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 ‘37년 쥐띠 우정’ 박경완·김원형 코치, “언젠간 다시 한 팀에서…”

입력 2020-01-02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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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박경완 수석코치(뒤)와 두산 김원형 투수코치는 명실상부 KBO리그 역대 최고의 배터리로 손꼽힌다. 이들은 전주 중앙초 6학년 때인 1984년부터 인연을 맺어 박 수석이 현대 유니폼을 입었던 5시즌을 제외하고 현역 내내 한 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김 코치는 “아무리 생각해도 유니폼을 입고 의견이 달랐던 적이 없다”고 진한 우애를 과시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인천 송도 인근 카페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 박 수석과 김 코치. 송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SK 박경완 수석코치(뒤)와 두산 김원형 투수코치는 명실상부 KBO리그 역대 최고의 배터리로 손꼽힌다. 이들은 전주 중앙초 6학년 때인 1984년부터 인연을 맺어 박 수석이 현대 유니폼을 입었던 5시즌을 제외하고 현역 내내 한 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김 코치는 “아무리 생각해도 유니폼을 입고 의견이 달랐던 적이 없다”고 진한 우애를 과시했다. 지난해 12월 26일 인천 송도 인근 카페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한 박 수석과 김 코치. 송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남자가 봐도 참 예뻤는데, 지금은….” (박경완 SK 와이번스 수석코치)

“야, 늙었다고 하기엔 이제 겨우 오십인데?” (김원형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

‘어린왕자’라는 별명이 너무도 잘 어울렸던 김원형(48)은 이제 희끗희끗한 머리카락이 빼곡하다. 그의 파트너이자 자타공인 한국 최고의 포수였던 박경완(48)은 이제 SK 와이번스의 지도자로만 일곱 번째 시즌을 맞이한다. 나이테가 켜켜이 쌓인 만큼 달라진 것도 많지만 변하지 않은 것 하나. 38년째 이어진 서로의 우정이다.

김원형 두산 베어스 투수코치와 박경완 SK 수석코치가 모처럼 한자리에 모였다. 지난해 말, 인천 송도에서 두 시간 가까이 이어진 인터뷰에서 가장 많이 나온 문장은 “그래. 그때 기억난다…”라는 회상이었다. 함께 쌓아온 시간이 긴 만큼 추억도 한 보따리 가득했다.

● 추억은 많지만 싸운 기억은 없는 37년

이들은 명실상부 KBO리그 역대 최고의 배터리다. 동갑내기 두 친구가 전주 중앙초등학교 6학년 때인 1984년 호흡이 시작됐다. 이후 전주동중~전주고를 거쳐 쌍방울 레이더스에 입단하는 과정까지 같았다. 박 수석이 1998년부터 5년간 현대 유니콘스 유니폼을 입었을 때를 제외하면 현역 시절 내내 한 팀에서 호흡을 맞췄다.

두산 투수코치 김원형(왼쪽)과 SK 수석코치 박경완.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두산 투수코치 김원형(왼쪽)과 SK 수석코치 박경완.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둘의 호흡은 여전히 찰떡인지 궁금하다.

박경완 코치(이하 박) : “예전만큼 자주는 못 본다. 남녀관계랑 똑같은 것 같다. 몸이 떨어져있으니 만날 기회가 많진 않다.”

김원형 코치(이하 김) : “현역 시절에는 비시즌에 동반 가족여행도 다니곤 했다. 하지만 애들이 커가면서 쉽지 않더라. 내 큰 아이가 20살, (박)경완이 큰 애가 19살이다.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알던 친구와 야구 얘기를 시작으로 연애 얘기, 결혼 얘기, 육아 얘기, 그리고 지금은 코칭 얘기를 하고 있다(웃음).”

: “통화는 자주 하고, 서로 맞대결을 치를 때 보자고는 하는데…. 둘 중 한 명은 패한 팀 코치 아닌가. 아무래도 경기 후 자유롭게 나가서 보기가 쉽지는 않다.”

- 그렇게 사이가 좋은데, 한두 번쯤은 의견 충돌이 있었을 텐데?

: “(한참을 고민한 뒤) 아무리 생각해도 없다. 유니폼을 입고 의견이 달랐던 적은 없던 것 같다.”

: “(김)원형이가 내 사인대로 던져서 맞았든, 고개를 저어서 맞았든 결과는 나와있다. 따진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다음 공, 다음 상황을 생각하는 게 훨씬 합리적이다. 사실 원형이가 꼼꼼한 타입은 아니었다. 순간적인 집중력은 강한데 그걸 길게 끌고 가진 못했다(웃음).”

: “내가 조금 더 꼼꼼했다면 더 좋은 선수로 남았을 텐데….”

