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3’가 일찌감치 철수한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류현진(32)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1억 달러 잭팟’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가운데 향후 시장 상황에 눈길이 쏠린다.
이번 겨울 메이저리그 FA 시장은 활활 타오르고 있다. FA 랭킹 1~3위로 평가받아온 선발투수 게릿 콜과 스티븐 스트라스버그, 3루수 앤서니 렌던은 모두 연평균 3500만 달러 이상의 초대형 장기계약을 맺고 윈터미팅 종료 이전에 시장을 떠났다. 콜은 9년 3억2400만 달러(약 3797억 원)에 뉴욕 양키스와 계약했다. 스트라스버그와 렌던은 똑같이 7년 2억4500만 달러(약 2871억 원)에 각각 워싱턴 내셔널스, LA 에인절스를 택했다. 5일(한국시간)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5년 1억1800만 달러(약 1383억 원)에 사인한 우완 잭 휠러까지 포함하면 상위 선발투수 3명은 모두 둥지를 정했다.
이제 FA 시장에 남아있는 선발투수들 중에선 류현진과 더불어 매디슨 범가너, 댈러스 카이클이 ‘노른자’로 분류된다. 미국 매체 CBS스포츠는 14일 남은 FA 선수들의 가치와 관심팀을 거론하며 범가너를 2위, 류현진을 3위, 카이클을 4위로 나란히 배치했다(1위는 3루수 조시 도널드슨).
공교롭게도 류현진, 범가너, 카이클은 똑같이 좌완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타자를 힘으로 압도하기보다는 예리한 커맨드를 바탕으로 요리해나가는 피칭 스타일도 비슷하다. 또 하나 닮은 점도 눈에 띈다. 적어도 이번 FA 시장에선 원하는 팀들이 겹친다는 사실이다.
CBS스포츠는 트레이드 루머를 종합해 류현진에게는 원 소속팀 LA 다저스를 비롯해 에인절스, 토론토 블루제이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텍사스 레인저스, 미네소타 트윈스가 관심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범가너는 다저스, 세인트루이스, 미네소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연결돼 있다. 카이클은 에인절스, 토론토, 세인트루이스, 미네소타, 신시내티 레즈, 화이트삭스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영입을 희망하는 팀들이 겹친다는 사실을 어떻게 봐야 할까. 그만큼 수준급 선발 자원을 찾는 팀이 많다는 시장 상황 자체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 ‘수요’라는 측면에서다. 반면 대체자원이 적지 않은 현실은 그다지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류현진의 입장에선 다저스가 자신보다는 범가너에게 더 흥미를 느끼고 러브콜까지 보내고 있는 분위기가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가 또 한번 수완을 발휘할 때다. 10일부터 12일까지 고작 사흘 만에 스트라스버그, 콜, 렌던을 놓고 모두 8억1400만 달러의 빅딜을 성사시킨 보라스다. 공교롭게도 남은 좌완 특급 3명 중에서도 류현진과 카이클은 보라스의 고객이다. 구단들과 ‘밀당’에 능한 보라스라면 지금의 시장 상황과 좌완 프리미엄을 활용해 류현진에게 만족스러운 계약을 안길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