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구분석] ‘파이브 피치’의 진수, 분석과 연구도 소용없는 류현진의 매력

입력 2020-09-03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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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류현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애미 타자들의 타이밍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닷컴은 3일(한국시간) 마이애미 말린스 원정경기에서 6이닝 5안타 2볼넷 8삼진 1실점의 호투로 시즌 3승(1패)째를 챙긴 류현진의 투구를 이같이 평가했다. ‘알고도 못 친다’는 표현이 가장 정확한, 류현진의 두뇌피칭을 칭찬한 것이다.

이날 류현진은 포심패스트볼(포심·26개)과 컷패스트볼(커터·22개), 체인지업(27개), 투심패스트볼(투심), 커브(이상 12개)의 5개 구종을 골고루 섞어 던지며 마이애미 타선을 요리했다. 주무기에 치우치지 않는 황금분할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원하는 코스를 완벽하게 공략했다.

우타자를 상대로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을 공략한 커터가 좋은 예다. 류현진의 주무기는 체인지업이다. 체인지업은 좌투수 기준 우타자의 몸쪽에서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궤적을 그린다. 주무기인 체인지업으로 예상하고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났다고 판단한 순간, 실제로는 커터가 살짝 휘어 스트라이크존 바깥쪽에 꽂힌다.

투심도 마찬가지다. 구사 빈도가 체인지업만큼 높진 않지만, 좌타자의 배트 손잡이 부분을 노려 땅볼을 유도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체인지업에 비해 빠르게 꺾이는 패스트볼 계열의 구종인 만큼 타자가 대처하기 쉽지 않다. 그만큼 탁월한 제구력과 완급조절 능력을 갖춘 덕에 가능한 투구 패턴이다.

이날 삼진을 솎아낸 결정구도 커브와 커터 각 3개, 체인지업 2개였다. 특히 1회 선두타자 존 버티를 상대로 커브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솎아낸 것이 인상적이었다. 류현진의 커브 구사 빈도는 포심, 커터, 체인지업과 견줘 낮은 편인데, 경기 시작부터 커브로 승부를 건 것이다. 이 때문에 마이애미 타자들의 노림수는 흐트러졌다. 언제, 어떤 공이 들어올지 모른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었다.

토론토 구단이 경기 후 공식 SNS에 류현진의 투구 사진과 함께 “Ryu can‘t touch this”라는 메시지를 적은 것도, 류현진의 투구에 손도 댈 수 없다는 뜻을 재치 있게 표현한 것이다. 실제로 그랬다.

적장도 류현진의 투구에 감탄했다. 돈 매팅리 마이애미 감독은 류현진의 빅리그 첫해인 2013시즌부터 2015시즌까지 LA 다저스에서 함께했다. 그는 MLB닷컴과 인터뷰에서 “류현진과 같은 투수를 이해해야 한다. 그는 구속에 변화를 주고, 항상 다른 방법으로 투구한다. 타자들이 신중하게 접근하더라도 어려운 상대다. 그는 야구공으로 아주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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