: “(말을 끊으며) 아냐. 막 던져서 지금 김원형이 된 거야(웃음). 차라리 원형이는 지금 트렌드에 맞는 투수였다. 볼카운트 2S에서도 볼을 빼는 법이 없었다. 사실 포수 입장에서는 그때 안타를 맞으면 코치님에게 박살이 나는데…. 덕아웃 들어가면서 ‘볼 좀 던지자’고 해도 ‘미안해’라고 할뿐, 다음 이닝 땐 똑같다.”

: “(웃음) 그럼에도 경완이는 나를 믿어줬다. 내가 545경기에서 134승을 거뒀다. 이 중 어림잡아도 400경기·100승은 경완이랑 호흡을 맞췄을 것이다.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커진다. 김원형보다 좋은 투수, 박경완보다 좋은 포수는 얼마든지 나오더라도 이런 배터리가 다시 나올지는 모르겠다.”

두산 투수코치 김원형(왼쪽)과 SK 수석코치 박경완.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두산 투수코치 김원형(왼쪽)과 SK 수석코치 박경완.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단짝, 라이벌 팀의 코치

- 두산과 SK는 2018년 한국시리즈(KS), 2019년 정규시즌에서 치열한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공교롭게도 2020시즌을 앞두고 전력 누출이 적잖은데, 서로의 팀을 평가한다면?

: “SK는 투수진이 정말 강하다. (김)광현이가 빠졌지만 좋은 투수들이 워낙 많다. 포스트시즌에서 두산은 SK에 유독 고전하기도 했다. 언제나 껄끄러운 상대다. 2019년 못지않은 좋은 성적을 내지 않을까.”

: “조쉬 린드블럼이 떠났지만 라울 알칸타라가 나쁜 투수는 결코 아니다. 그럼 두산이 데리고 갔겠나(웃음).”

- 둘의 현역 때와 다르게 코치가 피나도록 공부해야 하는 시대다.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

: “원형아, 2004시즌 시작할 때 내기했던 거 기억나?”

: “내기…. 아, 경완이가 난데없이 홈런 30개를 넘기겠다고 호언장담했다. 2003년에 15홈런이었던 타자가(웃음). 시즌 끝나고 거하게 술 사기로 내기를 했는데 스프링캠프지였던 일본 오키나와에서부터 웨이트 트레이닝을 살벌하게 했다. 그리고 34홈런을 치더라.”

: “내가 술을 못해서 원형이가 사지는 않았다(웃음). 당시 10㎏ 가까이 체중 감량을 했다. (심)정수를 따라서 개인 운동을 철저히 하기 시작했던 때가 바로 2004년이었다. 야구하면서 가장 느낌이 좋았고 결과도 따라왔다. 지금 선수들도 그런 시너지를 냈으면 좋겠다. SK에서도 메릴 켈리를 보고 문승원, 박종훈이 웨이트 삼매경에 빠졌다. 부상이 적은 선수들은 자신만의 관리법이 확실히 있다.”

: “정말 공감한다. 나나 경완이 모두 20년 넘게 선수 생활을 했다. 아무 것도 안 하고 롱런할 수는 없다. 자신만의 비결이 있다. 젊은 선수들 중에는 이런 걸 모르는, 그리고 노력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SK부터 롯데 자이언츠, 두산까지 세 팀의 코치로 있다보니 이런 점이 더욱 보인다.”

두산 투수코치 김원형(왼쪽)과 SK 수석코치 박경완.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두산 투수코치 김원형(왼쪽)과 SK 수석코치 박경완. 인천|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 현역 시절에는 박 코치가, 코치로는 김 코치가 친정팀을 떠나고 있다. 언젠가 둘이 다시 한 유니폼을 입는 날이 올까?

: “지금 떨어져있으면서 서로의 시야가 넓어지는 건 장점이다. 다양한 감독, 선수를 경험해보고 둘이 뭉치는 날이 온다면 시너지가 날 것이다.”

: “맞다. 50년 인생 중 40년 가까이 함께 한 친구다. 이런 사람이랑 호흡을 맞춘다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이 있다.”

- 쥐띠의 해다. 서로에게 덕담 한마디 한다면?

: “수석코치님 아닌가(웃음). 내가 뭐라고 평가하겠나. 선수 때만큼이나 지도자로도 잘하고 있다. 그저 오랫동안 유니폼을 입고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언젠가 같은 유니폼을 입을 수 있지 않겠나.”

: “어느 직업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야구 코치는 특히 하루살이다. 스트레스가 많다. 우선 원형이가 건강부터 챙겼으면 좋겠다. SK든 두산이든, 좋은 영화를 찍었으면 좋겠다. 극장에서 영화를 보려면 만 원 정도가 필요하다. 야구는 훨씬 비싼 콘텐츠다. 팬들에게 잘하는, 매너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선수 때는 ‘오늘 이겨야겠다’고만 생각했다면 지금은 ‘누가 주연이 될까’를 먼저 생각한다. 원형이도 나도, KBO리그 모두 멋진 영화를 보여드리는 한 해가 됐으면 좋겠다.”

송도|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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