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 메이커’ 포항, 롤러코스터 같았던 2019 시즌

입력 2019-12-05 09: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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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닷컴]

프로축구 K리그1 포항 스틸러스가 올해 마지막 경기이자 라이벌전인 ‘동해안 더비’에서 4-1로 대승, 4위로 2019 시즌을 마무리 지으며 K리그 역사상 역대급 우승경쟁의 ‘킹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최종 성적만 놓고 본다면 전반적으로 무난한 시즌을 보냈다고 할 수도 있지만, 올 시즌 포항에게는 두 차례의 큰 시련과 고난의 시기가 있었다. FA컵 32강 탈락에 이어 K리그1에서도 10위까지 순위가 떨어지며 감독이 교체됐던 4월, 강원에게 4골 차이를 뒤집히며 역전패를 당한 7월이 바로 그 때이다.

시즌 초반, 좀처럼 부진을 면치 못하던 포항은 4월 20일 K리그1 8라운드 대구와의 원정경기에서 3골차의 완패 후 전임 최순호 감독을 대신해 김기동 당시 수석코치를 대행기간 없이 감독으로 선임했다.

김기동 감독은 부임 후 특유의 형님 리더십을 통해 빠르게 분위기를 수습했다. 더불어 기존 선수가 갖고 있는 장점을 보다 부각시키고 잠재력 있는 신인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결과는 주목할 만 했다. 이전까지 주로 측면 수비수로 뛰던 완델손은 K리그1 최고 수준의 공격수이자 ‘크랙’으로 떠올랐고, 중원에서 활약한 신인 이수빈은 영플레이어상 후보에 오르는 영광을 얻었다. 지난해까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2년차 공격수 송민규는 드리블을 통한 과감한 돌파로 경기마다 활력을 불어넣으며 이젠 팀에 없어서는 안 될 공격 옵션이 되었다.

더불어 ‘플레이어 퍼스트(Player First)’ 철학을 바탕으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풋볼 퍼포먼스 센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면서 파워 프로그램 및 컨디셔닝을 통한 체력향상과 부상방지, 효과적인 재활운동을 통한 부상선수의 빠른 복귀 등 선수단 운영에서 시너지 효과를 본 포항은 김기동 감독 부임 후 4연승을 내달리며 반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포항은 4연승 이후 거짓말과도 같았던 강원 전 역전패를 포함해 4연패를 당하며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했다. 이에 양흥열 사장은 비상조치 방안을 수립하고 선수단과 소통하며 경기력 향상 지원에 최대한의 역량을 투입하였다.

먼저 과학적인 선수 관리의 일환으로 개인별 맞춤 영양 컨설팅을 제공해 선수가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매 경기 후 피로와 통증의 빠른 회복을 위해 급속냉각요법(크라이오 테라피)을 비롯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더불어 정기적으로 전문가를 초빙해 선수별 심리상담과 특강을 실시해 선수들이 지난 결과와 실수에 연연하지 않고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와 함께 선수선발의 책임을 명확히 하도록 스카우트 시스템을 개선함으로써 여름 이적시장을 통한 전력보강이 꼭 필요한 선수의 영입으로 이어지게끔 했다. 상반기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된 골 결정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중앙 공격수 일류첸코(독일)와 공격형 미드필더 팔로세비치(세르비아)를 영입했다. 구단 스카우터가 3개월 이상 유럽에 체류하며 충분한 검증을 통해 영입한 두 선수는 올 시즌 전체의 절반 밖에 소화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20개의 공격포인트(일류첸코: 18경기 9득점 2도움, 팔로세비치: 16경기 5득점 4도움)를 기록하는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쳤다. 또한 우수한 기량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소속팀에서 출전기회가 적었던 중앙 미드필더 최영준을 임대 영입해 중원을 더욱 단단하게 구축할 수 있었다.

상위 6팀의 파이널A, 하위 6팀의 파이널B. 파이널 라운드의 기로를 결정짓는 정규 라운드 마지막 경기의 상대는 라이벌 울산이었다. 0-1로 끌려가던 포항은 후반 41분 팔로세비치의 동점골, 추가시간 2분 이광혁의 극적 결승골로 2-1로 역전승하며 정규 라운드 5위를 기록, 파이널A에 진출했다.

포항은 파이널 라운드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K리그1의 가장 중요한 ‘캐스팅 보트’로 떠올랐다. 마지막의 마지막, 파이널 라운드의 최종 라운드까지 우승팀이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포항은 울산을 4-1로 대파하며 유종의 미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2019 K리그1 우승팀 결정에 가장 중요한 ‘킹 메이커’ 역할을 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김기동 감독은 우승팀 감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2019 K리그1 대상 감독상에서 단 2표가 뒤진 2위를 차지하며 지도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하나원큐 K리그1 2019에서 포항이 기록한 최종결과는 4위. AFC 챔피언스 리그(ACL) 진출권이 주어지는 3위와 승점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뒤지며 아쉬운 결과를 받아들이게 됐다. 하지만 구단 차원에서 풋볼 퍼포먼스 센터, 영양 컨설팅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선수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고 선수단 차원에서 김기동 감독을 중심으로 짜임새 높은 경기를 선보였다는 점에서 포항의 2020 시즌은 보다 높은 곳을 기대할 만 하다.

올 시즌을 마치고 1달여간의 휴가를 떠난 포항 스틸러스 선수단은 2020년 1월 3일부터 소집해 훈련을 재개할 예정이다.

동아닷컴 송치훈 기자 sch5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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