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어쩌면 하얀 눈이 덮인 그라운드에서 형광색 공이 구르는 모습을 축구 팬들이 볼 수 있을 것 같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아니 화이트 눈꽃 축구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어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연기된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가 10월 재개(동아시아 권역)를 공식화하면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 시즌 K리그1(1부) 잔여 스케줄을 변경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K리그1은 10월 4일 정규리그(22라운드)를 마치고 상위(1~6위)·하위(7~12위) 그룹으로 나눠 팀당 5경기씩 치르는 파이널 라운드에 돌입하려 했다. 10월과 11월 열릴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4경기를 감안해도 11월 중순까지 전 일정을 끝낼 수 있다고 봤다.
그런데 AFC가 수원 삼성이 속한 G조와 전북 현대의 H조 잔여 경기를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서 10월 17일부터 11월 1일까지 치르고, FC서울의 E조와 울산 현대의 F조 경기는 10월 16일부터 31일(이상 장소 미정)에 진행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꼬였다.
연맹은 지난달 31일 K리그 구단 대표자 회의를 열어 10월 초 파이널 라운드를 마무리하는 것과 ACL 재개 이전에 파이널 라운드 2경기를 갖고, 이후 3경기를 하는 안을 검토했는데 표심이 10대2로 후자에 쏠렸다.
비 시즌이 길어지면 선수단 관리와 예산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고, 협의가 이미 끝난 경기장 대관 및 원정 숙소 예약 등의 현실적인 문제를 들어 대부분이 ‘10월 초 마무리’를 반대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ACL이 조별리그로 종료되는 것은 아니다. 조별리그가 끝난 직후인 11월 3~4일, 같은 지역에서 16강전을 진행한다. 이어 8강전과 4강전을 각각 11월 25일, 28일 치르기로 했고 결승전은 12월 5일로 잡았다.
K리그 팀들이 16강 이전에 탈락한다면 상황은 달라지지만 8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팀은 자칫 한 달 사이에 두 번의 원정과 한 번의 2주 자가격리를 거쳐야 한다. 여기서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다.
ACL 결승전을 치르면 아무리 빨리 귀국해도 12월 20일 이후에나 격리조치가 끝난다. 그렇다고 곧장 실전에 임할 수 없는 노릇. ACL에 도전할 한 구단 관계자는 “클럽하우스에서 함께 숙식하고 훈련도 할 수 없다. 최소 닷새 이상은 손발을 맞출 여유가 있어야 한다”고 푸념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