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팬들이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수원 삼성과 대구FC의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비가 내리는 와중에도 경기장을 찾아 응원을 보내고 있다. K리그는 1일부터 전체 좌석의 10% 규모로 관중 입장이 허용됐다. 수원|김민성 marineboy@donga.com
초록 그라운드에 함성과 갈채가 돌아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무관중으로 시즌을 진행해온 K리그는 1일 ‘유관중’으로 전환됐다. 방역 당국의 지침에 따라 당분간 경기장 좌석의 10%에 한해 티켓이 판매되나 축구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훈훈한 기운이 넘실거렸다.
지난시즌 가장 뜨거운 열기를 뿜어낸 K리그1(1부) 대구FC는 “8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릴 전북 현대와 8일 홈경기가 티켓 발매 2분 만에 전 좌석(1200석)이 매진됐다”고 발표했다. 팬들이 얼마나 축구를 그리워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유관중’ 첫날, K리그1 열전이 펼쳐진 3개 경기장에는 5810명이 찾았다. 전북과 포항 스틸러스가 격돌한 전주월드컵경기장에 2959명, 인천 유나이티드와 광주FC가 충돌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은 1865명이 찾았다. 성남FC-FC서울전이 열린 탄천종합운동장은 986명.
수원 삼성과 대구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4라운드 경기가 열린 2일 수원월드컵경기장 공기도 평소와 달랐다. 온라인 예매사이트를 통해 구매한 입장권을 발권해주는 경기장 주변 티켓 박스에는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항상 닫혀있던, 인적이 뚝 끊겼던 장소에 사람들의 웃음이 있었다.
이날 한반도 중부 전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졌고, 오전부터 물 폭탄이 쏟아졌지만 탁 트인 잔디를 보며 평범한 일상을 향하려는 팬들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수원 구단은 ‘유관중 10%’ 지침에 따라 약 3000여 좌석을 풀었다. 사람 간의 1~2m 전후·좌우 거리두기를 위해 경기장 2층 스탠드를 덮었던 대형 통천들을 걷어냈다.
수원 구단에 따르면 사전 예매를 통해 전체 판매 분의 절반 수준인 1600여 석이 팔렸고, 그 중 대부분이 거센 빗줄기를 뚫고 경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아버지와 떨어져 착석한 한 중학생 팬은 “며칠 전 부모님을 졸라 티켓을 샀다. 같은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을 봐서 기쁘고 경기장 냄새조차 너무 좋다”며 활짝 웃었다.
다만 모든 지침이 정확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예매 티켓을 발권하고 경기장 게이트로 입장하는 과정에서 비를 피하려는 관중이 좁은 구역으로 한꺼번에 몰려 약간의 혼란은 있었다. 그럼에도 전체적으론 무난했다. 좋은 퍼포먼스에 탄성, 위험한 장면에 탄식이 절로 나오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으나 비말 예방을 위한 박수 위주 응원전을 이행해 ‘뉴 노멀’ 시대의 엄격한 기준에 잘 따르는 모습이었다.
부산 아이파크와 울산 현대의 결전이 펼쳐진 부산구덕운동장의 열기도 마찬가지였다. 예매 시작 20여분 만에 524석이 매진된 구덕벌이다. 남부지방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으나 습도가 90%에 달해 불쾌지수가 대단했음에도 설렘과 행복이 가득했다.
수원|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