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왼쪽)이 21일 대전 KIA전이 끝난 뒤 특타를 하고 있다. 정현석 코치가 이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이때 한화 김태균(38)과 정현석 코치가 그 뒤로 모습을 드러냈다. 특타(특별 타격훈련)를 위해서였다. 정현석 코치는 유니폼 차림 그대로였다. 잠시 후 배팅케이지가 세워졌고, 김태균은 쉴 틈 없이 배팅볼을 받아치기 시작했다. 환하게 웃으며 인터뷰를 하던 김규성의 모습과 대비됐다.
곧이어 강경학과 유장혁 등 타자 일부와 정경배, 김남형 코치까지 그라운드로 나왔다. 김규성의 인터뷰가 끝나고 KIA 선수단이 떠나자 본격적으로 특타를 시작했다. 정현석 코치는 배팅볼 투수 뒤로 자리를 옮겨 김태균의 타격자세를 유심히 살폈다. 표정도 진지했다. 강경학은 1루 덕아웃 근처에서 토스배팅볼을 치기 시작했다.
한화는 올 시즌 최악의 타격 부진을 겪고 있다. 21일까지 팀 타율(0.238)과 득점(225점), 홈런(36개), 출루율(0.310), 득점권타율(0.233)까지 대부분의 공격지표에서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7월 18경기로 범위를 좁혀도 마찬가지다. 타율(0.231), 홈런(8개), 득점(55점) 모두 최하위다. 7월 리그 평균자책점(ERA·5.04)을 고려하더라도 경기 당 3.06점씩 내고 승리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게다가 21일 경기에선 3안타(1홈런) 2득점으로 묶였다. 9회 정은원의 2점홈런이 나오기 전까지 단 2안타의 빈공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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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참이 팔을 걷어붙인 것은 그 자체만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 시즌 51경기에서 타율 0.232(164타수 38안타), 2홈런, 23타점, 출루율 0.339로 기대만큼의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10경기에서 타율 0.161(31타수 5안타)에 그쳤고, 특히 KIA 상대 5경기에선 1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태균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크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스타일이지만,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다. ‘한화맨’이라는 자부심도 크다. 2007년 이후 11년만의 가을야구를 경험한 2018시즌 중반에는 “야구인생이 그리 많이 남지 않았는데, 최대한 많이 이기고 싶다”고 진심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라도 보니 이 같은 팀의 부진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터. 팀의 최고참으로서 전면에 나설 수밖에 없었다.
김태균은 타격 전문가다. KBO리그 통산 타율 0.321(6845타수 2199안타), 311홈런, 1352타점, 출루율 0.422의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히팅포인트를 뒤에 둔 채 공을 최대한 오래 보고 타격하는 기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무조건적인 풀스윙이 아닌, 상황에 맞는 타격으로 타점을 생산해왔다. 세월이 흘러도 ‘에이징 커브’에 따른 위험요소가 크지 않다고 평가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 후 특타를 자청했다는 것은 어떻게든 힘이 되고 싶어서였다. “많이 이기고 싶은” 그의 바람이 ‘야간 특타’에 그대로 투영됐다.
대전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