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할 날만 남았죠” 앞만 보고 달리는 KB손해보험 황택의

입력 2019-12-07 09: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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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할 날만 남았죠” 앞만 보고 달리는 KB손해보험 황택의

“아직 늦지 않았잖아요.”

참으로 지독했던 연패의 시간은 과거의 기억으로 묻어뒀다. KB손해보험 세터 황택의(23)는 한결 더 힘찬 걸음으로 헤쳐 나갈 시즌 잔여 22경기에 희망이 남아있음을 확신한다.

승리라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10월 15일 한국전력과의 개막전서 풀세트 접전 끝에 승리를 따낸 뒤 난데없이 팀 창단 최다 12연패의 늪에 빠졌다. 3일 OK저축은행을 3-0으로 꺾고 마침내 시즌 두 번째 승리를 거두기까지 흘러간 시간은 억겁처럼 느껴졌다. 황택의는 “경기력이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 지는 경기를 하면서 불안감이 커졌고, 대등한 상황에서 조심스러워져 실수가 늘었다”고 돌아보며 “너무 힘들었다. 하루하루가 정말 길었다”고 털어놨다.


특히 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은 만큼 자책하는 날이 유독 많았다. “결국 내 손에서 공이 떠난다. 내 선택 하나, 토스 미스 하나로 진 경기가 많다. 그런 상황들을 잘 이겨내지 못했다”며 스스로를 탓했다. 이어 황택의는 “나라도 중심을 잡고 했다면 동료들이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경기를 했을 거다. 그런데 나도 불안했다. 나로 인해 다른 선수들도 많이 흔들렸다”고 아쉬움을 곱씹었다.

베테랑 김학민의 존재가 큰 힘이 됐다. 특히 “어려운 공은 내게 올려줘. 해결해 줄게”라며 황택의의 부담을 덜어줬다. 뿐만 아니라 주장으로서 “할 수 있어. 힘내자”고 팀원들을 독려했다. 황택의는 “나도 힘들 때는 ‘누군가 좀 끌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학민이 형이 팀을 이끌어 주다보니 나도 여유가 생겨 차츰 다른 선수들을 끌고 갈 수 있었다. 학민이 형에게 가장 고맙다”는 속마음을 전했다.


공식 응원 구호로 지정해 ‘할 수 있다 KB’를 연호해 준 팬들에게도 감동을 받았다. 번번이 마지막 고비를 넘어서지 못했던 KB손해보험 선수단에겐 마법의 주문이었다. 그는 “경기장에서 팬들의 응원 소리가 다 들린다. 경기를 하면서도 뭉클하고 울컥한다”며 “특히 OK저축은행전에서는 선수들이 입장을 할 때부터 ‘할 수 있다’고 외쳐주셨다. 응원 소리를 계속 들으니 정말 ‘할 수 있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했다.

장기 연패의 터널을 벗어난 KB손해보험은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12연패가 우리 선수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심리적 압박감, 부담감만 없다면 우리도 다른 팀과 싸웠을 때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자신한 황택의는 “아직 늦지 않았다. 22경기나 남았다. 이제 잘할 날만 남았다. 부담감을 떨쳐내고 앞으로 쭉쭉 치고 나갈 수 있다”고 힘 줘 말했다.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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